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게바치는황녀
[41]
살짝 하늘빛이 감도는 머리와 비슷한 색상을 띠는 드레스를 입고 방문을 나왔다.
"갈까, 신부?"
"후후, 그때와 같군요."
그리고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밖을 향해서.
새장에만 갇혀있는 새에게 얼마없는 자유를 주기위해.
"그때라, …역시 그날인가?"
그의 얼굴에서 내가 말한 그때가 그가 말한 그날과 같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예. 아마도요."
"익숙해져, 에린."
"예?"
"앞으로는 이런일 많을테니까."
아-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에게서 다시 사랑을 들을수 있었다.
하지만 기쁘지만은 않다.
"라한."
"응?"
"미안해요."
"……"
보진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갑작스런 말이라 놀랬겠죠.
"왜?"
이윽고 그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냥요."
"미안해하지말라면서, 자기는 미안하다고 하는건 뭐야?"
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 답지 않게 격동적이라고 느끼고 입을 열었다.
"…난 미안해해야해요, 죽어서도. 하지만 폐하는 아니에요."
"됐어. 그딴말 하지마. 기분나쁘니까."
"…하?"
'기분나쁘니까' 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화가나고 어이 없다기보단 놀라웠다.
아무리 재수없게 굴어도 화내기는 커녕 재미있다는 듯 웃고 넘기던 그가,
저렇게 더럽단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을 하다니.
"안 갈건가?"
하!
어이없는 웃음이 가득 입술을 비집고 나갔다.
지금 삐졌다고 티내는 거지?
"갈겁니다!"
그리고는 그보다 더 앞서서, 도도함이고 품위고 뭐고 다 버리고 오로지 빨리 걷기에만 열중했다.
"하! 지금 도전하는건가?"
-라고 들려오는 그의 말은 내 발을 더 빨리 움직이게 만들뿐.
"제가 감히 폐하께 도전을 하겠습니까?"
"호오- 이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그의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뒤를 살짝 돌아보자
"헉-"
깜짝 놀랐다.
저 오만한 황제가,
나 못지 않을 만큼으로 외관을 중요시 하는 저 황제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내게 할 동작으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
"풉… 폐, 폐하. 천천히 갈테니 제발 그 동작만은 그만하시죠, 풋!"
"그 동작만은 그만하라고? 내 동작이 어때서?"
아아- 저 바보같은 황제는 자신의 동작이 얼마나 웃겼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제 체면상 직접 따라해볼순 없겠네요. 그러니 그냥 무지 웃기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폐하."
"……"
내 말에 그는 진심으로 기분 나쁘단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 표정을 풀고 '하하'거리며 웃었다.
"하하- 내 웃긴 동작에 당신이 웃을수만 있다면. 더 해줄까?"
"제가 사양하겠습니다. 폐하."
"헤에- 그러니까 더 하고싶어지잖아."
이봐, 황제폐하. 지금 당신이 지금 이 장소를 잊고있는 모양인데.
"폐하. 저는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네요. 호호호!"
내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얼굴이 하얘지더니 주위를 휙휙 둘러본다.
자, 황제. 이제 너의 눈에도 보이겠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개진 불쌍한 이들이.
"…일들 안하느냐! 그리고 황후는 뭐하는가! 어서 가지않고!"
"풋, 많이 부끄러우신가봐요, 폐하."
"안가느냐!!"
어머. 저렇게 소리를 빽 질르는 모습이란.
정말 많이 부끄러우신가봐요, 폐하.
"가요, 폐하. 후후-"
어느덧 입에 미소가 걸려있다.
항상 그렇다. 그와 이렇게 있다보면 항상 끝엔 미소가 남는다.
"어디로 갈건데요?"
"흠- 제국의 중앙으로 가볼까?"
그리고 그도 진정했는지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제국의 중앙이라. 거기 뭐 볼게 있는데요?"
"하하- 황후, 농담하는건가?"
농담이 아니건만, 그의 굳어진 표정을 봐 농담이라고 해야 할것같았다.
"예. 농담 맞아요."
하지만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황후된 도리로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좀 하라고."
"음. 왠지 자기 백성들 자랑하러 가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훗- 그렇게 보이나? 영광이군. 도도하신 에린 황후마마께 그런 소리를 듣다니."
"농담이었어요."
잠시간 침묵.
그러다 그가 갑자기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거알아? 방금 당신, 바다로 던져버리고 싶었어."
"어머. 죽을뻔한걸 살려주신건가요?"
"응, 감사해야해."
"예, 폐하. 정말 죽을만큼 감사하군요."
"별 말씀을."
어느새 제국의 중앙, 즉 수도 바란스.
"헤에- 에미넬 제국의 백성은 역시 남달라. 안그래?"
"리헨 국이랑 같네요, 뭐."
사실은 달랐다.
저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꽤 우아한 몸짓들.
리헨 국이랑 같아? 무슨 소리.
"음. 황후도 어쩔때 보면 정말 귀여워."
"어쩔때 보면요?"
"응. 질투나나봐?"
이런. 정곡을 찔렸군요.
"왜 질투해?"
그의 엉뚱한 물음에 얼굴이 찌푸려지려했다.
부러우니까, 질투하는거 아닌가?
"당신도 이제 '에미넬' 소속이잖아. 그것도 높은 서열로."
"아-"
그의 말에, 너무 바보같았던 내 생각과 나에 대한 한심함.
그리고 그에게서 느낀 감동에 의해 눈물이 나려한다.
자꾸만, 그의 옆에 있으면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눈물이 나려고해.
41●황제에게바치는황녀:The End
첫댓글 라한 귀여워요!!!
히히 라한~><ㅋㅋ
라한나이가.... 얼마더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