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닭과 고추
계명 (鷄 鳴)
7월 즈음에는 첫 닭 울음은 새벽 3시 반경쯤이다.
만상이 아침 잠에 혼곤히 취해 있는데 계명(鷄鳴)의 방포(放砲) 일성(一聲)에 귀신과 요괴들은 황황히 명계(冥界)로 줄행랑을 놓는 것이다.
“ 장닭이 홰를 치면서 꼬끼요- 하고 우는 사연과 옆에 시립한 암탉이 뒷따라 꼭 꼭- 하고 장단을 맞추는 사연을 아는가 ? ”
“ ? !”
“ 장닭이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목청을 돋아 꼬끼요-하는 소리는 「 - 새벽 186 꼴린다 -」 하며 만방에 과시하는 것이고,
이에 암탉이 장단을 놓듯이 나즈막히 꾸꾸- 하는 것은 「- 소첩도 ....」 하는 뜻이지. ”
[고추 농사]
백운산 자락에서 「홀아비」와 「과부」가 앞 뒷 집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홀아비」밭의 고추는 빙충맞아 전연 상품가치가 없는데 「과부」의 고추는 궁중에 진상할 특상품으로 올라가는 것이 였습니다.
퇴비를 보나 토질을 보나 씨앗을 보나 들어가는 품과 정성을 보나 아무런 높낮이 없는데 왜? 왜?
가을볕에 모습을 나타내는 결과는 언제나 자기 것만 쪼그라져 있었습니다.
끙끙 속앓이를 하던 끝에 「홀아비」는 굳은 결심을 하고 이른 봄 부터 추수할 때까지 과부의 고추 가꾸기를 몰래 훔처 보며 그 본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작년과 똑 같았습니다.
다음 해에 또 도전 ..또 실패 ..또 도전 또 실패..거의 절망과 좌절과 실의에 잠기려는 순간 문득 한가지 이상한 광경이 떠 올랐습니다. 고추가 거의 익을 지경이 되면 땅거미 지을 초저녁에 「과부」가 매일 같이 고추 밭 고랑을 슬슬 지나 다니는 것이 였습니다.
한 낮의 가을 볕이 아직 더운 탓인지는 몰라도 속치마만 걸친 체로 ..........
과부의 요상한 초저녁 나들이를 지켜 보던 「홀아비」는 문득 짚히는 바가 있어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음양(陰陽)의 이치렸다. 고추는 바로 꼬추와 생김새도 비슷하니-"
「홀아비」는 과년한 딸 아이를 불러 자초지정을 얘기하며 은근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 아버님, 그런 사정이라면 걱정을 노시와요. 까짓것 속치마마저 벗어 부치고 해 뿌리죠. "
땅거미가 지을 즈음에 말(馬)만한 딸 아이는 훌러덩 아랫도리를 벗어 던지고는 희희낙락 고추 밭을 돌아 다녔습니다.
"고추 먹고 맴 맴- "
자- 「과부의 고쟁이 」바람에도 솟아 오르던 고추일진데 「처녀의 알몸」을 보았으니 그 탱탱함이야 비교가 되지 않겠죠. 그러나 「홀아비」의 고추는 오히려 완전히 망쪼가 되었습니다.
고추들이 모두 터져 버렸걸랑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 지나침이 부족함만 못하니라
● 우리 나라에 고추가 전래된 것은 불과 400년도 채 안된 일입니다. 따라서 그 이전에는 고추를 원료로 하는 고추장같은 음식이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김치도 오늘날처럼 붉고 매운 맛이 나는 김치가 아니었겠죠. 김치의 경우는 그 이전에도 함채(鹹菜)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었으나, 고추장의 경우는 우리 나라에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경우입니다. 부단히 개량하고 연구하여 세계적으로 뛰어난 음식인 오늘날의 고추장이 되었던 것이죠.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고 하지만, 우리 민족은 새로 도입된 재료를 우리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여 훌륭한 음식문화로 승화시켰던 것입니다.
● 고추는 남미 원산의 한해살이풀입니다. 전체에 털이 약간 있습니다. 잎은 어긋납니다. 여름에 하얀색 꽃이 피며,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밑을 향해 달립니다. 열매는 대개 붉게 익는 것이 많으나 품종에 따라 틀립니다. 전세계적으로 수백여 가지의 품종이 있습니다.
*고추는 가지과(Solanaceae) 식물입니다.
● 고추는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중국 또는 일본으로부터 우리 나라에 전래되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우리측 자료인 <지봉유설> 등에는 고추가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고 나와 있으며, 일본측 자료인 <대화본초> 등에는 일본이 되려 우리 나라로부터 고추를 도입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고추의 명칭 중에서도, 중국에서 들어온 매운 것이라 하여 당신(唐辛) 또는 당초(唐椒)라고 불렀던 경우가 있고, 일본에서 건너온 겨자처럼 매운 것이라 하여 왜개자(倭芥子)라고 불렀던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놓고 볼 때, 고추가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었다는 설은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당신(唐辛), 당초(唐椒)에서의 唐은 당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산임을 뜻할 때 관습적으로 붙이는 접두사입니다.
● 고추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우리 나라에는 '고쵸'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후추를 그 당시에는 고쵸로 불렀다고 하네요. 그러나 고추가 보급되고 인기를 끌게 되자 후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고쵸라는 이름마저 빼았겼던 것입니다.
● 고추의 어원을 고초(苦草)로 보는 설이 있는데, 가장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는 붉은 후추라 하여 red pepper, 매운 후추라 하여 hot pepper 등으로 부릅니다. Guinea pepper라고도 하는데 그 유래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번초(蕃椒)라고 부릅니다.
첫댓글 이렇게 잼나는 시,이야기가 있남~~노트북을 젠작 장만 하실것을
그랬네요. 이제 時 보따리 이야구 바지게 다 풀어놓고 임실 문학
카페 한바탕 뒤집어 놓잖구요. 얼시구 한바탕 놀아 보세~~~덩더쿵 쿵쿵 @#$%^!!!!
에이구 선배님 고맙습니다. 미력한 데... 소원님이 쌓은 공덕에 비하면 비천하기 그지 없는데 높게 봐주시니 지하에 계시는 분께서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참말로요 문선생님이 최고랑께요. 감사허구 말구요" 허시겠네요. 임실에서 두 번 단양에 두 번 네 번을 대면했을 뿐이지만 남다른 정이 들었지요. 그분만한 여장부도 드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