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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그래, 그 말 잘했군.”
“사랑… 한다면서요?”
“난 사랑하고 있지. 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아. 그래서 지옥과도 다름없는거야.”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웃어야했다.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이곳에서 일한지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6년동안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오빠를 만난 순간이었다. 박성혁. 난 그를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되있었다.
“그럼, 이런 방법은 어때요?”
난 그에게 귀를 가까이 대라고 손짓했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귀를 갖다댔다. 난 속닥
거리며 그동안 생각해왔고, 이제서야 실행에 옮길 수 있게된 방법을 말해주었다. 그 방법은
바로… 이혼.
<몇일 전>
“나, 그 여자한테 한 눈에 반했나봐. 어떡하면 좋지?”
“오빠…? 그, 그… 여자가 누군데…?”
“우리 회사 사장의 아내. 엄청 미인이야. 아, 사장이 너네 술집 단골이었지 참?”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했다. 이 남자, 가지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내겐 과분했나보다.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와서, 도와주겠다며 자기네 집에서 살라고 할 때는
언제고… 괜한 착각을 했다. 이 남자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아주 미친 착각.
“그럼 나 좀 도와주라, 연아.”
“어… 어떻게?”
“이혼시켜줘. 응? 아, 이건 너무 과한 부탁인가?”
쓴웃음을 지었다. 싫다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맘대로 되지않았다. 결국… 몸을 팔고 웃음을
팔았던 쓰레기같은 몸을 재활용해야했다. 오빠가 나가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폭포수처럼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먹으로 계속 닦으며 다짐했다.
그 여자가 오빠에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오빠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시 현재>
“오호… 그래도 그건 좀.”
“아니에요. 사장님 아내는 분명 사장님을 사랑하고 있어요. 표현을 못할 뿐이죠. 그러니까…”
“이혼을 하면 그 여자가 날 봐줄거라는, 그 말인가?”
“네! 그거에요. 잘 알아들으셨네~ 내가 여기 6년 있으면서, 겪을거 다 겪은 여자잖아요.
이런 일은 흔하다구요. 제 말대로 한 번 이혼해보세요. 아쉬울건 그 여자에요. 안그래요?”
그가 잠깐 생각에 잠긴듯했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초조하게 물어뜯고 있다가, 고개를 휙휙
젓고 빈 술잔에 술을 따라 그에게 건냈다. 술잔을 받아든 그는 홀짝홀짝 마시다가 내 어깨에
팔을 둘러 날 확 끌어안는다. 속물. 그래, 이 남자도 속물이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거짓말,
내겐 그저 웃긴 일일 뿐이다.
“우리 연이 말을 들으니까,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고민된다.”
“고민할게 뭐있다구. 빠르면 빠를 수록 좋지 않겠어요? 아, 전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그래. 내일 다시 올게.”
“그때까지 맘 정해놔야해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곳 까진 도와드릴테니까요.”
남자가 씩 웃으며 룸을 빠져나갔다. 나가기전 손에 돈을 쥐어주는것도 잊지 않고. 난 신경질적으로
남자가 쥐어주고 간 돈을 바닥에 있는 힘껏 던졌다. 이깟 돈이 뭐라고. 휴우….
“린아. 오늘은 그만 가봐. 나도 마지막 손님 처리하고 갈테니까.”
“알겠어요 언니.”
“그런데 요세 얼굴이 안좋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야?”
웃으며 손을 저었다. 마담언니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고민있는거 같은데. 라고 중얼거리며
룸으로 들어갔다. 고민이라…. 고민이라면 있지. 내 인생을 어떻게 끝내야하는지도 고민이고.
오빠를 갖을 수가 없는것도 고민이고.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방에가서 핸드백을 들고
‘요정’을 빠져나왔다.
* * *
“벌써 와있었어? 퇴근 일찍 했나보네?”
“응. 오늘은… 좀.”
말꼬리를 은근하게 흐리는 오빠가 의심스러웠다. 회사에서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오빠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차려진 저녁을 먹었다.
“어땠어?”
“응? 뭐가.”
“사장말이야. 이혼 할 수 있을거 같아?”
“글쎄… 그저 그래.”
마음같아서는 이혼시키고 싶지 않아. 오빠를 갖고 싶어. 날 좀 봐줘. 오빠의 얼굴을 보며 수없이
속으로 삼켜야했던 말들.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이상 같이있다간 모든 감정들을 들킬
것만 같았다.
“더 안먹어?”
“응. 밥 맛이 없어서….”
“흐응……”
오빠를 보며 한번 웃고, 가운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또 생각에 잠겼다.
눈을 감고 얼굴까지 물에 잠기게 허리를 숙였다.
“뭐하는거야, 연아! 그러다가 죽으면 어떡하려구!”
“콜록콜록…. 아…”
“이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니깐.”
언제 욕실에 들어왔는지, 내 팔을 잡고 욕조에서 일으키는 오빠. 알몸이라 부끄러울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오빠가 하는 말들이 슬프게만 들려왔다.
“이리와. 비누칠 해줄게.”
“됐어, 오늘은 내가 할게…. 나가줘.”
“흐응…… 오늘 정말 왜그래?”
거품을 낸 타올을 들고 오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걸까. 4년동안 정말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걸까…. 고개를 두어번 젓고 피곤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정말?”
“응. 진짜 피곤해서 그래. 아무 이유 없어. 오늘은 손님이 좀 많았거든…”
“알겠어. 그럼 나가있을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
끄덕. 오빠는 그제서야 타올을 내려놓고 손을 씻고 욕실에서 나갔다. 난 다시 욕조에 몸을 담갔다.
따뜻한게… 이대로 자고 싶다….
* * *
“어머~ 사장님 오셨어요? 오늘은 좀 늦게 오셨네요?”
“응. 일이 좀 밀려있어서.”
“생각은 좀 해보셨어요? 그 일 말이에요.”
사장은 밤이 늦어서야 ‘요정’에 찾아왔다. 아마 생각할 시간이 더없이 부족했었나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사장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사장은 말없이 룸으로 날 이끌었다.
“우선… 즐기고 말해주지.”
* * *
사장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죽고싶어…. 우리 둘 다 알몸이 된 상태였다. 난 테이블에 놓여있는
담배를 집어들어 사장에게 건냈다. 사장이 담배를 받아들고 난 그 옆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줬다.
나도 담배를 하나 물고 사장을 쳐다봤다. 이제 말해줄법도 한데, 사장은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번… 해보려고. 우리 연이가 말해준 그 방법.”
“아이, 참. 연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여기선 린이라구요. 본명 밝히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에 뭘.”
담배연기가 룸안을 자욱히 채웠을때, 사장은 담배를 비벼끄고 입을 땠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속 연이라고 부르는 사장에게 불만을 표했다. 인 연. 친해지기 위한 한가지 수단으로 알려준건데 그
뒤로 계속 이 곳에서 날 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사장. 인상을 구기고 린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래두요. 여기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 내가 연이인거.”
“가까운 느낌이니까 좋지 뭐. 아무튼. 오늘 가서 말해봐야겠군.”
“후후, 사장님은 정말~”
사장의 팔을 살짝 꼬집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이제 이 사장한테는 볼일이
끝난 셈이었다. 필요없으니까… 버려야지, 뭐. 담배를 한 개 더 피우고, 룸에서 빠져나왔다.
“어디가?”
“일하러요. 사장님은 얼른 집에 들어가보세요. 전 그럼 이만.”
사장에게 싱긋 웃어준 후, 술집 뒷 구석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우, 담배 냄세. 언니들 여기서 그만 좀 피워요.”
“뭐 어때. 너도 피우면서…. 근데 왜 지금와?”
“화장 고치러 다시 온거에요. 언니들은 왜 여기있어요?”
“그냥….”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담배냄세. 그리고, 담배연기. 하루에 몇 갑씩 피워대는 언니들을 보면
가슴이 찡했다. 나보다 더 오래 여기서 일했고, 더 먼저 몸을 팔았던 언니들. 안쓰럽게 한번 봐주고 화장대
앞으로 가서 화장을 고쳤다.
“여기서 언제쯤 나갈 수 있으려나.”
“나가면 뭐해. 살 곳도 없는데. 그냥 난 여기에 계속 있을랜다.”
“미친. 그러고 싶냐?”
언니들의 대화. 언니들은 나처럼 살 집이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항상 일이 끝나면 이 방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진한 화장으로 내가 아닌거처럼 보일때쯤에서야 방을 나왔다.
* * *
“뭐, 뭐야… 오빠 왜그래.”
“조용히 해. 조용히…”
몇 손님들을 더 상대하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오빠. 술냄세가 역하게 풍겨왔다. 인상을 찌푸리고 왜그러냐고 물었지만, 오빤 계속 조용히 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 * *
“휴우…”
관계가 끝나고 침대에 풀석 누웠다. 오빤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술김에 컨트롤을 못한거 같았다.
한편으론 씁쓸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오빠가 고마웠다. 힘들때 날 찾아줬다는게…. 이불을 덮어주고, 옷을
주워입고 방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흐으.. 흡..”
방에서 나오자마자 주륵 쏟아지는 눈물들. 소매로 눈주변을 박박 닦았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면서
순간적으로 또 슬퍼졌다. 요센 조금만 슬퍼도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어서…. 그렇게 끅끅 울다 지쳐 잠
들었다.
목이 텁텁해서 잠에서 일찍 깼다. 아직 새벽이었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오빠를 위한 꿀물을 탔다.
식탁에 꿀물과 밥, 반찬들을 올려놓고 혹시라도 오빠가 깰까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다. 오늘은 오빠를 보기
힘들거같아서. 핸드백하나 달랑들고 ‘요정’으로 향했다.
“어? 왜 벌써 왔어”
“그냥요. 아직 문 안열었네요?”
“응. 곧 열어야지.”
‘요정’의 뒷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방에서 자고있는 언니들이 하나, 둘 깨기 시작했다. 그중 벌써 씻고 준비를
마친 마담언니가 날 가장 먼저 보고 말을 걸었다. 대충 대답을 해주고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너 무슨 일 꾸미고 있는거지.”
“…?”
“말해 봐, 나한테만. 요세 표정이 너무 안좋다, 너”
“그런거 아니에요. 피곤해서…”
“인 연!”
“언니…….”
마담언니가 인상을 찡그리고 내 팔을 이끌어 의자에 앉히고는 취조하듯이 물었다. 고개를 푹 숙였다.
하여간, 눈치 하난 끝내주게 빠른 언니.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요. 그 남자를 도와줘야해요.”
생각을 끝내고, 다시 고개를 들어 마담언니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마담언니는 기가 찬듯이
날 쳐다봤다.
“우리한테 사랑이라는건 필요하지 않아. 남자들? 하하. 다 속물이지. 그걸 모르는거야?”
“마담언니…”
“결국 우리를 이용하려는거야. 그걸 왜 몰라!”
“왜…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넌 분명 후회하게 될거야…. 분명.”
차가운 눈으로 내게 말하고는 마담언니는 방을 빠져나갔다. 후회… 후회는 지금도 수십번, 수백번씩
하고있는데….
* * *
“린아, 너 찾는 손님~”
“네…”
마담언니가 내게 화를 낸 후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그동안 마담언니와 난 다시 친한 언니동생 사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방에서 아이라인을 그리다가 언니의 부름에 황급히 힐을 신고 또각또각 룸을 찾아
들어갔다. 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건… 사장이었다.
“어? 사장님!”
“하하하…. 잘 지냈나, 우리 연이?”
“사장님이 없어서 못지냈죠. 정말 보고싶었는데… 왜 이제야 온거에요? 그동한 뭐하구….”
사장을 보자마자 성혁오빠가 떠올랐다. 몇달동안 ‘요정’에 나타나지 않았던 사장이 이제서야 날
찾아왔다. 사장이 안오길래 오빠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더이상 도와줄 수 없을거라고
오빠에게 말해버렸는데…. 입술을 질끈 깨물고 사장옆에 앉았다.
“그동안 좀 바빴지. 이혼 일로 법원에도 몇차례 다녀왔고.”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장의 얼굴을 훑었다. 수염도 조금 자라났고… 피곤해
보이는게 정말 이혼하고 온거라는걸 실감할 수 있었다. 미친거 아니야, 이 사장? 한낱 ‘요정’의 계집애인
내말을 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거야?….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아아아…. 그럼 정말 이혼 하신거에요?”
“그래. 했지. 해버렸어, 이혼.”
뺨이라도 내려치고 싶었다. 오빠에게 도와준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도와줄 생각은 아니었다.
사장이 절대 이혼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무턱대고 오빠가 원한 이혼을 해보라고 말한건데…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어지러웠다. 이마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잘하셨어요……. 좀 어지러워서, 먼저… 가볼게요.”
“이리와.”
현기증이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사장이 팔목을 잡고 다시 앉히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난 무슨 일이냐는 눈으로 사장을 쳐다봤다. 제기랄….
“만약에. 아주 만약에….”
“네.”
“아내… 아니, 소영이가 나와 다시 결혼을 해주지 않으면.”
“않으면…?”
“나와 결혼해 주겠어, 연아?”
화들짝 놀랐다. 지금 이 사장이 뭐라고 하는거야?… 전 아내였던 박소영씨가 사장과 다시 결혼해주지
않으면, 나…랑 결혼하겠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그런 소리 절대로 하지마세요!”
“인 연……”
“사장님은, 꼭! 꼭! 박소영씨와 다시 결혼할거에요. 그러니까…… 후. 저, 먼저 가볼게요.”
사장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룸을 빠져나왔다. 씩씩거리며 룸으로 빠져나왔다. 사장도 룸을 빠져나와,
다시 내 팔목을 잡고 돌려세웠다.
“연아, 왜 그러는거야? 뭐 화났어?”
“아… 안 화났어요. 그냥 조금 피곤했을 뿐이에요. 쉬고 싶으니까…”
“휴우. 알겠어. 오늘은 이렇게 가는데, 내일 또 다시 올거야.”
사장이 내 손을 스르륵 놓고 ‘요정’을 빠져나갔다. 하이힐을 신은채로 바닥을 쿵쿵 내려쳤다.
젠장맞을. 되는일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저 사장이라는 작자가 드럽게도 미울 뿐이다.
방에 들어가 담배를 물고 창문을 열어놓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입김도 나고, 얇은 옷차림이라
추웠지만 머릿속은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아우, 짜증나.”
“언니… 왜그러세요?”
“계속 결혼하자고 덤벼들잖아, 덩치 큰 놈이. 몇번 상대해줬더니…”
“그런 일 흔하잖아요. 여자에 미친 놈들. 언니가 참아요~”
마담언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들어왔다. 그 뒤로, 다른 언니 한명도 같이 들어왔다.
왜 그러냐고 묻자, 덩치 큰 놈이 결혼하자고 덤벼든댄다. 아마 돈이 조금 있는 사람인가보다.
담배를 바닥에 그냥 비벼끄고 창문을 닫았다.
“언니, 오늘 저 먼저 가볼게요.”
“벌써? 안돼는데에… 밤 늦게 너 찾는 손님들 되게 많은거 알잖아.”
“오늘만요. 딱 오늘 하루만요.”
“칫. 알겠어, 정말 딱 오늘 하루만이야.”
얇은 옷 위에 겉옷을 걸쳐입고 방 구석에 있던 백을 들고 방에서 나왔다. 눈 쌓인 거리를 하이힐을
신고 걷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어쨌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른 가서, 오빠에게
사실대로 다시 털어놔야 마음이 편할거 같았다. 사장이 이혼했다고…. 하지만 곧 다시 결혼할것 같다고.
*집
하이힐을 벗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완달리 따뜻했다. 겉옷을 벗고, 오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하고 문가까이로 귀를 바짝 붙였다.
“성혁씨………”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문에서 한발짝 떨어졌다. 서, 설마… 벌써?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신발장으로
달려갔다. 벗어놓았던 하이힐을 들고, 거실 곳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내방으로 빨리 몸을 숨겼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집에 데려올 수가 있는거지…?
“들키면 절대로 안돼.”
생각해보면 들켜도 상관없었다. 아니, 들키면 내겐 더 좋았다. 오빠가 여자와 같이 동거한다는걸
알면 박소영의 반응이 어떨까… 참 궁금하다. 아마 오빠와의 결혼은 상상도 못하겠지. 근데 내가 지금
이렇게 숨죽여 숨고있는 이유는 뭘까.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바로 그것. 우선 옷부터 갈아입었다. 그리고 문을 잠가두었다. 아무소리가 나지 않게 방안에서도
조심조심했고, 옆방에서 무슨 소리가 날때마다 움찔해야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만갔다.
“잘가, 소영씨.”
“성혁씨도… 잘있어요. 내일봐요.”
“못 데려다줘서 미안하고.”
“괜찮아요. 요 앞인걸요, 뭐. 그럼 갈게요.”
문 가까이 귀를 기울이고 밖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가놓았던 문을 열어 거실로 나가 성혁오빠와 마주쳤다.
“어…? 어, 언제 와있었어?”
“아까 전에. 성공 했나봐?”
“응. 니 도움이 컸어. 정말 고맙다, 연아.”
“뭘 그런거가지고…….”
오빠의 얼굴을 살폈다.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싱글싱글 웃고있는 오빠. 정말이었나… 그 여자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걸까…….
“자, 잠깐. 오빠 나랑 얘기 좀 해.”
“얘기? 응, 그래.”
“오빠… 마셔.”
“왠일이야, 연이가 술을 다 사주고?”
“그냥. 오빠 오늘 기분 좋잖아.”
맨정신에는 말 할 수 없을거 같아서 근처 포장마차로 대리고 나왔다. 오빠는 히죽히죽 웃으며
내 어깨를 두어번 치고 고맙다고 말했다. 술과 안주가 나오자마자 잔에 소주를 따라 오빠에게
건내주었다. 오빠는 말없이 건내주는 술잔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맛 좋다. 오늘 정말… 기분 좋았어. 우리 결혼 할 수 있을거 같기도 해.”
“정말… 할 생각이야? 오빠, 그 여자는 한번 갔다온……”
“연아. 그런 말 하면 오빠 슬프다. 한번 결혼을 했고, 안했고가 중요한게 아니야.”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시작하는 오빠.
“우린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 못 느끼겠어? 소영씨를 사랑하는 내 마음?….”
“……”
“교회에서 조촐하게나마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살거야. 미안한데, 결혼하고 나면… 같이 못살아.”
“응… ‘요정’에서 살면되…. 그건 걱정마.”
“정말 미안해, 연아. 하지만…… 내 마음, 알겠지?”
모르겠어. 오빠 마음, 하나도 모르겠다구…. 오빠에게 계속 술을 건냈다. 난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맨정신에 대답을 들어야 포기 할 수 있을거 같아서.
“오빠…… 하나만 물을게.”
“으음. 뭔…데?”
“나, 한번도 사랑한 적 없었어?”
“그게… 끅. 무슨…”
“대답해, 어서.”
“……미…안해… 정말, 미안……”
쿵.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해버리는 기분. 이제 모든게 끝난거야……. 난 졌어. 하하하…
절대로 이길 수 없었던 게임이었으니.
“저 남자, 정신 차리면 이 쪽지 전해주세요….”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쪽지와 돈을 건내고, 포장마차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모든걸 끝내고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집
“모두, 안녕이야. 오빠와의 추억들도, 행복했던 기억들도.”
처음 오빠네 집으로 들어갈때 가지고 왔던 짐들을 모두 가방에 챙겼다. 내가 쓰던 것들 모두.
이렇게해서… 이 집에서 내 흔적을 도려내고, ‘요정’으로 향했다.
“일찍 가겠다고 그러더니 왜 다시 와?”
“그럴 일이 있어서요. 저 이제부터 여기서 살게요.”
“흐응…… 안그래도 자리 비좁은데.”
“몇 달만 여기 있을거에요. 금방 살 집 구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온 김에 손님좀 상대해 줘. 우리만으론 벅차서.”
* * *
“아, 사장님 오셨어요?”
처음으로 방에서 언니들과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빠생각때문에 잠을 이루기란
쉽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언니들은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고, 씻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문을 열자마자 날 찾아온 사장과 함께 룸으로 들어갔다.
“저기… 어제, 결혼 일 말인데요…”
“그래. 그게 왜?”
“하고싶어요. 사장님과, 결혼.”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건가?”
오빠를 포기하고 선택한건 사장과의 결혼. 먹고 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굳은 결심을 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사장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거냐며, 하하 웃는 사장.
“마음이 바뀌다뇨. 처음부터 사장님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사장님 아내때문에 마음 접은거라구요.”
조금의 거짓말이 필요했다.
“그렇군… 좋아. 조금만 더 기다려봐.”
“사장님 전 아내분…… 혹시 만나고 있는 사람 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연이와 결혼하는거지.”
“아내를 사랑하셨잖아요.”
“하하하. 사랑은 변하는 거야. 못들어 봤나? 쉽게 쉽게 변할 수 있는게 사랑이지.”
* * *
‘요정’을 그만두었다. 사장이 날 샀고, 그 날 이후부터 사장의 집에서 살게되었다. 사장의
사랑은 변한다는 그 말…. 내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오빠와 연락이
안된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계속 밤마다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띵동.
“누구세요?”
“……나야.”
이 목소리는…. 분명 오빠 목소리다.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어떻게 날 찾아온거지? 오랫동안
연락도 없더니…
“뭐… 마, 마실것 가져다줄까…?”
“아냐, 됐어. 오늘은 그냥 이거 전해주려고 온거야.”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요정’에 갔다왔더니 말해주더라. 아무튼, 이거 받아. 난 이만 가볼게.”
쇼파에 앉아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내 앞으로 뭘 내밀고 바로 집을 빠져나가는 오빠. 뭔가 하고
그 종이를 들고 읽어보면……
“청……첩장….”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아프게 하는 오빠였다. 결혼식 날은… 바로 내일이었다. 나도모르게 눈물이
떨어져서 휴지로 닦고 청첩장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야 하는건지, 말아야 하는건지….
* * *
“마셔요.”
“아, 고마워.”
“사장님. 혹시 전 아내분… 다른 남자랑 결혼해요…?”
그날 밤, 사장이 회사에 갔다 돌아왔다. 사장이 겉옷을 벗고 쇼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내 물음에 어떻게 알았냐는듯이 쳐다봤다.
“알고보니 우리 회사 직원이더군. 세상 참 좁지…. 안타깝게 됬지만, 뭐 별 수 있나.”
“……”
“내일이라던데….”
* * *
“그렇게 준비하고 어딜 가려고?”
“아… 잠깐, 언니들좀 만나고 오려구요. 아주 잠깐이면 되요. 일찍 들어올게요.”
“흐음… 그래.”
결국… 진하게 화장을 하고 교회로 출발했다. 사장은 안 갈 생각인듯 했다. 택시를 잡아
*교회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창밖을 쳐다보며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떨리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들이 엉켜있었다.
“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택시비를 내고, 조금 늦었지만 천천히 교회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결혼식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트를 입은 오빠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영원히… 사랑할것을 맹세하십니까?”
“네!”
“네.”
나도… 그런 맹세라면 수없이 많이 할 수 있는데. 눈물이 눈앞을 가려왔다. 정말 끝인 셈이었다.
첫사랑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다….”
비록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오빠의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 오빠가 행복하다면…. 난 괜찮아.
오빠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세지를 남기고, 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교회를 빠져나왔다.
더 그곳에 있다가는 결혼식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 *
집 앞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옷을 조금 더 여미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두웠던 집 안이 환하게 불이 켜졌다.
“사, 사장님…?”
“나와 결혼해 주겠어, 연아?”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반지를 내미는 사장. 손이 덜덜덜 떨렸다. 이걸… 받아야하는건지,
말아야하는건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내 인생….
“어서….”
“……네. 사장님과, 결혼… 할게요.”
그렇게… 내 첫 사랑은 끝이났다. 그리고, 내게 두번째 사랑이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감자,
눈에서 눈물이 몇방울 떨어졌다. 사장이 반지를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얼마안가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사장에게… 그렇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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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처음엔중편이라도쓸생각으로
끄적끄적썻는데 헐 완결이9편....
그래서결국단편방으로가져왓어요;
첫댓글 헝..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 후덜덜.. 남자의 번외가 궁금해엽 ㅠ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해요! 번외는.....음..생각해보겟습니다~
사장이 연이 진심으로 조아하는거 맞아여? 어케 남자가 머 금방 그러냐?
얼른얼른완결내고싶어서그런것도있지만...저런남자들이아예없는건아니니까요~
아무튼,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번외가 잇엇으면 좋겟는데 ㅠㅠ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해요! 생각해봣는데....번외는무리일거같아요ㅠ.ㅠ헣허ㅓ이런실력으로는정말....ㅠ.ㅠ
난 그 오빠라는 사람보다 사장아찌가 더 끌리네..;ㅂ; 너무 늙은 사람인가요..사장아찌가..? 헤헤헷, 만약이라도 번외가 있다면 사장아찌 번외가 더 재밌을듯! 연이야, 얼른 그 오라버니를 포기하고 사장님가 러브러브를 하던지 뭘하던지 하그라..ㅠㅠ 힘들게 살지말구!! 헷, 작가님 잘 읽었어요~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해요! 네줄댓글 처음받아봐요ㅠ.ㅠ감동이쓰나미처럼밀려오네요ㅠ3ㅠ~~
그 오빠라는 사람도 먼가 사정이 있었을거 같은데... 번외 적어주세요~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해요! 번외.... 안쓰려고했는데... 생각해봐야겠네요!~~
정말 재밌어요!!!
제가 단편 쓸려고 했었는데 넘 잘쓰신것 같아요 본받아야겠어요 ㅠ
재미없는소설끝까지읽어주셔서감사해요! 그렇게잘쓴건아닌데ㅠ.ㅠ..정말못썼다고생각해서;..아무튼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