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50회)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춘천을 첨단 대학창업도시로

[재경춘고]

2년 전 방문했던 인구 16만명의 스웨덴 소도시 린세핑. 이곳에 있는 ‘먀르데비 과학단지'에는 모바일, IoT, 미디어, 의료기술 분야 4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1984년 만들어진 이 과학단지의 입주기업으로는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도 많은데 경이로운 것은 이 중 300여개 기업이 세계 대학순위 300위권인 린세핑 대학이 주도한 R&D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성과는 대학과 단지 간의 긴밀한 협력과 더불어 시 당국이 조성한 잘 정비된 창업환경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안으로 눈을 돌려 한양대 에리카(ERICA). 태생부터 산학협력을 지향한 이 학교는 이미 교육, 연구, 산업의 융합교육 메카로 부상해 왔다. 최근에는 캠퍼스 혁신파크로 지정되었음은 물론 카카오 데이터센터까지 유치하면서 안산 일대의 혁신지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성취 이면에는 안산시와의 찰떡 공조가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제는 춘천을 생각해 보자. 춘천은 전통적인 대학도시로 유수한 대학들이 소재해 있으며 최근 들어 개별 대학의 혁신역량도 빠르게 제고되고 있다. 또한 IT, 데이터, 바이오, 의료산업 등이 시와 주변 권역에 산재하면서 이들과의 상호의존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인력 유출의 함정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수도권인 춘천의 지리·환경·학제적 이점을 역으로 활용하고 기업 유치 여건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면 산·관·학 협력을 바탕으로 하여 창업도시로의 발돋움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춘천을 첨단 대학창업도시로 만들자. 대학, 시, 모든 기업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자. 대학들은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필요할 경우 각각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이제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같은 사안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오히려 연대의 힘으로 중원으로 나아가는 사자가 되자. 시정은 당연히 창업 및 경영환경 지원과 첨단기업 유치에 우선순위를 놓고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이슈를 적극 조율해야 할 것이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협력모델을 만드는 촉진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기업 역시 성과를 만들어 가면서 창업도시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 기존 대학시설과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되 땅이 필요하면 모여서 논의해도 될 것이다. 그간 줄 이은 국책사업 유치의 실패와 이로 인한 시민의 자긍심 훼손은 연대의 힘과 역량의 축적으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

국공립대 최초로 캠퍼스 혁신파크로 선정된 강원대의 김헌영 총장은 첨단기술 분야부터 인문·사회 영역을 아우르는 고밀도 도시첨단산업단지 육성에 주력해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기업 300개를 유치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4세대 대학모델 University 4.0을 제시하며 지역과의 공존을 강조하였는데, “스타트업이 뽑은 최고의 창업 Friendly 도시”와 같은 융합사업을 지역과 함께 적극 추진할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춘천에는 전국 최고의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한림성심대도 있다. 이에 더하여 지역을 넘어 도 내외 대학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일 것이다. 이제 모든 핵심역량이 모여 대학창업도시 춘천을 설계하자. 더욱 특화하고 집중하자. 대학과 기업 그리고 춘천의 미래가치를 더 높이는 생태계를 만들자. 그리고 포화된 수도권도 우리가 대신하자. 대학, 지역, 기업의 상생협력이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