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영하의 기온이었는데 영상 3도에 머무는 오늘 아침이다. 연일 눈내린듯 내리던 서리도 멈췄다. 바람이 살랑거리긴 해도 추운 느낌이 아니다. 날씨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일까?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추위가 올거라더니... 하긴 이제 11월도 초순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추워질 때도 되었지 싶다.
어제 아침나절, 집 양쪽 팥배나무에 한 무리의 떼까치가 몰려와 팥배 열매를 따먹느라 난리법석이었다. 정확하게 이름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산골에서는 이 새가 떼로 몰려다닌다고 하여 떼까치로 불리는 새이다. 아마 팥배나무에서 열매를 따먹는 녀석들 숫자는 몰라도 5~60마리는 되지않을까 싶다. 할 일없어 지켜봤더니 재밌다. 계속해서 열매를 따먹는 것이 아니고 몇 개 쪼아먹고는 이내 숲속으로 날아가고 또다시 날아와서 쪼아먹기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모른다. 그 광경도 잠시 저만치에서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까마귀 서너 마리가 날아와서는 훼방을 놓는 것이었다. 서로 쫓고 쫓기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까마귀는 팥배 열매를 먹지않는 것 같지는 않은데 떼까치의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생각컨데 아마도 산새들의 영역 다툼이 아닐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아주 재밌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할 일 없이...
전날 하던 바베큐장에서 꺼내놓은 장작을 쪼갤까 하고 갔더니 널어놓은 무청시래기가 며칠전 심한 강풍에 이리저리 뒤엉켜서 볼상이 사나워 보였다. 대충 가지런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잘 말려놓아야 좋은 식재료가 되는 것이니까 나름 정성을 들인다. 그리고는 곧장 도끼질을 했다. 장작패기는 엄청난 쾌감이 있어 힘들어도 재밌게 즐겁게 하는 일이다. 나무결에 따라 잘 쪼개지는 것이 있는 반면에 애를 먹는 것도 있다. 그런 것은 도끼로 힘껏 찍어놓고 해머로 도끼 머리를 몇 번 내리치면 쫙~ 쪼개진다. 장작 쪼개지는 그 소리에 힘든 줄도 모르고 즐기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리하게 한꺼번에 많이는 하지않기로 했다. 급한 일도 아닌지라 조금만 하고 장작을 쌓아놓고 마쳤다. 시간나면 또 하려고...
오후에는 아내를 데리고 읍내 의원에 가서 간만에 물리치료를 받게 했다. 한동안 좀 바쁘다는 핑계로 중단을 했기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거의 1시간 가량 소요되는 물리치료 받는 시간은 혼자 읍내를 배회하며 돌아다니거나 자동차에서 앉아 스마트폰 검색하는 것으로 무료함을 떼우곤 한다. 물리치료 후에 드라이브 삼아서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다. 약 35km 거리, 우리가 좋아하는 국도로 달리면 약 3~40분이 걸린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어 언제라도 생각나면 달려가곤 한다. 요즘 뒤숭숭한 우리들의 마음도 달래고, 이런저런 마음도 내려놓으려고 부처님을 뵈러 간 것이다. 늘 하는 생각, 남들은 큰맘 먹어야 오게되는 곳을 우린 생각나면 언제든지 올 수 있음이라서 좋다. 저녁무렵이라 오는 길에 진부에 들려 아내가 너무 좋아하는 바우짬뽕에서 해물짬뽕 한 그릇을 먹고 다이소 쇼핑을 하고 들어왔다.
집에 왔더니 페친이시며 다방면에 다재다능하신 예술가 임진순 작가님께서 보내신 새해 2024년 별자리 일력이 도착해 있었다. 며칠전 임작가님의 2024 별자리 일력 이벤트에 응모했더니 당첨이 되어 귀한 일력을 보내주신 것이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새해 2024년은 하루하루 일력 넘기며 신바람 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저녁에는 청바지클럽 번개모임을 즐겁게 가졌다. 마을 이장인 승규 아우가 얼마전 봉사활동을 한 일이 있었는데 강원일보에 미담으로 기사가 났다. 이 기사를 핑계삼아 모였다. 둘째네가 운영을 하는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서... 이장 부부는 단감을 사오고 선기 아우네는 맛있는 떡을 가지고 왔다. 바리스타 이서방이 내린 진한 커피, 처제가 손수 만든 대추차, 생강차를 마시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재밌고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밖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거리고 있었다. 사는 것이 뭐 별것 있겠는가? 마음맞는 이웃끼리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산골에서 살아가는 맛이요, 멋이 아니겠는가 싶다. 어찌되었거나 딱히 이렇다 할 일도 없이 시간은 잘 흐르고 하루는 참 잘 간다.
첫댓글
늘 즐거움이
가득한 나날 속에서
행복한 하루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감사합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산골살이의 맛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일기처럼 쓰신 소중한 일상 잘 보았습니다~^^
긴 세월 이어오는 촌부의 일기입니다.
팥배나무가 아니라
떼까치 나무라
해야겠어요.
떼 울음 소리도
대단할텐데요..
시레기 말리는
모습에 구수한
된장국 생각이
나는군요.
모두가 부러움
입니다.
편한 저녁시간
되세요.
정말 엄청나더군요.
이런 광경은 산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랍니다.
집안에서도 지저귐 소리가
들릴 정도로 요란했죠.
촌부가 말리는 시래기는
정말 맛이 있답니다.
시래기 된장국에 밥을 말아
김장 김치 쭉쭉 찢어 얹어
한 볼테기 먹으면
더 없는 행복이랍니다.ㅎㅎ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