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스 애녹시 시저 번외의 번외
부제 : 하늘, 달
2121년 서울, 어느 거대한 2층집의 햇빛이 잘 드는 2층 오른쪽 맨 끝 방.
"뭐야, 이거... 끝에만 살짝 쓴 립스틱?"
오늘 방 안 서랍에서 뭐랄까... 그래, 좀 구질구질해 보이는 꽃분홍색 립스틱을 발견했다. 이리저리 굴러다녔는지
립스틱 뚜껑과 몸체의 도금은 거의 벗겨진 상태였다. 왜 이런게 여기 있지? 난 비싼거 아니면 안쓰는데...
"아- 몰라몰라."
꽃분홍색 립스틱을 버려버렸다. 난 꽃분홍색은 질색인데. 오랜지색이나 핫핑크면 몰라도. 내가 이런 걸 샀을리가 없다.
꽃분홍색을 보니 괜시리 기분이 더러워져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서는 커다란 벽걸이 TV의 전원을 켰다.
어떤 잘생긴...아니, 잘생기긴 했는데 좀 귀여운 연예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다음 질문입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타덤에 오른 밤하늘씨, 밤하늘씨의 이상형은 어떤 여자분이세요?"
"이상형이요? 어어... 음... 아, 저는 머리가 길고 찰랑찰랑거리면서 화장은 별로 안하고, 눈물이 많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가 좋아요!"
"하하... 보호본능이요? 모든 누나들의 모성애를 자극하시는 국민 연하남 하늘씨의 이상형이 그런 분이었다니, 의외인데요?"
"헤에... 그런가요? 하지만 케릭터 상 쓰리사이즈 34-24-33인 쭉빵한 누나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아! 그렇군요! 유머감각도 풍부하셔라~"
육갑하네. 저렇게 비리비리해보이는 남자가 하늘하늘한 그런 여자를 지켜줄 수 있을리가 없다. 깡패라도 만나면 튀겠지.
그나저나 꽤나 신기하다. 저남자의 이름은 밤 하늘이고, 내 이름은 김 달님인데.
게다가 나도 머리는 허리까지 오고, 청순하게 우는 것(이라고 본인은 주장하지만 때쓰면서 우는 것)이라면 나도 잘... 엥?
내가 왜 저사람의 이상형에 날 끼워맞추고 있지? ...에라, 빙시같네.
"...네~ 그럼 지금까지 강호석!"
"유재순의~"
"생생 토오~~~크 였습니다. 생생토크여~ 여어엉~원하라!"
TV를 껐다. 저런 프로를 하는 걸 보면 요즘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의 수준을 뻔히 알 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도 쇼핑이나 하러 가야겠다. 역시 쇼핑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따라 하얀색이 끌려 하얀색 핫팬츠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가기로 했다.
"유모~오!"
"네, 달님아가씨?"
"아잉 유모~ 자꾸 말끝마다 아가씨, 아가씨 소리 좀 하지 마시랬잖아요~ 그리고 존대도 하지 말라니까..."
"그래도 전 이게 편한걸요... 그나저나 왜부르셨어요?"
"최기사 아저씨한테 차 좀 빼달라고 해주세요. 쇼핑갈거에요~"
"오늘도 가시게요?"
"에이~ 쇼핑은 제 유일한 낙이라는 거, 유모가 제일 잘 알잖아요오~"
"그렇기야 하죠. 그럼 말해놓을게요. 5분있다가 내려오세요."
"네!"
나와 유모의 대화, 혹은 유모의 등장만으로도 눈치를 채신 분이 있겠지만, 우리 집은 꽤나 잘나가는 집(?) 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세진그룹의 외동딸, 김달님이 바로 나니까.
그래서 내 마인드는 딱 이거 하나다. '나보다 잘난 인간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유모가 불러주신 최기사 아저씨의 차를 타고, 우선 명동에서 아이쇼핑을 즐기기로 했다.
평소같으면 그냥 명품 샾이나 한 두개 들려보고 왔겠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이 복작복작 하는 곳에 가고싶어 오게 되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좀 달라지고 싶다. 내가 드디어 미친건가? ... 혹은 벌써 죽을 때가 된 건가?
아직 백마 탄 왕자님도 만나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아이쇼핑을 하다 괜찮은 치마 몇 벌과 후드티를 건지고 최기사 아저씨의 차에 타려고 도로가로 가는데,
뒤쪽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와 무슨 자전거 경적 소리 같은 게 들리더니.
"아악! 내 모자! 내 선글라스!"
하얀 자전거를 탄 어떤 남자가 내 모자와 선글라스를 가져가버렸다! 이런 시베랄! 샤넬에 침발라먹을!
백마탄 왕자님이 아니라 하얀색 자전거 탄 도둑이라니!
그래서 난 쪽팔림을 무릅쓰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그대로 그 하얀색 자전거를 탄 남자를 향해 죽기살기로 뛰었다.
"이런 시베랄 니베랄 지랄 똥에 쌈싸먹을 그지새끼야아! 그 모자 구찌꺼라고!"
하얀 자전거를 탄 남자는 자전거를 탄 채로 두 손을 놓고는 내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더니, 이내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예전에 계주를 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간신히 눈에 보일 정도로 따라잡는것도 힘들었을 게 분명하다.
고로... 난 내 선글라스와 모자를 사수하기 위해 학창시절에 계주하던 실력(그래봤자 20살이지만)을 동원해 계속 달렸다.
"이런 에이발 비발 씨발 띠발! 헉... 허억... 내 오클리 엑스메탈 줄리엣 두카티... 헉... 카본 블랙 선글라스 내놔! 그거 한정판이라서
55만원이라고! 허억... 100%자외선차단에 방탄기능까지 있단말이야!"
그렇게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써가면서 자전거를 따라 쫓아온 곳은 어느 후미진 골목.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는 그자리에 멈춰버렸고, 나도 따라 멈춰버렸다.
그리고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유고슬라비아를 외치며 잡았다고 생각 한 남자가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허억... 헉... 오, 마이... 헉... 갓댐."
아까 TV에서 자신의 이상형은 청순미인형에 눈물을 잘 흘리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자라던 그... 뭐냐... 그래,
밤바다라는 사람이 귀여운 세숫대야를 내 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정말 죄송해요."
"... 허억... 뭐?"
"진짜 극성팬한테 쫓기느라, 모자하고 선글라스 좀 빌릴 수 밖에 없었어요. 지인~짜 죄송해요. 자전거도 얻어탄거에요."
"... 그래서 넌 지금 너의 몸뚱아리를 지켜내고자 내 피같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뽀렸단 얘기니, 지금?"
"... 헐..."
"뭐가 헐이야, 시베랄."
"... 보통 여자들은 제가 이런 표정을 지으며 부탁하면 귀여워 미치겠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던데요? 나 몰라요? 밤바다?"
"뭐? 쓰다듬어? 밤바다? 미쳤니? 내가? 널 알아? 넌 도둑이야!"
"다시 돌려줬으니까 도둑은 아니죠."
"넌 사람 모가지 잘라놓고 모가지 다시 얹어놓으면 니가 모가지 자른게 아니니?"
"... 그건 아니지만..."
"아아... 씨댕스러운 기분이네. 야, 너. 한번만 더 나같은 인간을 발생시키면 넌 연예계에서 졸라리 매장이다."
"...예?"
"... 청순가련 미인형에 울보가 이상형인 밤바다씨?"
난 그런 말을 남겨놓고는 쿨하게 뒤돌아섰다. 그런데 내 어깨를 떡하니 잡고는 살짝 돌려세우는 밤바다.
"나 모른다면서요?"
"아쉽게도 몇시간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만, 유재순 강호석이 나오는 생생 토오~크에서 그쪽을 보고 말았네. 럴수럴수 이럴수가."
"그럼 연예계에서 매장시킨다는 말은 뭐에요?"
"세진그룹 김달님이라고 아니?"
"당연히 알죠! 우리나라에 그 청순한 누나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딱 제 이상... 잠깐, 그럼 설마..."
"이상형이라면서 얼굴은 모르나보지?"
"...이제보니...!"
"알았으면 고옵~게 끄져라?"
"저, 저어... 누나!"
"뭐야?"
"어... 어어... 그러니까아..."
녀석은 주머니를 뒤적뒤적 거리더니, 이내 무슨 분홍색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어 나에게 건낸다.
... 이건... 쓰다 만 양초?
"그러니까아... 이거, 저희 집에 저도모르게 있었던건데요... 그러니까 이거라도 받고 핸드폰 번호 좀 알려주시면 안되나아... 요?"
"참 귀엽게 노네."
양초...? 양초라...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초가 가지고 싶어 그대로 가방에 쑤셔넣었다. 그래도 양초를 가졌으니 번호는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
대충 핸드폰 번호를 끄적여주고는 던지고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까 버린 분홍색 립스틱을 쓰레기통에서 꺼내어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는 아까 놈이 준 양초와 함께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위에 올려놓았다. 둘이 같이 놓으니, 꽤나 어울린다.
피곤해서 한 숨 잠이나 자려고 하는데, 문자메세지가 와서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누나! 있다가 만날 수 있어요?]
갑자기. 꽃분홍색 립스틱이 바르고 싶어졌다.
[끝]
원래 자몽이를 쓰려고 했는데요~ㅠㅜ
아무래도 번외를 한 편 더 써야겠드라구요~ㅠㅠ
다음에는 꼭 자몽이 갑니다!
업쪽을 원하시면 쪽♡ 이라고 남겨주세욜♡
+ 2121년인건 제가 YG라인이어서가 아니구요... 블랙잭이라서도 아니에요...
첫댓글 ㅋㅋ 아이웃겨 얘네는 그럼 본편의 아이들이 이어준거네?
센스있는 애첩...♡
쪽♡ ㅋㅋ이번번외 잘보구 가요!다음 번외 기대할게요~
이번에는 번외 없지요♡ 자몽이 나올거죠♡ 쓰기 귀찮죠♡(...)
두잇두잇츄♡ 난 특별하니까??ㅋㅋㅋㅋ 끼야우 이번 번외 너무 상큼해 미칠,,, 미치진 않았구ㅋㅋㅋㅋ 바다씨 넘 매력적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난 여자....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번외 재밌게 잘 봐써염ㅋㅋㅋㅋ
아ㅋㅋ 두잇두잇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지 너무 특별해서 미칠거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hu - ♥ 뽀렸단 얘기니, 지금 ? <- ㅋㅋㅋ 여기서 완전 뿜었다는 ㅋㅋㅋ 자몽이 얘기도 기대합니다 ㅋㅋㅋ 화이링 ^0^
화이링 감사합니다! 앞으로 DAMO님께서 쓰시는 소설도 기대할게요^^
ㅋㅋ 귀엽네염.. 근데 저애들이 그 오빠 동생 걔네 맞져?
넵! 맞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그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서 됬는데 서로 바뀌었네..ㅋㅋ 누나 동생..
그죠... 바뀌고 말았습니다ㅋㅋㅋ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