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a writer. 브로콜린
08
텅 비었던 탕비실에 시끌법적한 말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이 몰렸다. 은오는 그럼, 끊는다란 말로
통화에 마무리를 지었다. 여럿이 있던 무리속에 익숙한 얼굴이 반가이 다가왔다. 웃을때 들어가는
보조개가 매력포인트인 아주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디자인팀의 조아주다. 입사동기에 동갑내기라
파트가 틀려도 친한 사이다. 싹싹하면서 어찌나 쾌할명랑한지 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캐릭터같은
아주다. 야근과 잔업이 많던 마케팅팀과 마케팅팀보다야 페이스가 일정적인 그들은 제법 오랜만
의 만남이다.
동갑임에도 불과하고 20대 초반과 같은 탱탱한 피부와 완벽동안 베이비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녀는
오늘도 앙증맞게 브이넥 인디핑크 원피스를 소화해냈다. 그녀는 키가 작고 아담해서 아무나 소화 못
할 그 옷이 잘 어울렸다.
“누구랑 통화했길래, 내가 들어오자 마자 황급히 끊어?”
“친구.”
“에이, 시시해-”
“그 꼬마하고는 어떻게 됐어? 이번엔 확실히 끝낸다며.”
“말도마. 내가 미쳤지. 그 놈의 술이 문제야.”
“술 먹고 또 사고쳤니.”
“휴- 그 놈이 술내기해서 지가 이기면 계속 만나는거고 아니면 끝내자고.”
“오! 새로운 수법인걸.”
몇 달 전 나이트에서 만났다는 그녀의 애인은 연하다. 구도부터가 남다른 커플의 탄생, 흥미진진한
러브 스토리는 예사롭지 않다. 여성들의 대화에서 중요한 두둔과 호응을 모르는 은오가 진지하게 칭
찬하자 얄미운지 토실토실 살이 오른 볼을 부풀렸다. 아무리 은오가 남의 연애사에 흥미가 없어도 이
커플의 얘기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 까닭은 바로 그녀의 애인이(사실 남자의 일방적 구애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법적
미성년자라는데 있다. 아주의 헤어지잔 말에 이번에는 술내기를 권했다니 정말이지 당돌하기 짝이없다.
제3자로 이건 엄연한 원조교제라고 하는건 만만의 말씀. 풍족한 가정인지 왠만한 이벤트에 선물공세
를 펼치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복인게지. 하기사 아주의 베이비페이스에 그런 꼬맹이가 달라붙는것
도 이해가 갔다. 장단 맞춰 준 아주의 죄도 컸다. 꼬마가 신분을 속여 스물 둘 행세를 했을때는 싱싱
한 영계라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영계가 조금 더 어린 병아리가 됐다고 피눈물을 흘리며 막심한 후회를
했다.
동전의 앞뒤가 다르다는것은 비유해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사람이 달라도 되는것인가. 오늘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성년자는 절대 안됀다, 반드시 기필코 헤어진다 입장을 고수하며 열변을 토하는 조
아주.
은오의 눈엔 알콩달콩한 연애로밖에 보이지 않아 여전히 귀여워 보였다.
“저번에 보니까 괜찮던데.”
“그 괴물이 괜찮아 보이디?”
“훤칠하게 잘 생겼던데. 나이답지않게 어른스러워 보이고.”
“하!하!하! 어른스러워?”
“키도 크고. 체격도 남자답고.”
“확실히 키는 크지. 체격도 좀 남자답고.”
“또 거기다가 회사앞으로 마중나오는 자상함까지.”
“걔가 자상하기는 끝내… 너, 너 지금 누구 편을 드는거야!
친구가 시퍼런 새싹에게 코 꿰게 생겼는데.”
새싹?
어딜 봐서.
은오는 혀를 찼다.
얼굴은 앳되어도 풍기는 분위기에 적어도 스물 다섯은 되보이더구만. 거기다 워낙 동안인 아주의
옆에 서니 많이 잡아봤자 동갑, 내지는 아주가 연하로 보일정도로 듬직했다. 갑작스런 비에 아주를
걱정 해 회사앞까지 마중 나온 사내는 은오에게 넙죽 인사를 했다. 말하는 투나 은오에게 하는 배려를
보자면 철없는 아주를 감싸주는 포용력이 엿보였다. 이래저래 다분히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럼에도 저다지도 거부하는 아주의 본뜻은 그게 아니리라.
한낮 꼬맹이에 진심이 될까 겁이 나는거겠지.
“새싹치고는 너무 크지 않아?”
“아우! 넌 친구가 아니라, 원수야. 내가 기필코 끝내고 만다! 두고봐!”
“어린 싹 자르다간 피본다. 어르고 달래야지.”
“네가 잘못본거라니까 그러네. 완전 이중인격에 초싸이코란 말이야!”
“글쎄다. 싸이코가 그만큼 잘생긴건 처음 봐서.”
아주가 종이컵을 마구잡이로 구겼다. 그녀의 즉각대응은 놀리는 맛이 쏠쏠하게 만든다. 백치미
와 단순함이 맛깔스럽게 배분된 아주는 초등학교때 남자아이들의 놀리기 쉬운 표적이었을것이다.
틀림없다.
“잘생긴거빼고는 없어. 그 놈은, 사.악.하다고.”
아주는 악센트를 부여하며 끝까지 강조했다. 시작은 언제나 아주의 확고한 의지나 번번이 끝은
언제나 꼬마의 승리다.
“누나라고 부르랬더니 그럼 저더러 오빠라고 부르면 누나라고 하겠대. 그럴꺼 아니면 치우란다. 이렇게 미친놈이야!”
확실한건 아주의 머리 위란 것과 보통 이상이라는 것.
“찍찍 반말이나 하다니. 가만안둬.”
“아서. 잘해보라니까?”
“엉덩이를 때려 줄테다, 어린 놈! 흥!”
“아. 그건 좀 무섭다. 네가 장성한 사내 녀석 엉덩이를 때린다니.”
아주의 눈매가 가늘어지기에 은오는 이크- 했다.
저래뵈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화나면 주위를 초토화시켜서 건드리는건 여기까지다.
“로고 시안 나왔어. 여러개 뽑았으니 잘부탁한다.”
“어쩜 그렇게 어색하게 말돌리니, 조아주.”
“은오씨, 저는 회사에 뼈를 묻으려 태어났습니다. 저는 커피를 다 마셨으니 이만 일터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합시다.”
일회용 커피잔을 휴지통에 집어 넣고 돌아가는 아주가 다시 뒤를 돌아 은오를 보았다. 언제부터
일을 좋아했다고. 평일엔 주말을 목빼고 기다리고 주말엔 휴가를 그리던 아주가 일 중독자라니,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주먹을 쥔 한손을 높게 들어 위에서 아래로 파이팅 포즈를 하더니 일, 일, 일 말도 안돼는 콧노래를 부르
는 그녀, 조아주. 여간해서 지치지 않는 캔디같은 아주도 난이도 최상의 문제에 도달했나보다.
**
“아, 살살-”
술도 적당히 마셨겠다. 술기운이 도는 몸은 데일듯 열 기운이 넘쳤다. 뜨거운 불기둥이 우악스럽게
밀고 들어왔다. 은오가 요리조리 허리를 비틀며 낮은 비명을 질렀다. 은오가 권의 머리를 잡았다.
위로 앉은 자세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은오로썬 지금의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잔뜩 흥분한
진권과 좁은 차 안이란걸 감안해야 했다.
맥주바에서 간단한 안주로 가볍게 한잔 하고, 자리를 옮기려 차로 이동 하던 중,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바로 돌진해왔다. 인적이 끊긴 골목은 사람이 올 확률도 적어 안심이었고 안정된 공간이 아니
라 스릴도 있어 가끔 즐겼다.
“아, 살살하라구. 이 멍청아. 아읏-!”
“누구보고 멍청이래.”
이럴때는 최대한 맞춰주는게 최선책이다. 환경이 환경인지라 진권도 다른 날보다 훨씬 더 흥분
해 있다. 은오의 허리 놀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은오의 허리를 잡고 높이 쳐들었다가 일순 내려
찍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은오는 새된 비명과 함께 권의 등을 손톱으로 할퀴어 생채기를 냈다.
그는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친 삽입이 계속되자 마찰이 배가 된다. 질퍽거리는 마찰음이 차시트의 삐걱임이 귓가를 때렸다.
“무식하게! 아앗! 아프다고…”
“좀…참아봐. 윽.”
“아악-”
은오의 허벅지가 진권의 허리에 똬리를 틀자, 목줄기를 따라 진권의 입술이 배회했다.
간질간질 애를 태우고 알맞게 익은 가슴 살덩이를 깨물자 자지러졌다. 혀의 돌기가 상당히 에로틱
하다. 그녀의 달뜬 신음에 진권의 몸놀림이 덩달아 빨라진다. 오싹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전류
와 같은 짜릿한 감각이 지배하자 어둠속에서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던 진권의 눈이 혁혁이 빛났다.
풀려진 팔을 자신의 어깨에 감게 했다. 몸을 바싹 끌어 당기며 보드라운 엉덩이가 진권의 허벅지
에서 흔들거렸다. 권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이번에는 진권의 부드러운 입술이 한움큼 숨을 불어넣
듯 몰려 들었다. 입술과 혀를 한꺼번에 집어 삼키며 주위를 축축히 만들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과 입술 주위를 낼름낼름 핥는 모습이 강아지와 다름없다. 육체적 쾌감은 사고를 마비시키고 혼돈
을 일으킨다. 정신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여 향락을 즐겼다.
**
드디어 새로운 인물이 등장. 조아주와 꼬마(공은황)
연상연하 전개를 무척 좋아하는 제가 번외로 준비하고 있는 커플입니다.
다음회로 비축분 끝. 나 어떡해! 아우.
이제 연재가 아마 늦을지도
…
아주가 너무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