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아 우레
五龍/김영근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겐 결정적 시기가 있다
나는 꺼져가는 조국의 숨결이 곧 나의 생명임을 느끼며
그 숨죽인 조국을 다시 일깨우고 싶었다
단지동맹 때 자른 손가락 하나에 날이 서면서
나의 손은 품안에 든 브라우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시월이 저물고 있는 하얼빈의 바람이 나의 이마를 스치며
굳은 결의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아침을 헤집고 저 멀리서 열차 한 대가 꼬리를 끌며
이국적인 경적을 울리며 달려와 섰다
그리고 반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토록 기다렸던 그가
일장기 같은 수염을 휘날리며 역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악대의 연주 소리와 환영인파의 환호 소리가
그에게로 온전히 향했을 때
브라우닝은 품안에서 걸어 나와 나의 손에 차가운 몸을 기대며
따스하게 덥혀주기를 간절히 애원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단지 방아쇠를 세 번 당겼을 뿐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이토가 휘청거리며 쓰러졌고
그것은 나에게는 조국을 침탈하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가 쓰러지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가 내가 기다리던 적이라 단정했지만
그래도 일말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그의 주변에 있는
그일 것 같은 이들을 향해 다시 네 번 방아쇠를 당겼고
네 개의 낙엽이 바람에 날리며 땅으로 육중하게 떨어졌다
나는 품안에 간직했던 태극기를 꺼내 흔들며
마지막일지도 모를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하얼빈 역에 정차해 있는 열차의 경적 소리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꼬레아 우레!
꼬레아 우레!
꼬레아 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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