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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김동환 (유튜브 <삼프로TV> 진행자)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공영방송의 기자이자 경제프로그램의 앵커가 아파트 가격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김원장 기자가 부동산에 관한 책을 낸다고 하니 솔깃하다. 거침없는 듯하면서도 논리가 정연하고, 차가운 듯하면서도 그 안에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까지 겸비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세상에 방관하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야겠다고 자각하게 된다. 이 책이 우리의 들뜨고 답답한 마음에 청량한 진정제가 되기를 바란다.
박소령 (퍼블리 CEO)
김원장 기자는 이 책을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기 위해 썼다고 밝힌다. 마음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디테일한 숫자와 생생한 사례, 심장에 콱 박히는 명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나만의 의사결정 원칙은 무엇인가. 이 원칙을 세우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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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우리는 부동산을 잘 모른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글이라기보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집값은 대체 왜 오르며, 우리는 왜 이리 집을 사지 못해 안달일까?
집값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사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10억짜리인지 30억짜리인지 잘 모릅니다. 어쩌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그 아파트를 사겠다고 줄을 서자, 나도 따라 줄을 서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이유를 열 가지 과학적 근거를 대며 설명합니다. 어느 날 집값이 내리면 그 전문가들은 다시 열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집값이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제야 우리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시장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집값은 왜 오를까? 시장엔 늘 이유가 존재하는데, 혹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이유들을 재조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문중에서]
김원장 기자가 전하는‘집값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자산시장은 수많은 변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알고리즘을 이해한다고 해도 투자는 참 어렵습니다. 어렵게 분석하고 공부해서 시장을 이해할 무렵, 자산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변해 있습니다. 투자환경에 익숙해질 만하면, 경기 사이클이 바뀝니다. 사이클을 이해했더니, 이번에는 제도가 바뀝니다. 이런데도 우리가 과학적으로 투자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증시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작 자신의 승률을 밝히면 어떻게 될까? 그 유명한 증권사 투자분석본부장이 세운 투자자문회사의 수익률은 왜 그 모양일까?
가격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경마학원이 없는 것처럼 주식 학원도 없습니다. 모든 과목에 일타 강사가 있는데, 주식시장에는 없는 이유입니다. 하물며 부동산의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사람들이란…. - 〈1-1 집값에 대처하는 우리는 합리적인가?〉 중에서
실제 서울의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최소 50퍼센트에서 두 배는 올랐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실제 2008년 1월~2018년 1월까지 만 10년 동안 서울의 주택가격은 15.11퍼센트 올랐을 뿐입니다.
하늘을 뚫은 것 같은 강남구의 주택가격도 이 10년 동안 14.93퍼센트 올랐습니다. 이는 비교 시점이 서울의 부동산이 최고점이었던 2008년이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 2009년 이후 서울의 주택가격이 2014년까지 줄곧 내리다 다시 올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2018년까지만 보면 ‘집값이 꾸준히 올라 전고점을 넘어섰다’ 정도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5년 이상 되는 어느 시계열로 봐도, 전국 또는 서울의 집값은 물가인상률만큼, 또는 그보다 조금 올랐을 뿐입니다.
집값이 급등한 2020년까지 계산하면 어떨까? 2007년 1월 서울의 주택매매 지수는 73.1입니다. 집값이 오르고 또 오른 2020년 8월은 107.8입니다(KB주택시장동향). 14년 동안 서울의 주택가격은 통계적으로 47.4퍼센트 올랐을 뿐입니다.
- 〈1-3 왜 내 아파트만 안 오를까?〉 중에서
5년 연속 집값이 오릅니다. 사람이 모이면 모두 아파트를 이야기합니다. 이제 집은 욕망의 문제가 됐습니다. 1980년대엔 주거의 문제였습니다. 전셋값이 폭등해서 4인 가구가 길바닥으로 쫓겨났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가족이 살 곳이 부족했습니다. 40대 가장은 분신했습니다.
지금은 욕망의 문제입니다. ‘그는 왜 단지 몇 해 전 집을 샀다는 이유로 앉아서 수억 원을 버는가?’ 언론은 매일 아침 이 욕망을 일깨웁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아파트가 브랜드로 팔립니다. 건설사들은 오래전부터 아파트가 욕망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욕망의 등급표에 따라 조직과 모임에서 보이지 않는 순위가 정해집니다. 시민들은 수치화된 욕망을 서로 비교하고 선망하고 질투합니다. 성공과 교육, 가족, 안전 같은 삶의 주요한 척도가 아파트라는 계층적 지표에 버무려지고 명예나 사랑, 품위 같은 추상적인 가치까지 더
해져 계급 배지가 됩니다. 그리고 이 배지를 가슴에 달고 출근합니다.
- 〈1-5 주거의 문제인가, 욕망의 문제인가 〉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SOdK3aJcObI
진짜 땅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시장경제의 자율신경계를 훼손할까?
① 독일은 세입자에 대한 집주인의 퇴거요구권 자체가 없다. 불법이 없다면 집주인이 한번 들어온 세입자를 평생 내보낼 수 없다. 월세 인상폭도 공공이 결정한다. 영국은 집을 소유한 사람이 또 집을 사면 집값의 16퍼센트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② 프랑스는 2014년부터 세입자가 원하지 않으면 세입자를 추운 겨울에 내보낼 수 없다는 동계추방금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세입자가 고령자인 경우에는 나가서 살 집이 확보돼야 집주인이 임대차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③ 미국은 주마다 1~2퍼센트가량 되는 재산세에, 로컬 정부의 재산세가 더해지고, 여기에 멜로루스 세금이 추가된다. 주변에 도로나 교량, 학교를 지을 경우 그 혜택을 집주인이 가져간다는 이유로, 많게는 집값의 1퍼센트까지 부과한다.
- 〈2-9 집에 대한 규제가 넘쳐나는 이유〉 중에서
보유세가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집값이 뛰면서 공시가격이 현실화되고, 이에 따라 가구별로 해마다 재산세가 수십, 수백만 원씩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보유세 실효세율은 여전히 0.3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재산세를 올린 게 아니고,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재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집을 팔려는 가구는 거의 없습니다. 시세 10억 원이 안 되는 주택은 공시가격이 대부분 6억 원 미만입니다. 6억 원 미만 주택은 한 해 재산세 인상률이 10퍼센트를 넘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 집값은 수억 원씩 올랐어도 재산세는 10~20만 원 오른 집도 상당수입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는 선진국보다 분명하게 낮습니다. 그런데 보유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만큼 높습니다. 집값이 비싸다 보니 세율이 낮아도 부동산 세수는 선진국 비중만큼 걷힙니다. 우리가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GDP에서 부동산 자산 비율이 턱없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국민의 돈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많이 묶여 있는 겁니다
- 〈3-1 다주택자는 죄인일까?〉 중에서
가게가 변신합니다. 손님이 줄을 잇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고생고생하며 살아온 자영업자들이 비로소 보상받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흐뭇합니다. 하지만 운 좋게 ‘백종원 카드’를 얻어 성공 궤도에 오른 동네 식당들은 과연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관건은 임대료입니다. 가게 매출이 몇 배씩 오르면 건물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십중팔구 임대료가 따라 오릅니다. 장사가 더 잘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더 올립니다. 결국 백종원의 마술은 상당 부분 건물주에게 이전됩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지대의 쏠림 현상이 강해집니다. 땅에서 얻는 이익이 점점 일부에게 몰립니다. 그사이 건물주는 ‘건물주님’이 됐습니다. 갈수록 상인들의 걱정은 음식 맛보다 임대계약 갱신에 쏠립니다. 한국 사회에서 식당이 수십 년 노포가 될 수 있는 비결은 맛도 백종원도 아닙니다. 좋은 건물주를 만나야 합니다. 백종원보다 더 무서운 경쟁력, 이 힘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야 할까?
- 〈4-3 골목식당 사장님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중에서
코로나19로 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누가 돈을 쓸 차례일까?
가계는 2014년 무렵부터 돈을 너무 썼습니다. 빚내서 집을 샀고, 지금도 사고 있습니다. 2014년 1,000조였던 가계부채는 2020년 1,600조를 넘었습니다. 소비 여력이 상당 부분이 집에 묶였습니다. 순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퍼센트를 육박합니다. 가구당 쓸 수 있는 돈이 5,000만 원이라면 빚은 1억 원이 쌓여 있는 겁니다.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 기업은 어떨까요? 기업이 돈을 쓰는 것을 투자라고 합니다. 기업 투자만큼 우리 경제에 좋은 게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GDP 대비 총 투자율은 31퍼센트 정도입니다. 선진국 어디도 이렇게 투자율이 높은 나라가 없습니다.
결국 정부밖에 없습니다. 방법은 거둔 세금보다 재정을 더 쓰는 겁니다. 위기가 찾아오면 멀쩡한 나라들 대부분이 이 적자재정을 시연합니다. 이렇게 풀린 재정은 경기에 마중물이 됩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국민의 소득은 대부분 곧바로 지출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지출은 누군가의 소득이 됩니다. 경기가 살아납니다. 케인스가 80여 년 전에 알려준 비법입니다.
- 〈4-8 누가 돈을 쓸 차례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