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에 막 주차하고 내리니 곧 바보가 온다.
그의 차를 타고 덕촌에 가니 이틀 추운 사이에 집안의 물건들을 다 꺼내
서쪽에 수북히 쌓아 두었다.
전에 일한 사람들 흉을 보며 그의 설명을 듣고 싱크대 설치에 대해서도
순천의 일꾼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버지를 퇴원시킨 순주(사돈)까지 부르라하면서 어제 새 차 고사를 지냈다는 동생네엔 미안하다.
먹을 곳을 정하지 못하고 조성으로 가려다가 벌교가 낫다하여 차를 돌려
옛 회정탕 자리에 선 육장갈비에 가 술을 마신다.
성훈이가 관리하는 채동선 선생 생가에 들러 그가 만들어 놓은 가야금을 보고
몇 개 차에 싣고 덕촌에 내려준다.
조성에서 둘이 한잔 더 하고 잔다.
아침에 바보가 출근하고 장모님은 김장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며 나더러
자다가 점심먹고 가라하시는데 회관 가시는 사이 나온다.
월출산을 갈까 하다가 무등을 화순에서 오르기로 한다.
주차금지하라는 도원탐방안내소 옆에 오기로 세우고 산길로 접어드니
10시 50분이 다 된다.
불경 소리가 들려오는 규봉암으로 바로 오른다.
지그재그 돌아가는 길에 계단이 많다.
삼거리를 지나서 700미터 규봉암이 멀다.
산에 자주 가도 오를 때마다 힘들다.
그래서 산에 가는 거겠지. 도사가 되어 날아가거나 힘들지 않다면
산에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규봉암에서 찍었던 걸 또 찍는다.
꽁꽁 닫힌 문이 열리며 여성이 드나들뿐 마당엔 아무도 없다.
하늘이 썩 맑지는 않은데 백아산 뒤로 지리산 반야봉을 가운데 두고 만복대와 천왕봉이 보인다.
백운산 억불봉 줄기도 보이고 가까이 모후산과 옹성산 조계산이 보인다.
바위로 올라기기엔 날이 너무 춥다.
석불암의 관묵스님은 생각만 하고 바로 장불재로 걷는다.
12시가 지나간다. 장불재 대비소엔 산꾼들이ㅣ 완전 겨울 무장으로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대부분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있다.
난 군머리에서 산 김밥 두줄 중 하나를 꺼내고 막걸리를 찾는데 없다.
차에서 배낭에 넣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 막 싸준 김밥이 그리 차지 않다.
배낭에 들어있는 캔맥주를 마시며 김밥 한줄로 점심을 때운다.
입석대에서 내려오는 이들을 비키며 올라가 목책을 넘어 찍어본다.
젊은 여성들이 많다.
서석대에 오르자 천왕종 오른쪽으로 흰눈이 남아 있다.
뒷쪽의 나무엔 약한 설화가 피었다.
서석대 전망대 데크의 나무 한그루가 사라졌다.
오른쪽 끝의 몇 철쭉들은 조금 하얗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일찍 올라오면 하얀 나무를 볼 수도 있겠다.
처음 찬 작은 스패치 고무가 바닥에서 미끌린다.
눈이 약하게 쌓인 바위들이 미끄럽다.
목교에서 방불재를 지나 곅고을 딸 도원마을로 내려간다.
낙엽 사이에 감자인줄 알고 발로 차 보니 작은 야생 배다.'
주변을 보니 깨진 게 몇 개 보인다.
나무느느 키가 커 내가 발로 차도 움직이지 않는다.
야생배가 기관지에 좋다하니 설탕 놓고 차 만들어 보자고 주머니에 넣는다.
출발지로 돌아오니 2시 45분을 지난다.
4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서석대를 잘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