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다시 시작하는 장작패기
2023년 11월 9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스무엿샛날
한새벽에 잠시 잠이 깨 바깥에 나가봤더니
밤하늘은 그야말로 장관, 별들의 멋진 향연...
간만에 수없이 많은 별들의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어 넋을 놓고 한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고 곧바로 내 품안으로
안겨 가득 보듬을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 같았다.
이따금씩 잠들기전 저녁이나 잠에서 깬 새벽에
하늘을 올려다 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거나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같았다.
별이 총총하고 쏟아지는 듯한 하늘이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산골은 청정지역이란 뜻일 게다.
수많은 별을 보며 사는 촌부는 호사를 누린다고
해야할까, 아님 특혜를 부여받았다고 해야할까?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지만 별은 찍을 수가 없어
그냥 내 마음속에 한가득 담아놓았다.
잠이 깬 이른 아침, 한새벽에 보았던 그 총명하게
반짝이던 그 별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별들은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저만치 동녘이 밝아오고 있어서
그랬을 게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또다른 아침의
모습으로 대신했다. 아침이면 보게 되는 낯익은
정경이 펼쳐지는 산골은 이제 겨울의 모습이다.
영하 2도의 꽤 차가운 공기, 장독대 위에 언 얼음,
눈이 내린 듯 아스팔 슁글 지붕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 발걸음에 서걱거리는 서릿발이 요즘 산골의
이른 아침 모습이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아침이 오면 '오늘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오늘을 채워볼까?'라고 생각한다.
촌부의 하루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딱히 정해놓은
일이 없어 그때그때 즉흥적인 생각에 따라서 일을
하게 된다. 어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을 했다.
지난 2월초에 단지 정비를 하며 베어낸 벚나무,
느티나무, 자작나무, 주목을 장작 크기로 토막낸
나무를 이서방이 바베큐장 한쪽에 쌓아놓은 것이
생각났다. 모처럼 도끼질을 해볼까 하고 도끼와
새로 산 해머를 들고 바베큐장에 가서 쌓아놓은
나무를 선별하여 꺼내놓고 도끼질로 장작패기를
시작했다. 얼마전 그루터기 몇 토막 쪼갠 것으로
워밍업을 해서 그런지 그런대로 할만했다. 허나
너무 오랫동안 할 수 없었다. 도끼질과 해머질은
온몸을 움직이는 일이라서 힘드는 것은 사실이다.
시나브로 조금씩 하다보면 일이 몸에 붙어 나아
질 것이라서 무리하게 하지는 않았다. 쉬엄쉬엄
하다보니 몇 시간 도끼질로 장작패기를 한 것이
얼마되지는 않는다. 올겨울의 땔감은 충분하기에
느긋하게, 쉬엄쉬엄, 소일거리 삼아 하는 일이라
서두르지 않는다. 쪼갠 장작은 눈, 비, 서리에 맞지
않게 그 자리에 다시 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저녁에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TV중계를 보고
있었다.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지않는 아내가
"바깥 겨울채비는 열심히 다 해놨지만 집안에는
못했네. 커튼 교체해야 하는데 도와주실라우?"
라고 했다.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내
"그러세나!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라고
하며 의자를 가져와 달려있던 하절기용 커튼을
걷어내고 동절기용 커튼을 바꿔서 달아놓았다.
커튼 하나 교체했을 뿐인데 집안 분위기가 완전
다르게 느껴진다.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아내가
수고했다며 찐고구마를 갖다주어 맛있게 먹으며
야구중계를 마저 보았다. 암막커튼 쳐놓은 것이
마치 영화관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굿모닝입니다.^^
살살 하세요
오늘도 멋진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엮어 가세요
근정님!
살살, 슬슬 합니다.ㅎㅎ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부지런도 하셔요
가만히 못있는 성격이라서 그렇습니다.ㅎㅎ
장작을 쌔리 뽀사니깐
뽀식이 신가요? ㅎㅎ
광고회사 시절 알고 지내던
코미디언 이용식氏와 동명이인이라
그 뽀식이 형님 묵인하에 뽀식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합니다.ㅎㅎ
청정자연 속에
별빛과 서릿발
많은 글감도
얻으시고 땔감과
먹거리까지...
자연과 더불어
화이팅입니다.
행복한 밤되세요.
자연에 사는
특혜이며 호사랍니다.
자연은 이래서 좋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