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조화기(Air Handling Unit)에 대하여

실내공기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장치로, 보통 냉방장치라고 부른다. 프레온 가스 등을 이용하여 액체가 증발할 때 주위에서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시원하게 기온을 유지한다.
흔히 냉방장치(冷房裝置)라고 하나, 정확히는 공기조화기라고 해야 한다. 일정한 공간을 인간이 활동하기에 알맞은 온도 ·습도 ·기류(氣流) 분포로 조절하고, 동시에 공기 속의 먼지 등을 제거한다. 쾌적한 실내온도는 인간의 감각에 의한 것으로 미묘하나, 여름철에는 외기(外氣)와 기온차가 5~6℃ 정도이고, 실내온도 25~29℃, 습도 60~70%, 겨울철에는 실내온도 18~21℃, 습도 55~70% 정도가 좋다고 한다.
원리는 냉동기 ·냉장고처럼 액체가 증발할 때 주위에서 열을 빼앗는 증발열을 이용한 것으로, 냉매로는 저온에서도 증발하기 쉬운 액체가 사용되는데, 보통 프레온 가스가 사용된다. 기본 구조는 밀봉된 철제용기 속에 전동기와 압축기를 직결시키고, 전동기로 압축기를 회전시켜 냉매를 압축한다. 압축기에는 왕복운동식과 로터리(rotary)식이 있다. 응축기는 구리 파이프 표면에 알루미늄 핀(pin)을 장치한 것으로, 냉매가 가진 열을 공기 속으로 발산시켜 냉각 액화하는 작용을 한다. 캐필레리튜브(모세관)는 응축기에서 나오는 고압의 액상(液狀)냉매를 압력을 낮추어 다음 증발기에서 증발하도록 하는 장치이며, 안지름 1mm 정도인 가는 구리 파이프이다.
증발기의 구조는 응축기와 거의 같으며, 압축된 냉매는 여기서 증발하여 주위에서 열을 빼앗는다. 따라서 증발기 표면에 접촉한 공기의 온도는 내려가고, 공기 속의 수분은 증발기의 표면에 물방울이 되어 제거된다. 송풍기 계통은 능률적으로 열교환을 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공기를 보내는 것이다.
형식에는 대형 건물에 사용되는, 주요 장치를 중앙에 놓고 그 곳에서 덕트(duct)로 각 실내의 냉 ·난방을 하는 중앙집중식이 있다. 그리고 가정 ·사무실 등에서 사용되는 소형의 유닛식이 있는데, 이것은 설치방법에 따라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눈다. 본체가 일체로 되어 있으며, 창 ·벽에 장치하고, 캐비닛의 후부를 실외로 내어 응축기를 외기에 의해 냉각하는 윈도형과, 실내쪽에 증발기와 송풍기를 넣은 쿨링유닛을 놓고 실외쪽에 압축기와 송풍기를 넣은 유닛을 놓아 이 사이를 냉매를 보내는 파이프로 연결하여 사용하는 스플릿형이 있다. 또 사무실과 같은 마룻바닥에 설치하는 대형의 것에는 응축기에 의한 열의 발산에 냉각수를 사용하는 패키지형 등이 있다.
공기조화는 온도의 변경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습도조절, 공기정화, 기류조정 등을 적당한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므로, 단지 실내를 덥게 하거나 차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겨울에 난방기로 실내를 따뜻하게 하면 상대습도가 떨어져 목이 마르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가구나 벽지를 손상시키는 일이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물을 끓여서 공기 속에 수증기를 공급하는데, 이것으로 볼 때 겨울의 공기조화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능력 이외에 습기를 공급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여름에는 이와 반대로 습기를 제거하여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실내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기나 공기정화도 필요하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부분의 공기조화장치는 실내로 보내기에 적합한 공기를 만드는 공기조화기를 갖춘다. 공기조화기는 보통 공기 중의 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여과기, 공기를 냉각시키는 냉각기, 감습하는 감습기(減濕器), 가열하는 가열기, 습기를 더해주는 가습기, 실내로 송풍하는 송풍기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만들어진 공기를 조화공기(調和空氣)라 하며, 이것은 덕트(導管:air duct)를 통해서 실내로 보내어진다. 실내로부터 밀려나가는 공기의 일부는 외부로 배출되고, 일부는 별개의 덕트를 통해서 공기조화기로 되돌아가 외기와 혼합되어 다시 조화공기가 되어 실내로 보내진다. 내부에 냉수를 통하게 하는 냉각코일, 노즐로부터 냉수를 분무시키는 공기세척기는 공기를 냉각하기 위한 장치이며, 공기를 이슬점 이하로 냉각해서 절대습도를 내릴 수도 있으므로, 감습기라고 총칭한다. 감습기에 보내는 냉수는 냉동기에 의해서 냉각된다. 냉각코일에는 냉수를 보내는 대신에 액화냉매(液化冷媒)를 보내서 코일 내에서 기화시킬 때도 있다.
공기세척기는 또 공기 속의 먼지를 제거하는 외에, 비교적 온도가 높은 물을 분무해서 가습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상온의 물을 분무할 때 그 가습량은 공기온도에 따라 정하여지므로, 가습량을 제어할 목적으로 그 앞에 놓는 가열기를 예열기(豫熱器)라 하고, 실내에 송풍하는 공기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 뒤에 놓는 재열기(再熱器)와 구별한다. 가열기의 열원으로서는 증기 ·온수 ·전력 등이 이용되며, 증기나 온수를 만드는 보일러의 연료로서는 중유나 석탄이 많이 사용된다.
이와 같이 공기조화기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며, 목적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된다. 또 공기조화장치 전체의 구성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공기조화를 하려는 방이 하나만 있을 때 1개의 공기조화기를 놓고 그 방의 온도를 내리려고 할 때는 찬 공기를, 올리려고 할 때는 더운 공기를, 습도를 올리려고 할 때는 습한 공기를, 습도를 내리려고 할 때는 건조한 공기를 보내도록 제어하면 되는 것으로서, 여기에 그 방에 적합한 공기를 몰아내는 구멍을 접속하면 공기조화장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공기조화를 하려고 하는 공간은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햇볕이 잘 들어 더운 부분도 있고, 그늘진 추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경과해서 태양의 위치가 변화하면, 몇 시간 전에는 덥던 부분이 추워지고, 춥던 방에 해가 들어 더워지는 일이 있다. 큰 회의실은 만원일 때는 무덥고, 사람의 수가 적을 때는 춥게 된다. 호텔의 객실에는 계절이 각기 다른 나라의 사람이 투숙하므로 그 중의 어느 한 방을 기준으로 조화공기를 만들어도 모든 방의 투숙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각각의 방에 적합한 상태의 공기를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 밖에 소음 ·경제성 ·외관 등도 고려되어, 각종 방식의 장치가 사용되고 있다. 공기조화방식을 크게 나누면 개별식과 중앙식의 2가지가 있다. 중앙식은 다시 전공기식(全空氣式)과 수공기식(水空氣式)으로 분류된다. 개별식은 각 실마다 전용의 공기조화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서, 주택이나 사무실 등에서 여름철에 사용하는 룸쿨러, 작은 음식점 ·다방 등에서 볼 수 있는 패키지형 공기조화기가 그 예이다.
이에 대해서 중앙식은 2개 이상의 방 전체에 대하여 1개의 큰 공기조화기로부터 조화공기를 배분하는 방식으로서, 현재 대규모의 건축물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이것이다. 그 중 전공기식은 여름철에 조화공기만으로써 실내를 소정 온도까지 냉각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고, 수공기식은 주로 냉수에 의해서 실내공기를 냉각하여 실온을 저하시키는 방식이다.
규모가 큰 사무실 ·빌딩 ·호텔 등에 많은 것은 유인(誘引) 유닛방식과 팬코일유닛방식이다. 이 2가지는 공기조화기로부터 조화된 공기를 각 실에 보냄과 동시에 냉수 또는 온수, 때로는 그 2가지를 보내어 실내에 설치된 유닛에서 그 방에 적합한 상태의 공기를 만들어서 불어넣는 방식으로, 수공기식에 속한다. 이 2가지 다 그 내부에 코일이 있으며, 여기에 냉수 또는 온수를 보냄으로써 공기를 냉각 또는 가열할 수 있다.
팬코일유닛은 소형의 송풍기를 내부에 갖추고 있어서 실내공기를 순환시키며, 유인유닛은 송풍기를 설치하는 대신에 공기조화기로부터 보내지는 공기를 유닛 내에 고속으로 뿜어내어 실내공기를 유인하여 동등한 효과를 가져오도록 한 유닛이다. 냉수 ·온수를 교대로 보낼 때는 송수관과 환수관(還水管)의 2개의 관이 있으면 족하지만, 냉수 ·온수를 동시에 보낼 때는 2회로 4관(管)의 배관이 필요하며, 이것을 4관식이라고 한다. 환수관을 공통으로 해서 그 배관을 하나로 줄일 수도 있다. 이 배관방식을 3관식이라고 한다. 3관식은 4관식에 비해서 설비비는 적게 드나, 사용비는 더 많이 든다. 이에 대하여 1회로의 배관방식을 2관식이라고 할 때도 있다.
유인유닛방식은 2관식이라도, 공기와 물의 온도를 일정한 계획에 따라서 조정함으로써 3관식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공기가 실내의 적당한 습도와 청정도(淸淨度)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냉수와 온수가 온도를 조정하고 있다. 전공기식에는 각 실에 한 상태의 공기만을 보내는 단일 덕트방식과 덕트를 2개씩 각 실에 유도하여 냉 ·온 두 종류의 공기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서 실내로 보내는 이중 덕트방식이 있다.
단일 덕트방식 그대로는 각 실마다의 온도조절이 안되므로, 항상 찬공기를 보내서 각 실에서 증기 또는 온수로써 이것을 적당한 온도까지 가열해서 보내는 터미널 난방방식도 있으나, 음악당이나 영화관에서는 객석을 주된 대상으로 생각하여, 여기에 부수되는 로비 등은 중요시하지 않고, 단일 덕트방식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이중 덕트방식은 다른 방식에 비해서 덕트를 설치하는 공간이 커지는 등의 이유 때문에 실제로 이용되는 예는 드물다. 조화공기를 보내는 덕트는 그 내부의 풍속을 크게 하면 같은 풍량을 보내는 데 적은 단면적으로도 괜찮으므로, 소요되는 공간이 적게 된다. 일반적으로 풍속 15m/s 이상으로 송풍하는 덕트계(系)를 가지는 공기조화장치를 고속덕트방식, 그 이하인 경우를 저속덕트방식 또는 보통덕트방식이라 한다.
건물 전체의 경상비를 생각하면 고속덕트방식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소음의 처리와 덕트의 설계가 저속덕트방식에 비해서 복잡하다. 한 건물의 공기조화는 중앙식을 채택하여도 공기조화기가 1대만 있으면 족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대규모의 건물에서는 수십 대의 중앙식 공기조화기가 설치되는 일이 있다. 이것은 공간에 따라서 사용목적도 다르고 장치를 운전할 시간도 다르므로, 각각의 공간에 적합한 방식이 선택되고, 제어하기 쉽도록 분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