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41) - 내 큰 탓이로소이다
눈 많이 내리고 날씨 추운 가운데 긴 설 연휴 지나고 분주한 일상이 시작된다. 모두의 소망처럼 더 밝고 아름다운 날들로 이어지라.
눈 내린 설날의 창밖 모습
연휴 동안 가슴 졸인 사연, 설 전날(28일)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에 갑작스럽게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승무원과 승객들의 차분한 대처로 큰 화를 면하였지만 한 달 전의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때에 접한 아찔한 뉴스가 불안하다. 가슴을 쓸어안기 바쁘게 바다건너 들려온 또 다른 참사, 설 다음날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소형여객기와 군용헬기가 공중에서 충돌하여 두 비행기 탑승자 전원(79명)이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미국 비행기충돌사고 보도내용,
‘여객기-헬기 충돌 “생존자 없어”…한국계 피겨 유망주도 탑승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 후 추락했다. 소방 당국이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추락 여객기에는 한국계 10대 피겨 유망주 등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코치가 다수 탑승하고 있었다. 헬기와 충돌 후 추락한 여객기 동체는 뒤집힌 채로 3곳의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
미국 소방 당국은 여객기 64명, 헬기 3명 등 탑승객 67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비극이라며 기자회견 시작 전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그러나 사고 책임은 이전 정부로 돌리면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사 정책 탓에 연방항공청에 능력이 부족한 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연례 야간 훈련 중 비극적 실수가 있었다며, 즉시 국방부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2025. 1. 31 KBS 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톤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포토맥강에서 수색대가 추락한 여객기의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행사고 뿐이랴, 도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대형 참사와 각종 재난이 불안을 증폭시킨다. 연휴 중 TV로 감상한 역대 최대해난사고를 다룬 영화 타이타닉(1912년 4월 12일 대서양 해상에서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에 전율하기도. 언제 어디서나 재난과 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재발방지에 더욱 힘쓸 일, 앞의 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고의 책임을 이전정부로 돌리는 것이 씁쓸하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책임전가의 전형인 듯 느껴지기도.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새긴 명패를 내건 이 누구인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𝙏𝙝𝙚 𝙗𝙪𝙘𝙠 𝙨𝙩𝙤𝙥𝙨 𝙝𝙚𝙧𝙚)” 이는 1945년 취임한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의 집무실 책상 명패에 적힌 글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이 문구의 정신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여러 사람을 다루다보면 상을 줄 사람, 책임 질 사람, 공을 돌릴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 이를 주는 것이 적절할까, 나의 생각은 이렇다. 상은 부하에게, 공은 상사에게, 책임은 내가. 책임질 자세를 가져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임을 다른 이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 책임전가(責任轉嫁, 남에게 책임을 떠넘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천주교에서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고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우리도 내가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