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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석은 단지 재력을 과시하는 사치품이 아니다. 보석 자체에 담겨 있는 사연과 그 보석을 소유하고 착용한 인물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보석을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만든다. 보석의 숨겨진 역사와 탄생 스토리를 알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보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20세기 보석과 주얼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알려준다. 착용자의 가치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예술과 산업의 융합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20세기 주얼리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특히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부쉐론 등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제공한 역사적인 주얼리 사진들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국내 최고의 주얼리 스토리텔러가 풀어내는
보석과 주얼리 문화사, 그 두 번째 이야기
이 책은 2020년에 출간된 윤성원의 보석&주얼리 문화사 첫 번째 이야기 『세계를 움직인 돌』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전작이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부터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차르까지 2천 년에 걸친 보석의 역사를 다룬다면, 이번 책은 근대의 태동기에서 시작해 주얼리의 황금시대라 할 아르누보, 벨에포크, 아르데코, 레트로 모던을 거쳐 현재의 주얼리 이슈까지 다룬다.
이 책의 저자 윤성원은 국내 최고의 ‘주얼리 스토리텔러’이다. 그녀는 세계사와 예술사, 기술의 발전사가 얽히고설킨 주얼리의 역사를 술술 풀어내며 무궁무진한 주얼리의 세계를 정복해간다. 저자는 해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홍콩의 주얼리 페어, 세계적인 주얼러와 앤티크/빈티지 주얼리 숍을 직접 취재하며 진귀한 주얼리를 만난다. 또한 보석의 감정, 디자인, 세공까지 전공한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서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인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부쉐론, 루이비통, 돌체앤가바나 등에서 앞다퉈 초빙해 주얼리 강연을 요청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kde7nYIPWg
경매의 신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주얼리,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 앤티크 주얼리 숍의 은밀한 수장고까지 그녀가 풀어놓는 풍성한 경험담은 주얼리의 역사라는 인문학의 접시에 맛깔스러운 양념을 뿌리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20세기는 주얼리의 황금시대!
그 혁신과 창의의 눈부신 역사
20세기 주얼리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역사다. 백 년 동안 거의 2천 년의 주얼리 역사에 맞먹는 변화와 혁신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초에 창의적인 예술 사조가 대거 등장하면서 주얼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로 장식미술사에서는 주얼리의 역사가 소략하게 다뤄지지만, 주얼리의 황금시대로 일컬어지는 아르누보와 벨에포크, 아르데코 시기의 예술 사조는 주얼리를 빼고는 결코 논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이 시기의 주얼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루기 까다로운 금속인 플래티넘을 완벽하게 정복한 인류가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세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최대로 끌어올린 벨에포크 시대의 주얼리, 그리고 주얼리의 가치가 단지 값비싼 소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성과 창의성에 있음을 설파한 아르누보 주얼리는 세기말과 세기 초의 인류를 동시에 매혹시켰다. 하지만 주얼리의 황금시대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단연 아르데코 시대라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악몽을 겪은 후 기술 문명의 발전을 자축하며 추상주의, 입체파, 야수파, 오리엔탈리즘 등 다양한 예술적인 요소들이 융합된 아르데코 주얼리는 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세련된 멋과 질리지 않는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주얼리 컬렉터들의 집중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탄생한 레트로 모던 주얼리는 따뜻하고 경쾌한 색조로 험난한 시기를 연속으로 겪은 인류의 마음을 위로해준 긍정의 스토리와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로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20세기를 전쟁의 시기로 기억하게 만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의 큰 비극이었지만 주얼리의 입장에서는 소재와 디자인의 진화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군수 물자로 전용된 플래티넘 대신 주얼러들은 최소한의 금을 볼륨 있게 활용하고, 수급이 끊긴 귀보석 대신 다양한 유색 보석으로 참신한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필수품이던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조달하느라 속을 끓인 미국에서는 합성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이 주얼리의 황금시대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들의 ‘스타트업’ 시절이기도 하다. 그들의 해외 시장 개척기, 양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혁신을 향한 도전 정신 등에 관해서는 특히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동시에 수많은 주얼러들을 배출한 파리와 뉴욕 두 도시 사이의 숨겨진 밀월 관계와 고대의 영광을 되찾은 로마의 저력, 아직까지 입헌군주제를 지키고 있는 영국 왕실 주얼리의 위엄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주얼리 역사의 가장 찬란한 순간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랑스 왕실의 주얼리는 근대에 접어들어 영국 왕실과 180도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데, 이와 관련된 일화는 이 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 중 하나다.
21세기 주얼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채굴의 핵심 이슈
2020년에 시작된 팬데믹은 우리에게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게 했다. 특히 기후와 환경, 인권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보석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폐해가 널리 알려지면서 촉발된 윤리적 채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주얼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분조차 어려운 합성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에는 앤티크/빈티지 주얼리가 핫한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21세기의 새로운 소비 세대는 인류 종의 보전과 지구 보존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친환경적이며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지속 가능한 주얼리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현재의 이슈를 짚어주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주얼리를 선택하고 소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