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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신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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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에 사는 대부분 민족이 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몽고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우랄 알타이어는 헝가리, 핀란드 같은 백인 계통의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라 한다.
지도를 펴보면, 알타이 산맥은 카스피해 옆의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서 동남쪽으로 뻗어있고 우랄산맥은 중앙아시아에서 북쪽으로 뻗으며 시베리아를 동과 서로 갈라놓는 산맥이다. 알타이어라는 명칭은 19세기의 언어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라 한다. 19세기의 언어학자들은 황색인종의 발상지가 알타이 산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와서 살고 있는 일본과 한국, 몽고족이 알타이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두 알타이 산맥 근처의 중앙아시아가 최초의 출발지였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황색인종의 대명사인 몽고족도, 인도의 백인종인 아리안족도 중앙아시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은 역사학적 정설이다.
현재의 중앙아시아는 강우량이 적어 농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세계의 4대 문명발상지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알타이 신화가 한결같이 태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중앙아시아의 문명은 대 홍수 이전의 문명이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고, 카스피해 호면(湖面)역시 해수면보다 26m나 낮다고 한다. 대홍수를 전후해서 중앙아시에 커다란 지질학적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중앙아시아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면서 그 지역에 있었던 12환국의 후손들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주해 중국대륙으로, 그리고 인도반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시아 대륙의 전역으로 인류의 발자취가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중앙아시아에 몰려 있는 인종들을 넓은 아시아 대륙으로 흐터지게 하기 위한 신들의 계획에 따라 현재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지질학적 변화를 야기시켰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고대사 뿐만 아니라 황인종의 고대사를 말하고 있는 '환단고기'에서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12환국(桓國)이 있었다고 말한다. 환웅은 12환국 중에서 9환의 대표적 무리를 이끌고 중국대륙으로 이주했는데 그렇게 이주해야만 했던 원인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때에 사람은 많고 산업은 궁핍하여 그 살아갈 방법이 없어 걱정이었다.....
환국의 말기에 안파견(환인)이 밑으로 삼위와 태백을 내려다보시며 "모두 가히 홍익인간할 만한 곳이로다." 하시며....
사람은 많고 산업이 궁핍하여 살아갈 방법이 없어 걱정이었다,는 것은 그곳 중앙아시아가 기후, 풍토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농산물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을 것이라고 상상케 한다. 그 결과 삼위와 태백지역으로 이주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알타이어를 사용하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의 몽고족들이 기독교의 창세기와 아주 흡사한 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 그 실례를 들어보자.
태초에는 이 세상이 물바다였다. 그 위를 하느님 울건(Ulgen)과 첫사람 얼릭(Erlik)이 두 마리의 기러기 형상으로 날아다녔다.(...하느님이 수면 위를 운행하시니라...) 그러다가 울건이 땅을 만들려고 바다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땅을 만들 길이 막막해서 일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얼릭이 내려와 앉았다. 울건이 물었다.
"너는 왜 왔느냐?"
"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
"나도 만들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데 네가 어떻게 땅을 만들겠느냐?"
"땅을 만들 재료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져오너라."
그러자 얼릭은 바다 밑으로 들어가서 흙을 입에다 물고 나왔다. 하느님 울건이 그 흙을 받아서 바다 위에다 놓고, 땅이 되어라, 하시니 흙덩이가 점점 커져서 땅이 되었다. (하느님이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땅이 들어나라 하시자 땅이 들어났다...) <알타이 지방에 사는 달단(Tartan)족 신화>
처음에는 땅이 없고 온 세상이 물바다 뿐이었다. 그 위를 하느님 불칸(Burkhan)이 날아다니시다가 오리가 새끼 열둘을 데리고 물위에 앉아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오리야, 물속에 들어가서 네 입에는 검은 흙을 물고 발에는 붉은 흙을 가지고 오너라."
오리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니 왕게가 있었다. 왕게가 오리에게 말하였다.
"왜 내나라에 들어왔느냐?"
"땅을 만들 흙을 가지러 왔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바다에 살고 있지만 흙은 본 일이 없다. 그러니까 어서 도로 나가거라. 어서 나가지 않으면 내 집게로 너를 잘라 버리겠다."
오리는 무서워서 곧 도로 나왔다. 불간에게 그 사연을 말씀드리니 불간은 오리에게 왕게를 이길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주시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흙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오리는 다시 바다 밑으로 들어가서 이번에는 흙을 가지고 나왔다. 불간은 그 흙을 가지고 땅을 만드셨다. <바이칼호 부근의 브랴트(Buriat)족 신화>
옛날에 하느님 이린-아지-토존(YrynAjyTojon)이 넓은 바다 위에 고기의 부레 같은 것이 떠있는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너는 어디서 온 누구냐?"
"바다 밑에 사는 땅의 귀신입니다."
"바다 밑에 땅이 있으면 조금만 가져오너라."
귀신은 물 속에 들어가 흙을 가지고 나와서 하느님에게 드렸다. 하느님은 그 흙을 바닷물 위에 띄워 놓고 그 위에 앉으셨다. 귀신은 하느님을 바다에 빠트리려고 흙을 발로 차고 흔들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기를, 흙아 커져라. 커져서 땅이 되어라, 하시자 흙이 점점 커져서 땅이 되었다. 땅에 산과 골짜기가 있고 울퉁불퉁한 것은 귀신이 땅을 발로 차고 밟았기 때문이다. <바이칼호 북쪽 시베리아에 분포되어 사는 야쿠트(Yakut)족의 신화>
처음에 세상은 물바다 뿐이었다. 그 위를 도(Doh)라는 무당이 기러기 오리 등과 함께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려앉아 쉴 곳이 없으므로 도는 오리를 보고 말하였다.
"오리야, 물속에 들어가서 흙을 물어 내오너라."
오리는 두 번 물 속에 들어갔으나 너무 깊어서 바닥까지 미치지 못하고 도로 나왔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주 깊이 들어가서 흙을 물고 나왔다. 도는 그 흙을 바다 위에 놓고, 땅이 되어라, 라고 말하니 작은 섬이 되었다가 점점 커져서 오늘날과 같은 큰 땅이 되었다. <알타이 지방의 서북쪽에 사는 오스티악(Ostkak)족의 신화>
태초에 세상은 물바다였다. 부처님이 시종을 데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데, 거북이(개구리라고도 한다)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시종이 그것을 붙잡아서 물 위에 뒤집어 놓으니 부처님이 그 위에 내려와 앉으시고 시종에게 말씀하시기를,
"바닷속에 들어가서 땅을 만들 흙을 가지고 나오너라."
시종이 바다속으로 들어갔으나 처음에는 바다 밑까지 못 들어가고, 두 번째에 밑바닥까지 들어가서 흙을 조금 가지고 나왔다. 부처님은 그 흙을 거북이(혹은 개구리) 위에 놓으시고, 땅이 되어라, 하시니 땅이 되었다. 부처님과 시종이 그 땅 위에 누워 쉬다가 잠이 드셨는데 마귀가 왔다. 셋이 누울 자리는 없으므로 마귀는 잠든 부처님과 시종을 끌어다가 바다에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끌어당기면 당긴만큼 땅이 자꾸 늘어나서 오늘날과 같은 큰 땅이 되었다. <중앙아시아 남부지방의 신화>
위의 신화들은 천지창조에 대한 동일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명칭만 다른 것이다. 다음은 같은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최초의 인간에 대한 신화다.
하느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사람에게 넣어줄 숨(영혼)를 가지러 하늘에 올라가시면서 개에게 사람을 지키라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이 떠나가신 후에 마귀 얼릭(Erlik)이 와서 개에게 말하였다.
"개야,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사람을 보게 해주면 네게 황금처럼 누런 털가죽 옷을 주마."
그래서 개는 얼릭에게 사람을 보게 해주었다. 마귀는 사람을 구경하다가 침을 뱉아 더럽혔다.
하느님이 와서 보시니 사람이 더럽혀져 있으므로 안팎을 뒤집어 놓았다. 사람의 겉은 훤하면서도 속이 더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알타이 지방의 달단(Tatar)족 신화>
하느님 이린-아지-토존은 땅을 만드신 후에 돌로 사람형상을 일곱 개 만들어 돌집 속에 넣어두고 사람더러 지키고 있으라 하시고, 사람형상들에게 넣어주실 숨을 가지러 하늘로 올라가셨다. 하느님이 떠나가신 후에 마귀가 날마다 찾아와서 사람의 형상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키는 사람이 허락하지 않자, 마귀는 닳지도 않고 갈아입을 필요도 없는 좋은 털옷을 줄터이니 보게 해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지키던 사람은 이를 허락하였다. 마귀는 사람형상을 보다가 똥을 누어서 칠해 놓았다.
하느님이 와서 사람 형상에 마귀가 똥칠을 해 놓은 것을 보시고는 마귀의 말을 들은 사람을 개로 만드셨다. 그리고 사람 형상은 안팎을 뒤집어 놓고 숨을 불어넣어서 산 사림이 되게 하셨다. 사람의 속이 똥처럼 더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하느님은 이렇게 만드신 사람 일곱 중에서 넷에게만 여자를 주어 부부가 되게 하고 셋에게는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에 간음이 있게 되었다. 네 여자가 딸 하나씩 낳자 아내가 없던 세 남자도 아내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자 하나가 남았다. 남은 여자는 창녀가 되었다. 그래서 세상에는 창녀가 있게 되었다. <시베리아의 야쿠트 족 신화>
시베게니 불간, 마다리 불간, 에세게 불간이라는 세 부처님이 첫 사람을 만드셨다. 사람의 살은 붉은 흙을 가지고 만들고, 뼈는 돌로 만들고, 피는 물로 만드셨다. 사람을 다 만드셨으나 아직은 숨이 없는 사람이었다. 세 불간은 셋 중에서 누가 사람에게 숨을 넣어줄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 각자 머리맡에 물 한 그릇과 등잔 하나씩을 놓고 주무셨다. 밤중에 시베게니 불간이 살며시 깨어나서 살펴보니, 마다리 불간의 물그릇에 나무가 자라났고 등잔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서 자기것과 바꾸어 놓았다.
세 부처님이 아침에 깨어보니 시베게니 불간의 물그릇에 나무가 자라났고 등잔에는 불이 켜져 있으므로 시베게니 불간이 사람에게 숨을 넣어주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래서 두 부처님은 하늘로 올라가시고 시베게니 불간이 땅에 남아 계시다가 사람에게 넣어줄 숨을 가지러 하늘나라에 가시며 개에게 사람을 지키라고 하셨다.
개가 사람을 지키고 있는데 마귀가 와서 말하기를,
"사람을 구경하러 왔다. 네가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닳지 않는 좋은 털옷을 주겠으니 사람을 구경시켜 달라."
그래서 개는 마귀로부터 털옷을 얻어 입고 사람을 보게 해주었다. 마귀는 사람을 보다가 침을 뱉어 더럽혀 놓았다. 시베게니 불간이 하늘에서 숨을 가지고 내려와 보시니 사람이 더럽혀져 있으므로 사람의 몸을 깨끗이 씻어주셨다. 그래서 사람의 몸에서 털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사람의 몸에 털이 남아있는 곳은 마귀가 침을 뱉을 때에 손으로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침이 묻지 않아서 시베게니 불간이 씻어주시지 않은 부분이다. 시베게니 불간은 마귀의 말을 듣고 마귀가 사람을 더럽히게 만들 기회를 준 개에게 말씀하기를,
"너는 사람이 먹다가 버린 뼈다귀나 주워먹고 늘 배고픈 고생을 하면서, 사람에게 매나 맞으면서 살리라."
그래서 개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바이칼호 부근의 브리야트족 신화>
위의 신화들은 모두 태초의 바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창세기에서도 태초의 지구에 땅은 없고 물만 있었다. 그래서 하느님이 바닷물이 한 쪽으로 몰리게 하여 땅을 만드신 것이다.
('청노루' 간 박시인 저 '알타이 신화'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