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자 뷔
최 병 창
통닭집에서
집 나간 아내를 찾는다는
통문을 돌리다가
인물 좋은 통닭을 만났지만
안심하고 마음 놓을 처지는 아니었다
침을 꿀꺽하고 참으면서
진종일 노래만을 불렀다니
행여나 아내가 찾아올까 무서워서
일찌감치 꼬리를 내린 것은 사실 아닌가
손수레가 사람을 밀치며 지나가고
그 아래 앉은 채로
졸고 있는 고양이의 모양새가
아내보다 나을 것도 같은데
통닭 좋아하는 아내는
아무래도 돌아올 것 같지 않아
통닭집을 서너 바퀴 돌았지만
인물 좋은 통닭은 이미 팔리고 없었다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내여, 부탁이 노니
제발 돌아오지 마시게나
이윽고
아내 보다 먼저 찾은
고양이,
신출귀몰 통닭의 달인이었다.
< 2007. 03. >
*데자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 반대말로
미시감(未視感 처음 같은 감각), 자매뷰 (jamais Vu.
결코 본 적이 없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