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실에 방문한 손님에게 늘 동절기면 난로에 끓고 있는 차를 대접했다.
몇 일 후,
그 분이 조그만 봉다리를 내민다.
전에 마신 차가 고마워서 신경을 썼단다.
헛개열매였다.
까보니 윤기흐르는 열매가 들어있다.
껍질은 주전자에 넣어 끌여먹고 씨앗만 50과 쯤 남는다.
인터넷 뒤져보니 헛개열매는 밀납질이 두꺼워서 발아하는 데 전처리가 필요하단다.
'농황산에 3~40분쯤 넣구 저어주고 물에 씻으면서 비벼줘 약품과 밀납질 벗겨낸다.
그리고는 3~4도의 온도로 5~6주 정도 저온처리를 해야한다.
그리고 심기 전에 락스로 소독 후 심는다.'
이 거 쬐끔 있는 거 가지고 황산 사기도 그렇고 ~~~~
옳지!
화장실 청소용 35% 염산으로 처리했다.
1시간 정도~~~~
황산이나 염산이나 밀납질을 녹여내는 건 마찬가지 지 싶다.
그리고 물에 담궈서 불렸다.
접사를 했더니 처음 때 보다 많이 불은 거 같다.
저온처리는 뭐 이 거 딴 분 얘기가 겨울에 땄다고 하니 자연에서 처리가 된것이 아닌가????
이렇게 처리한 헛개씨앗,하수오 씨앗,천화분 씨앗을 가지고 토요일에 고향으로 내달렸다.
창고에 도착해서 뚝을 살피니 내 소유의 땅이 접해있는 40여 미터만 빼고 모두 불을 놓아 새까맣게 탓다.
내가 갈 때마다 심어논 나무 다죽인다고 했더니 이 구간만 빼고 불을 놓은 것이다.
불이야 시골에서 놓을 수 있지만 감나무, 은행나무,두릅나무를 모두 불싸지르니 화가 안날 수가 없다.
우선 뚝 윗쪽에서 부터 아래로 덤불을 훑어 내렸다.
"앗 따가워 ~"
멍석딸기 줄기가 사정없이 허벅지에 사인을 해댄다.
가뜩이나 미세먼지주의보다 뭐다 하는 데 먼지는 엄청난다.
날이 가물었으니 더욱 심하다.
목이 컬컬하고 콧속두 쌔콤하구~~~~~~~~~
학 퇘!!!!!!!
나의 창고가 천변에 있어서 천과 뚝이 경계이고 뚝에는 포장된 농로가 나있다.
안쪽은 불의 피해를 안 받으니 그런대로 나무들이 건재하다.
감나무,매실,모과,헛개,소나무,접골목,붉은가시오기피,두릅,꾸지뽕~~~~~~~
가짓수는 오라지게 많네~~~~~
덤불을 끌어내리고 있는 데 이장 아버님이 오셔서 불을 놓아 주신다.
항렬로는 조카뻘이지만 한 참 연배시다.
활활 타는 붉꽃이 황홀하다.
이 맛에 불을 놓는가 보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팻말을 설치해 놨지만 가까이 사는 노인네들이 안하무인다.
밤송이,콩대, 들깨대 ~
지저분한 건 모두 여기다 버렸다.
그 뿐인가 헌 물통 께진 고무다라이~~~~~~~~
감나무도 가지가 무성하고 키만 크다.
전지를 했다.
모과,매실도 전지를 했다.
원래 호박구덩이와 과실나무에 두엄을 내려 했는 데 집안 형네 두엄탕이 허전하다.
형이 돌아가시고 소들을 모두 내다 팔았나보다.
구덩이만 만들고 뒷편에 있는 적하수오 뿌리 두어개 뽑아서 고향집으로 향했다.
묶은 풀 뽑구 망초도 캐내고 골을 파고 헛개씨앗을 파종했다.
작년에 곰보배추가 보이더니 몇 포기 늘어났다.
집안에 세입자는 어디 갔는지 인기척이 없고 마당에는 잡초며 쓰레기가 나딩군다.
'허허~~~~이 거 사람 사는 게 맞나?????'
하수오 씨방도 속을 비워내고 껍질만 외롭다.
마당 한 켠에 솜털달린 씨앗이 여기저기 보인다.
흙으로 쓱쓱 덥어 줬다.
작년에 모종한 걸 옮겨심기를 못했더니 씨방을 달고 있는 것이다.
뒤꼍을 가보니 참나무,감나무 가랑잎이 한 뼘은 쌓였다.
'젠장! 이 거 눈에 안보이는가?????'
눈삽과 싸리비로 모조리 치우고 덤불은 개울로 가져다 불지르고 ~~~~~
'오늘 밤 잘하면 지도 그리것네~~~~~~~~~
마당 수돗가에 철퍼덕 앉아 고무다라이 뒤집어 밥상을 삼아 점심을 먹었다.
보온통에 끓여온 물로 컵라면을 불리고 김치와 찬밥 한덩이, 호박즙 한팩,바나나 두 개에 믹스커피 한 개~~~~~~~~~
작년에 파종한 하수오를 파보니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다래덩굴도 대충 정리를 했다.
올해는 제법 그늘막이 제구실을 할 거 같다.
마당에 난풀도 괭이로 캐고 비로 쓸어냈다.
'으메~ 징한 거~~~~~~ '
작년에 난풀이 말라 있는 데 사람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다시 산소로 이동해서 집에서 가져온 하수오 씨방을 여기 저기 묻었다.
천화분도 심고, 적하수오도 두어 군데 심고~~~~~~~~
늘 일을 해보면 마음 먹은 거 만큼 안된다.
두엄도 못내고 ~~~~~
일 끝나고 산 한 바퀴 돌려구 했는 데 아침에 너무 힘을 썼더니 피로가 몰려온다.
시간은 없구 할 일은 많다.
다음에 하리라~~~~~~~~~
산에 갈 시간을 조금만 할애하면 쉬운 걸 그 걸 못하다니 뱜바우도 참 못났다.
첫댓글 고생이 많습니다..^^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