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재마전(車在馬前) - 수레를 말 앞에 두어 따르게 하다, 기초를 튼튼히 해야 잘 할 수 있다.
[수레 거(車/0) 있을 재(土/3) 말 마(馬/0) 앞 전(刂/7)]
수레를 맬 때(車在) 말의 앞에 놓았다가는(馬前) 앞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글자만 보고서는 예전 택시업계의 반대로 좌초됐던 ‘타다 금지법‘때 화제가 됐던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연상시킨다.
1865년 마차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심에서 자동차의 시속을 제한하여 발전이 뒤처졌다는 법이다. 하지만 이 성어는 잘 달리는 수레의 뒤로 경험 없는 말을 매어 따르게 하면 차츰 길들여져 잘 끌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사람도 초보적인 작은 일에서부터 훈련을 거듭한 후에 본업에 종사해야 잘 할 수 있다는 비유로 중국의 문물제도와 예절이 담긴 ’禮記(예기)‘에서 나온 말이다.
예기라 하면 四書五經(사서오경) 중의 大學(대학)과 中庸(중용)이 처음 이 책에 포함된 것으로 유명하다. 가르침과 배움의 뜻을 담은 學記(학기)편에 실려 있는데 ‘옥을 다듬지 않으면 쓸 만한 물건이 되지 못한다’는 격언 玉不琢 不成器(옥불탁 불성기)도 앞부분에 나온다.
남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단지 많이 암기하는 記問之學(기문지학)만 가지고서는 참된 깨달음이 없어 좋은 스승이 되지 못한다며 묻는 자의 뜻을 잘 헤아려 깨우쳐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아지가 처음 수레를 끌 때 뒤에서 따라오게 하는 것을 포함해 살펴야 하는 세 가지를 들고 있다.
그 내용은 선대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업을 말하는 箕裘之業(기구지업)을 설명한 부분부터다. 티끌을 골라내는 키(箕)와 털가죽을 안에 댄 갖옷(裘)을 만드는 명장이 되려면 먼저 배울 것을 말한다. ‘훌륭한 대장장이의 아들은 반드시 갖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훌륭한 궁장의 아들은 반드시 키 만드는 일을 배운다(良冶之子必學爲裘 良弓之子必學爲箕/ 양야지자필학위구 양궁지자필학위기),
망아지에 처음 수레를 끌게 할 때는 반대로 수레 뒤에 매어 따르게 한다(始駕者反之 車在馬前/ 시가자반지 거재마전).’ 언뜻 보기엔 관계없을 듯하지만 모두 기초에 해당하니 잘 익혀야 명수가 되고 학문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일을 할 때 단계를 뛰어넘어 성과를 이루게 되면 초과달성이라며 모두 칭찬한다. 이런 사람이 더 앞으로 나아가다 난관에 부닥치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를 차근차근 밟은 사람은 비록 성과를 천천히 내더라도 실패하지 않는다. 마차의 뒤에 말이 따르게 한 것은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라 앞의 경험 있는 말에게서 배우라는 뜻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