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18〉
■ 기항지 寄港地 2 (황동규, 1938~)
다색(多色)의 새벽 하늘
두고 갈 것은 없다, 선창에 불빛 흘리는 낯익은 배의 구도(構圖)
밧줄을 푸는 늙은 뱃군의 실루에트
출렁이며 끊기는 새벽 하늘
뱃고동이 운다
선짓국집 밖은 새벽 취기
누가 소리죽여 웃는다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누가 소리죽여 웃는다
아직 젊군
다색(多色)의 새벽 하늘.
- 1968년 시집 <평균율> (창우사)
*또 다시 겨울비가 내리면서 다소 포근하던 날씨가 영하로 돌아가 추워진다고 하는군요. 올해 겨울은 유난히 겨울비가 많이 내리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불가의 요즘입니다. 그래도 우리 같은 백수들에게는,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느긋하고 편안하게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한편의 詩를 읽을 수 있는 여유, 아니 특권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詩 작품들 중에서도 오늘의 詩는 다소 난해하고 골치 아픈 내용을 품고 있으므로 정신을 가다듬고 읽어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마는.
이 詩는 오래전 소개한 <기항지 1>에서, 저녁 무렵 기항지에 도착해서 쓸쓸한 항구의 풍경을 묘사한 데 비해, 여기에서는 배가 출발하는 힘차고 밝은 아침 항구의 모습을 절제된 시어를 통해 생기 있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시 말해 항구에서 머물며 혼란한 시대의 가치관이나 삶의 의미에 대해 방황하고 고민을 하며 나름의 성찰을 하다가, 과거의 아쉬움과 미련을 떨치고 새롭게 출발을 다짐하려는 자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겠습니다. 시인은 아마 새벽에 뱃고동을 울리며 힘차게 출범하는 기항지의 풍경에서 그것을 발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다짐들을 문장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새벽하늘을 다채로운 색이라는 ‘다색(多色)’으로 언급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를 암시하고 있느 점입니다. 또한 ‘두고 갈 것은 없다’라며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는 표현이나 창창한 미래를 의미하는 ‘아직 젊군’이라는 말 등이 그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그런데… 아마추어인 우리가 보기에는 해설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