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42) - 모두에게 필요한 유머감각
봄기운을 전하는 입춘이 지났건만 여러 날 째 매서운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설과 한파경보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밤에는 인근 지역(충주 서북쪽 22km 지점)에서 진도 4.2(곧 이어 3.1로 변경)의 지진이 발생하였다는 안전안내문자가 뜨는 등 일상이 어수선하다. 이런 때 날아온 꽃모습이 그윽하고 지면으로 접하는 춘색이 고아하다.
봄을 찾아 온종일 헤매었어요/ 산으로 들로 아지랑이 속으로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매었어요/ 지친 걸음으로 집에 돌아 와
문득 코끝을 스치는 매화향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지요
뜰 앞 매화나무 가지 끝에서/ 봄은 이미 피어나고 있었어요(인산의학저널 2월호에서)
한겨울 추위를 이기고 곱게 피어난 다압면 매화 꽃망울 /사진-광양시
계엄파동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건만 정국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트럼프 취임으로 요동치는 국제정세도 예측불가의 격랑에 휩싸일 때 민초를 다독일 묘약은 무엇일까.
추운 날씨에 바깥출입을 삼가고 소일하는 일과는 독서와 TV시청이 큰 몫, 어제 오전에 아내와 함께 교양프로그램을 보던 중 패널로 참가한 코미디언의 재치에 잠시 웃음꽃을 피웠다. 건강을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의 주강사가 다산 정약용의 이름을 들먹이자 대뜸 끼어든 코미디언의 멘트, 어머나 저와 호가 같네요. 잠시 어리둥절 하는 새 아내가 냉큼 저 분 다섯 아이의 엄마라고 귀띔을 한다. 아하, 다산의 호와 다산경력의 자신을 일치시킨 위트와 순발력이 뛰어나구나. 이를 재빨리 새겨들은 아내도 나보다 한 수 위. 유머와 위트가 삭막한 세파를 견뎌내는 윤활유인 것을. 아내의 육아지론, 공부 잘 하는 것보다 유머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분의 견해는?
* 때에 맞게 접한 토픽, 유머를 중요덕목으로 다룬 미국대통령의 사례를 살펴보자. 삭막한 우리네 지도자들에게도 필요한 요소인 것을 새기며.
‘대통령의 유머
The Captain von Trapp in the White House(백악관의 폰트랩 대령), 언제나 화난 표정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뉴욕타임스가 붙인 별명이다. 폰트랩 대령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딱딱한 표정의 남자 주인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되자 미국인들이 걱정하는 것이 있다. 유머 능력제로의 대통령을 봐야 한다는 것, 유머를 중요한 삶의 요소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상대국 정상들은 유머 공부를 철저히 한다. 미국 대통령이 던지는 농담에 웃는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다. 필살기 농담을 준비해가는 정상도 많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 유머 한 구절을 넣기 위해 할리우드 작가들을 동원해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유머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Humor is a tool for building bridges with people.”(유머는 국민과 이어주는 다리를 놓기 위한 도구다.) 근엄이 중요한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유머가 별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웃긴 대통령이 환영받는다.
“If I were two faced, would I be wearing this one?”(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있겠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심각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장난기 넘치는 유머 실력을 갖췄다. 대선 토론 때 상대 후보가 당신은 두 얼굴이라고 공격하자 이렇게 답했다. 위선적이라는 의미의 two faced(두 얼굴) 공격을 외모적 의미의 얼굴로 바꿔 비껴간 것이다. 혼란의 시대에는 비판이 난무한다. 나는 잘났고 상대는 못났다는 식의 일방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반발심만 키운다.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우선 자신부터 낮춰야 한다는 것을 링컨의 유머가 보여준다.(2025. 2. 6 동아일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인터넷에서 살핀 링컨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