후지락 다녀왔습니다.
글재주가 없어, 후기에 대해 멋지구리하게 써 나갈 자신이 없으니 몇 가지 느낀 점만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1. 메인 헤드라이너는 Muse, Massive Attack, Roxy Music이 아니었습니다. 후지락을 둘러싸고 있는 나에바 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 알차게 들어서 있는 아트워크들. 그 사이를 걷는 것 자체가 헤드라이너 였습니다.
2. 청결합니다. 무엇보다 청결합니다. 5만여명이 들어찬 Muse의 공연이 끝난 후에도, 바닥에 담배꽁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한국 사람들의 필수품이 담배와 라이터라면, 일본 사람들은 담배와 라이터, 그리고 휴대용 재떨이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후지락에 온 사람들은 말이죠. 분리수거 하나도 철저합니다. 페트병을 버릴 때도 뚜껑, 페트를 둘러싼 비닐 포장, 페트를 분리해서 버리더군요. 화장실도 위생적이고 깨끗합니다.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는 2009년도 후지락에서 사람들이 사용한 종이컵을 재활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3. 무진장 사람이 많습니다. 2009년 관람 인원이 15만 명이었다고 하네요. 어딜가나 줄을 서야 합니다. 그런데 짜증내는 사람, 한 번도 못봤습니다. 짜증내며 싸우는 커플을 딱 한 커플 보았는데, 한국인 커플이더군요. 아침에 샤워 하려면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5일동안 샤워 안했습니다. 물티슈로 대충 닦고 살았죠. ^^)
4. 사운드 훌륭합니다. 총 여덟개의 스테이지는 가지 각색으로 꾸며져, 각 스테이지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음악과 적절히 어우러지게 구성되는 치밀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압권은 곤돌라로 20여분 동안 여섯개의 산을 넘으면 도착하는, 해발 1,640미터에 위치한 Day Dreaming and Silent Breeze Stage. 편안히 드러누워서 Chill out 할 수도 있고, 산 정상의 평원을 산책하며 잠깐 숨도 돌릴 수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보이는 후지락의 스테이지와 사람들이 운집한 장관은 보너스.
5. 음식, 맥주……비쌉니다. 환율이 1400원대라 한 잔에 600엔 하는 맥주는 한화로 따지면 8,000원 가량. 음식도 최소 600엔부터 시작합니다. 재작년 섬머소닉 때는 500엔 대였는데 100엔씩 모두 오른셈이죠. 캠핑촌에는 주류/음식물 반입 가능하니, 내년에 후지락 도전하실 분들은 적당히 챙겨가세요.
6. 5일 동안 캠핑을 했는데, 무지 재밌었습니다. 계속 비가 와서 그 점은 불편하긴 하지만, 텐트 이웃들과도 친구 먹을 수 있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캠핑을 한다는 경험도 할 수 있고…아무튼 강추입니다. 다만, 비를 대비해서 비닐 커버라던가, 방수 대책은 완벽히 해야 할 것 같네요.
7. 비는 계속 온다고 보면 됩니다. 우산/장화 필수입니다. 후지락의 편의점에서 이것저것들을 팔긴 하는데, 무지 비쌉니다. 들고 오기 귀찮아도 한국에서 사서 가세요.
8. 압권이었던 공연을 몇 가지 꼽자면, Thom Yorke의 프로젝트 밴드인 Atoms for Peace, 그 중 Thom Yorke의 30여 분간에 걸친 솔로무대. 5만 여명이 함께한 Muse의 Starlight, 습습하고 끈적끈적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Air, 그리고 그 직후에 시작된 Massive Attack 콤보. 공연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네요.
….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페스티벌이 끝나고, 월요일 오전에 텐트를 싸면서 내년에 다시 오자고 다짐했습니다. 올해는 준비가 부족해서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을 놓친 것 같네요.
페스티벌에서 ‘즐거움과 쾌락’ 말고, 어떤 배움을 경험하고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후지락을 다녀 온 후, 휴대용 재떨이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고, 자연과 환경에 대해 조금은 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내년 후지락까지는 1년 정도가 남았네요. 매달에 15만원씩만 모으면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준비해 보세요.
PS. 후지락 티켓팅 방법, 가는 방법등에 대한 정보들을 블로그에 정리중입니다. 내년 후지락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http://catology.egloos.com/)
첫댓글 휘유..부럽습니다...자연과 함께하는 락페라는 컨셉은 참부럽군요. ㅎ 저도 내년쯤에 해외락페 가고 싶네요..글래스톤베리와 후지락...로망이라는.ㅋ
톰욕.........에 대한 언급이 없기를 바랬는데... 암튼 부럽습니다!
부럽습니다.
와.. 정말 좋은 락페후기입니다.. ㅋㅋ
1번에 동감 500만표입니다. 후지락 3일의 진정한 헤드라이너는 1. 그린스테이지 뒷편의 장엄한 산 풍경 2. 곤돌라 3 아름다운 사람들 이라는 ㅋ
와~ 정말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교통편 가격까지! 다음글 기대됩니다!!
후지락 티켓팅부터 교통편 정보는 제 블로그에 가면 정리해 두었습니다. ^^
앗..벌써 가서 보고 왔죠..!! 블로그에 정말 자세하게 써주셨다는 얘기였어요..ㅎㅎㅎ
글을 읽으니 가고픈 맘이 솟아나지만 , 일본어를 잘 못해서 자신이 안생기네영 ~ 용기 부럽습니다 .
너무 부럽네요~ 후지락가고 싶습니다. 지산도 이렇게 발전하길(꿈일레나요...)
너무 부러워서 특히나 1번이 꼭 가보고 싶네요. 그리고 2번에서는 약간 반성하게 하네요. 집에서 조차도 페트병, 뚜껑, 겉비닐 따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서리 ㅜ.ㅜ
지산은 솔직히 자신들이 내건 친환경이라는 모토가 무색해지는 페스티벌....-_-;;
우왕!! 블로그 꼭 들어갈게요! 자연과 함께!
우산보다는 판초를 강추합니다! ^^
부럽고 또 부럽다..
오...이것이 진정 그린페스티벌이로군요!! 후기 잘봤어용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