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앉지 말고 걸어라!’ 아마 현대인들의 경우 특정 직업을 제외하고는 하루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낼 것이다. 그리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가령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장시간 앉아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당뇨, 심근경색, 심지어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이로 인해 기대수명이 단축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을 가리켜 ‘의자병’이라고 한다. ‘의자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 단, 퇴근 후에 몰아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최선은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보도한 ‘앉는다는 것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살펴봤다.
함부르크의 광고회사 융폰마트 직원들이 선 채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슈테른
영국의 호르몬전문의이자 ‘앉기 캠페인’의 선두주자인 제임스 레빈(50)의 연구실은 다른 일반 연구실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책상 앞에는 운동센터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러닝머신이 한 대 놓여 있다. 이 러닝머신의 용도는 단순히 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업무를 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그는 결코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다. 때문에 그의 연구실 안에 있는 의자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의자에 앉았던 것은 벌써 1년, 아니 어쩌면 2년 전일지도 모른다.
레빈은 마치 독극물이라도 되는 양 “앉는 것은 우리가 우리 몸에 가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다. 의자는 인체에 치명적이다”라고 비난한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레빈이 학회나 심포지움에서 이런 주장을 할 때면 동료 의사들은 모두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오늘날 레빈은 새롭게 도입된 학문 분야인 ‘비활동적 행동 연구’ 분야에 있어 권위자로 꼽힌다. 애리조나 메이요클리닉의 제자들이 그를 가리켜 ‘걷기 지도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제임스 레빈이 연구실에 있는 러닝머신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오른쪽은 위니아프로 책상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아우디 본사 직원 베른하르트 하이스.
레빈은 늘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가만히 서있는 것도 그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늘 편한 운동화 차림이다. 그는 “인간은 본래 걷는 동물이었다. 우리 몸의 절반은 뼈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서 이 세상을 정복했다. 의자나 소파는 인간의 성공적인 정복 역사에서 등장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래 앉아있는 것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바로 건강 때문이다. 레빈이 10년 전 과도 비만인 사람들과 날씬한 사람들의 앉아있는 시간을 비교 조사한 결과 역시 이를 나타내고 있다. 비만인 사람들은 날씬한 사람보다 매일 평균 두 시간 30분씩 의자에 더 오래 앉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실시된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학회에서 심장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고를 울렸다. “오래 앉아있을수록 관상동맥이 막힐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심근경색 발병률도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더 앉아있을수록 관상동맥이 석회화될 확률은 14%씩 상승한다. 캐나다의 건강연구학자들과 심장전문의인 데이비드 앨터가 실시한 연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연구 결과 지나치게 오래 앉아있으면 당뇨를 앓을 확률은 90%, 그리고 암이나 심장질환을 앓을 확률은 18% 상승한다. 또한 이로 인해 기대수명도 단축된다. 그런가 하면 독일 레겐스브루크대학의 유행병학자인 다니엘라 슈미트와 미하엘 라이츠만은 “오래 앉아있으면 대장암과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정신건강에도 해롭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을 가리켜 ‘의자병’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의자든 상관없다. 소파, 걸상, 자동차 시트 등 앉는다는 행위는 비활동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1분 1초마다 우리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윌 돈렌의 다람쥐 쳇바퀴 책상.
국가별로 살펴봤을 때 최고의 ‘의자왕’은 일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뒤는 노르웨이,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잇고 있다. 반면 가장 많이 몸을 움직이는 나라는 콜롬비아, 브라질, 포르투갈이다. 이 세 나라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매일 평균 최대 세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뷔르츠부르크대학의 비르기트 슈페를리히는 “고학력일수록, 그리고 소득이 높을수록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라고 말했다.
앉는다는 것은 사실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미덕이자 올바른 행동의 본보기로 여겨졌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정적인 것은 모두가 바라마지않는 것이었다. 특히 시인, 사상가들에게는 이보다 더 고귀한 행동도 없었다. 가령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은 집중과 깊은 사색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레빈은 머지않아 의자나 소파도 담배처럼 유해물질로 치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담배를 피우는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처럼 비쳤다. 레스토랑, 자동차 안, 그리고 토크쇼 방송 중에도 누구나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으며, 오히려 사교 활동에 이득이 되고 또 세련된 기호라고 여겼다. 하지만 레빈은 “앉는 것은 흡연보다 더 나쁜 행동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앉아있는 것은 정확히 신체의 어느 부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어떻게 앉아만 있는다고 해서 암, 당뇨, 심장질환에 걸린다는 걸까.
뮌헨 근교의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 학생들이 책상 위에 눕거나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있다.
레빈은 “앉아만 있어도 우리 몸은 더 이상 올바르게 기능하지 않게 된다”라고 말한다. 가령 근육은 더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인슐린 수용기는 폐쇄되며, 혈당과 혈중 지방 농도는 상승한다. 또한 몸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골다공증이 생기고, 척추 통증이 유발되는가 하면, 칼로리 소모량은 줄어드는 반면 음식을 섭취하기 때문에 칼로리는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이로 인해 과체중이 되는 것이고, 결국에는 과체중으로 수많은 건강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앉아있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퇴근 후에 조깅을 하거나 운동센터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면 되는 걸까.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리 퇴근 후에 운동을 한다고 해도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던 시간을 보상받지는 못한다. 앨터는 “운동을 함으로써 앉아 있을 때 나타난 몸의 부정적인 영향을 없애는 것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30분 또는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건 어떨까. 이 역시 마찬가지라고 앨터는 말한다. 그는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적게 앉아 있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직장에서는 부득이하게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과 미국의 몇몇 회사에서는 ‘앉아있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서서히 일고 있다. 가령 함부르크의 광고회사인 ‘융폰마트’의 직원들은 늘 선 채로 회의를 한다. 1991년 창업 때부터 계속 내려오고 있는 전통이다.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회의란 것이 풍선껌처럼 오래 지속되기 보다는 짧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운동학자인 비르기트 슈페를리히가 이상적인 사무실 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발자국 모양의 표시를 보면 더 많이 걷게 된다.
이렇게 하니 직원들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슈페를리히는 “서있으면 몸에 좋은 것이 많다. 근육을 더 많이 움직이게 되고, 칼로리는 앉아있을 때보다 두 배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잉골슈타트에 위치한 ‘아우디’ 본사에서는 현재 전 직원 1만 8000명 가운데 9000명이 높낮이가 조절되는 ‘위니아프로’ 책상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65~135㎝까지 높이가 조절되는 이 책상은 원할 경우 누구나 선 채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우디’가 이런 책상을 도입한 이유는 바로 직원들의 허리 통증을 감소시켜주기 위해서였다.
과연 효과는 있을까. 기획구매부에 근무하는 베른하르트 하이스(39)의 경우를 보자. 늘 목이 뻣뻣하고 허리 통증이 심했던 그는 그동안 찜질, 침치료, 물리치료, 마사지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아무리 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심지어 통증전문병원에 입원할 생각조차 했었다. 하지만 3년 전 ‘위니아프로’ 책상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침, 점심, 그리고 퇴근 직전까지 한 시간마다 일어서서 근무를 하자 만성 통증이었던 허리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오래 전부터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여겨왔던 미국에서는 사무실에서 사용 가능한 각종 소도구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가령 책상 아래 놓고 사용하는 미니어처 계단이나 페달 달린 기구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유튜브에서 괴상하게 생긴 책상 하나를 소개하는 동영상 한 편이 화제로 떠올랐었다. ‘다람쥐 쳇바퀴 책상’이라고 불린 이 책상은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인 윌 돈렌이 친구이자 아티스트인 롭 고드쇼와 함께 제작한 것이었다.
목재와 스케이트보드 바퀴로 만든 이 거대한 인간용 햄스터 바퀴는 실제 햄스터가 쳇바퀴를 사용하는 원리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바퀴 안에 들어가 천천히 걸으면서 업무를 보도록 한 것.
사실 몸을 움직이는 데 이런 기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 가령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화를 걸면서 자세를 바꾸거나 이리저리 걸어다니기 등과 같은 것이다. 또한 프린터, 휴지통, 물통은 가능한 책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TV는 가능한 적게 보며, 광고 시간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는 TV 및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하루에 앉아있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다. 이런 점에서 보면 레빈의 경우는 좀 극단적이긴 하다. 그는 매일 러닝머신 책상 위에서 8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15분 동안 가볍게 산책을 한다. 그는 “운동을 하거나 조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세상에는 평생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많다. 이는 운동보다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만큼 최선이라는 의미다.
앞으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자리를 낚아채면 그저 싱긋 웃고 이렇게 생각해보라. 서있음으로 인해서 지방이 더 많이 타고 또 건강해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서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이 말을 되뇌어 보라. ‘불편할수록 건강해진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
사무실 휴지통은 책상과 멀리 둬라
# 사무실에서 1.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2. 휴지통이나 프린트는 책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기 3. 자세를 자주 바꾸기(예: 전화를 걸 때는 다른 자세로 하기) 4. 높이가 조정되는 책상 사용하기
# 여가 시간에 1. 컴퓨터 사용 시간 제한하기(어린이의 경우 매일 최대 한 시간으로 제한) 2. 주말에는 야외 활동 하기 3.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인들은 매주 최소 75분씩 운동을 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매일 최소 60분씩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일을 해야 한다.
# TV 앞에서 1. 몇 시간 동안 TV 앞에 앉아서 리모컨 돌리지 않기 2. TV 광고 시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기 3. 아이들의 TV 보는 시간을 제한하기(갓난아기부터 3세 미만의 아기에는 절대 TV를 보여주지 말 것. 3~6세는 매일 최대 30분, 7~9세는 최대 45분, 10~12세는 최대 60분, 12세 이상은 최대 120분으로 제한)
# 외출, 독서, 식사할 때 1. 친구를 만날 때는 레스토랑이나 술집 대신 한 번쯤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만나기 2. 어른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꼼짝 없이 앉아 있도록 하지 않기. 먼저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일어나서 놀 수 있도록 하기
△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 이용할 때 1. 자전거 타기 혹은 걸어 다니기 2.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굳이 앉아서 가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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