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 김*옥과 서**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청라언덕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계산성당 맞은 편, 국화향기가 그윽한 꽃집 앞을 지나서 돌층계 계단길로 올라 갔습니다.
일명 3.1계단으로 불리는 이 길은 폭이 낮은 90개의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3.1운동 때 학생들이 도심에 모이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길입니다.
3.1운동을 하기 위해 당시 여학생들은 한복변천사에 한획을 그었습니다. 그것은 한복에 말기 대신 조끼를 달아 입는 것입니다.
만약 불심검문으로 일경에 잡혔을 때 난폭한 일경이 치마를 확 잡아당기면 흘러내려
속살이 드러나는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이곳에 대해 친절한 박**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었습니다.
원래 이 부지는 처음엔 무덤이 많아 보잘 것 없었다고 합니다.
동산병원을 설립한 존슨선교사가 달성서씨 문중으로부터 사게 되었을 때,
계약을 한 그날 선교사측은 엄청나게 싸게 샀기에 흥분해서 잠이 안오고,
달성서씨문중 측은 가치없는 동산을 비싸게 팔았기에 흥분해서 잠이 안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터를 옛날에는 동산이라 불렀는데 이유에는 세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1)짐승이 죽으면 묻고 아이들이 죽으면 묻고 하던 묘지라는 데서 동산
2)달성공원에서 보아 이 터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해서 동산
3)여호와이레(이미 준비한)의 동산이라고 해서 동산으로 부른다는 설이 혼재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박태준이 계성학교 다니던 시절 짝사랑 하던 여학생 이야기를 이은상 시인에게 하였고 ,
이은상 시인이 그것을 소재로 해서 <동무생각>이라는 시를 지어주자 박태준이 그 시에다 작곡을 했습니다.
그 가사에 '청라언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청라라는 말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므로
주택의 벽을 타고 기어 오르는 '푸른담쟁이가 있는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1.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파란잔디가 잘 손질된 곳에 <은혜정원>이라고 쓰인 표말이 보입니다.
이곳은 선교사의 가족묘지라고 합니다.
묘비석에는 "어둡고 가난할 때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이국에 와서 배척과 박해를 무릅쓰고 혼신을 다해 복음을 전파하고
인술을 베풀다가 삶을 마감한 선교사와 가족들이 고이 잠들어 있으며,
지금도 이 민족의 복음화와 번영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으리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정원의 사과나무에 조그만 붉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한개 주워서 미각을 음미합니다. 새큼 떨떨 달달합니다.
이 사과나무는 선교사 분이 미국에서 사과나무 72그루를 가져온 것 중에 살아남은 한 그루로써
팔십년 넘은 것으로 대구시 보호수로 지정되었고,
그 아래에 자손목인 2세 나무 3세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정원에는
느릅나무, 목련나무, 대나무 ,아카시아 ,느티나무,소나무,
굴참나무,가이스카 향나무,벚나무,백일홍,철쭉,장미,화양목 등에서 나오는 향기가 떠돌고 있어 운치가 좋습니다.
이 언덕에는 선교사들이 살던 스윗즈주택,챔니스주택,블레어 주택이 있는데
집들의 규모는 약 150평 정도 크기입니다.
스윗즈주택은 대구유형문화재 (24호)로써 선교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선교유물과 성경과 기독교 전래과정 등을 알 수 있도록 진열해 놓았습니다.
이 건물은 벽돌쌓기에 십자형무늬를 넣고 지붕을 한식 기와로 얹었습니다.
100여년 전 일본거류민단의 철거 건의로 대구읍성이 1907년 갑자기 철거되자
1893년부터 대구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들이 성돌의 가치를 알고 미리 안산암의 성돌을 사다 놓았고
그것을 주춧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문화재로서 이 집의 가치가 존재합니다.
처녀 선교사 스윗즈가 살다가 순교했다고 해서 스윗즈주택이라 불렀습니다.
챔니스 주택은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25호)로써
의료박물관입니다. 이곳에는 1800년에서 1900년에 이르는 동서양의 의료기구등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도 대구읍성철거 때 가져온 안산암의 성돌로 기초를 했습니다.
이 건물의 양식은 그당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유행한 방갈로풍으로 지붕위로 굴뚝이 솟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의료박물관 사료 34점이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의료분야 목록화 조사’에 등재되었습니다.
드라마 '각시탈'의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블레어주택은 대구 유형문화재(26호)로써 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사박물관에는 3.1운동때 일제의 만행 사진과 조선시대 이후1차--6차교육과정의 교과서와 교실 등이 보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민족의식을 앙양하는데 기여합니다.
이 건물은 1910년 에 지은 것으로써 건축 양식은 현관위에 늘 빛을 받아들이는 선룸(sunroom)을 별도로 설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하실이 따로 있어 당시 미국의 건축양식을 알게하는데 참고가 됩니다.
대구는 문화의 도시입니다.
청라언덕에서 가까운 곳에 이상화 이장희 현진건 등 문인들이 살았습니다.
작곡가 박태준도 이 언저리에서 오가며 만났던 여학생으로부터 창작의 모티프를 얻었고,
동시에 현제명도 계성학교를 다녔으며 미국유학시절 고향을 생각하며 < 고향생각> 등의 가곡을 초고하였습니다.
또한 서도 잡가와 시조를 잘 하는 기생 강명화의 집도 바로 이 근처(동산맨션 자리)입니다.
강명화는 대구부호 아들 장병천과 사랑으로 힘겨워하다가 자살하였고, 그 두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 많이 팔리면서
영화로 까지 나올만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요.
근대로 가는 이 언저리는 근대가 시작되면서
건축과 예술과 문학과 낭만이 공존하던 곳이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곳을 '목마르트의 언덕'이라고 부르는 까닭을 이제서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요시이는 대구문화유적탐방재미에 푹 빠지셨네요~~
저도 말로만 듣던그곳을 아직 가보지못해습니다
꼭가보고싶네요~~
오늘도 친구분과 즐겁게 걸으시며
행복한 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