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옛 시골,
우리 집 뒤꼍에는 아름들이 독들로 가득 찬 양지터가 있었다 햇볕 잘 드는 쪽에 돌단을 쌓고 그
위에 간장독과 고추장독 된장독을 보관하는 곳이었다.겨우내 방 안에서 잘 띄운 메주를 반조각
내 넣고 뜰안 으슥한 곳에 받아두었던 물로 독을 채운 후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숯덩이와 대
추등을 넣어서 덕가리를 씌웠다,
이렇게 ,
담근 장독은 새끼줄에 솔가지를 꿴 금줄을 세겹 둘러쳤다.부정을 타지 말고 장이 잘 익어 달라
는 소원에서였다 간장을 담그는 물은 지난해 겨울에 받아둔 청결한 물을 사용했는데 이를 납
설수(臘雪水)라 했다.
옛날,
주부들은 장 담그기에 쓸 독대를 두 곳에 마련했다.하나는 양지쪽에 마련하는 양(陽) 독대이고
또 하나는 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 묻어두는 음(陰) 독대가 그것이었다.음독대는 섣달에 내리는
눈을 녹여 저장하는 저수조다.섣달을 납월(臘月)이라 했기에 이 눈 녹은 물을 납설수라 한다지
요.
문헌(文獻)에 보면,
이 납설수(臘雪水) 는 여러 용도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오곡(五穀)의 씨앗을 이 납설수에 담
갔다가 뿌리면 가뭄과 벌레가 타지 않고, 술을 담그면 시어 지지 않으며 약을 다리면 효험이
크다고 했다.또한 이 납설수에 머리를 감으면 윤택이 더하고 기방에서는 고급 화장수(化粧水)
로 사용했다.(보한집(補閑集)에 보면 당시 최고의 화장품은 납설수에 잇꽃(紅花)을 푼 것으로
얼굴을 씻으면 윤기가 난다 했다.
충청북도,
보은군 외속리면에 있는 99칸짜리'선병국(宣炳國)'씨 고가(古家)(국가중요민속자료 제134호)
에서 만든 350년 전통의 간장이 얼마 전 장안에 화제였다.간장 1리터가 물경 500만 원에 팔렸
기 때문이다.도대체 누가 담갔고 어떻게 3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왔을까?
시집왔더니 장독대에 담이 쳐있고 대문이 있는 거예요.장독대에는 금줄을 친 독이 두 개 있었
는데 하나는 대물림하는 씨간장독 또 하나는 햇간장독이었지요.씨간장은 350년째 우리 가문
며느리들이 담가서 대물림하는 간장입니다.3년을 묵힌 햇간장에 이 씨간장을 부어서 다시 씨
간장을 만들어 이어져 옵니다."
보성 선 씨,
종부(宗婦)가 말하는 대물림 비결이었다.한겨울에 내리는 눈을 받아 납설수를 만들고 350년
동안을 씨간장을 만들어 맛을 지켜온 집념이 명품(名品)을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의
대박을 꿈꾸고 그래서 주가조작이다 부동산투기다 하는 온갖 부정한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세
태를 보면서 수백 년을 묵묵히 외길을 지키며 정도를 걸어오는 집념 강한 善한 이들의 이야기
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베란다 좁은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올 한 해 우리 가족이 먹을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느라 마누
라의 발걸음이 하루종일 거실 창문을 들락거렸다 음력 3월의 첫 신일(辛日)을 넘기지 않아야
된다나 어쩌고 하면서 아픈 허리를 무릅쓰고 분주를 떠는 그 앞에서 나만 노냥 어물쩍거릴 수
없어 배낭에 물통을 메고 뒷산 약수터로 향했다.
비록,
옛 선인들처럼 납설수 (臘雪水) 로 장독을 메울 성의는 없다 하더라도 수돗물로야 어찌 장을
담글 수 있겠는가? 무려 그 먼 약수터를 세 행보나 하고 나니 온 삭신이 결렸지만 그래도 마음
만은 풍족했다 올해는 우리 집도 드디어 '명품장'(名品醬) 을 먹을 수 있겠거니 가당찮은 바람
을 가져본다~푸하하하
~단결~!!
첫댓글
長子는 붕(鵬) 새의 높은 뜻을 소요유(逍遙遊)라 했습니다.
그냥 와인 한잔술에 취해서 세상시름 다 벗어던지고
한없이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걷고 싶다는 생각에서
주절거려 봅니다
다만 너무 허접스런글을 흉보지 마시기를 바라며
이곳을 방문하시는 선후배 님들이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못쓰는
글이지만 종종 책상머리에서 끙끙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에는 이런 소일거리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읽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단결~!
재능기부 봉사 하시는
마초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불편한 시력을 무릅쓰고 나누어 주시는 지식들
덕분에 저의 눈이 점점 밝아집니다
무슨 과찮은 말씀을요 ㅎ
졸필때문에 눈이 밝아 지셨다니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선배님의 내공있는 댓글 감사드립니다
~단 결~!
마초님 어디에 기고하는 란이 있는지요,
글처럼 그렇게 정성스럽게 담그면
명품장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명품은 대작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빛을 발하는 것인데
우리 모두 인생을 명품처럼 살아야겠지요
명품에 대한 좋은 글 접합니다^^*
기고라니요 당치도 않은말씀을요 ㅎㅎ
늙은이의 소일 거리로 계속
허접스런 낚서질로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귀한말씀 고맙습니다
명품 카페에 걸맞는 명품장의 글을 읽으며
명품이 되기 위하여 기나긴 인고의 전통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말씀 가슴에 담고 갑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중량감있는 흔적에
마음 읊조려 봅니다
감사드리며 오늘도 굿럭 으로요
명품장에
명품 글입니다.
건강하세요,
역시 혼이 맑아야
이렇게 격조높은 멋진 말씀을
선배님 파이팅 입니다
~단결~!
명품장이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얼마나 맛있을까?..ㅎ
먹어봐야 알겠지요 ㅎㅎ
우리집에 명품장 완성되면
구경은 시켜 드리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