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노란 수박’.
수박 성출하기가 계속되면서 겉이 검은색에 가깝거나 노란색을 띠는 이른바 ‘컬러 수박’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컬러 수박은 구색 수준을 넘어 전체 수박시장의 일정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컬러 수박의 시장 반응과 가격 동향, 앞으로의 전망 등을 알아본다.
26일 유통업계와 종묘업계에 따르면 컬러 수박은 10년 전쯤 국내 소매시장에 본격 등장해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4~5년 전부터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이 상품 차별화를 목적으로 특정 산지와 계약재배 형태로 전속 공급받는 추세다. 컬러 수박이라고 해서 출하 산지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경남 함안과 충남 논산·부여 등 주요 수박 주산지들에서 조금씩 취급하고 있다.
임대현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 대외마케팅부 대리는 “겉이 검은색에 가까운 수박의 경우 일반 시장을 잠식할 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평균 당도가 일반 수박에 비해 1~2브릭스(Brix) 정도 높고 껍질이 얇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의 소비가 꾸준하다는 게 대형마트 구매담당자들의 설명”이라고 임 대리는 전했다.
이런 이유에선지 겉이 검은 수박들은 일반 수박보다 통당 1000~1500원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종자값 자체가 비싸고 발아율이 낮은 등 높은 상품화 비용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종자업계에 따르면 일반 수박의 씨앗값은 200립(알)당 3만원 선인 데 반해, 검은색 계열의 수박은 200립당 6만~10만원을 호가한다.
겉이 노란 수박은 여전히 구색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반응이 많다. 강순철 농협종묘센터 부장은 “종자시장 규모로는 검은색 계열의 수박이 연간 10억원가량, 겉이 노란 수박은 1억원 미만 정도로 추산될 만큼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희소성에 따른 소비 유인 전략으로 활용하기 적합해 대형마트들이 매년 일정량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도 등 노란 수박의 상품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수박 육종 전문가는 “겉이 노란 수박의 경우 당도가 높지 않아 단맛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일부 종자 개발 업체들은 “외국의 노란 수박에 비해선 당도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컬러 수박의 시장 전망은 불투명한 편이다. 최근 롯데마트의 경우 삼성종묘㈜가 개발한 <흑미> 수박을 지난 3년여 동안 계약재배 형태로 공급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해당 산지로부터 전속 공급받지는 않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사는 “10년 전만 해도 컬러 수박의 개념이 전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수박 시장에 부는 색깔 바람은 괄목할 만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수박 육종을 시도하는 주요 종자·종묘업체들 사이에선 색깔보다는 건강기능성, 작은 크기, 얇은 껍질 등에 초점을 맞춰 육종하려는 분위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