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의 돌다리 어느 날 한 스님이 찾아와서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이곳에 돌다리가 있다고 하더니 돌다리는 없고 외나무다리만 있습니다."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군." "돌다리는 어떤 다리입니까?" "돌다리는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너는 다리지." 조주석교(趙州石橋)라는 화두에 얽힌 이야기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 종단은 조계종이다. 천 육백 여 년의 오랜 전통을 이어온 유일한 종단이기 때문이며 천육백여 년의 불교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종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계종은 우리나라 불교 역사 유적과. 우리나라 역사 문화와. 역사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지켜가고 있는 종단이다. 조계종은 선종을 표방하고 있는 종단이다. 선의 계맥과 선의 종풍을 종지로 받들며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전국 본 말사에 수백의 선방을 운영하고 있고 납자를 기르고 있다. 그럼에도 선만을 치중하지 않고 교학의 발전과. 염불. 기도. 수행을 위한 강원. 기도처. 율원. 경학원. 등도 수십 곳을 운영하고 있다. 한 부처님으로부터 시작된 가르침이지만 수천 년을 지나오며. 세상 곳곳을 지나오며 시대의 요청에 따라 곳곳의 관습과 문화에 따라 불교는 여러 종파로 나뉘고 갈라져 저마다의 분파가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선을 표방하는 '선종'이 생겨나기도 하고. 염불을 위주로 하는 '정토종 내지는 염불종'이 생겨나기도 하고. 화엄종. 법화종. 법상종 등 수 많은 교학의 종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각 종단은 제 종단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에서 더 많은 세력을 형성하고 더 많은 도제를 기르며 세상을 이끌어가는 종단이 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종단의 난립은 때로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켜 사회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더러 종단 통합을 위한 노력이 국가적으로 혹은 종단 내부적으로 여러 차레 일어나기도 했다. 조선 시대를 지나며 결국 사회적 시대적 강요에 의해 조계종이란 종단으로 강제 통합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이 때 조계종이라는 이름 아래 염불종도. 교학종도. 계율종도. 조계종으로 통합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계종은 명실공히 부처님의 모든 가르치심과 지도법을 함께 하는 종단으로 우리 나라의 전 불교를 아우르는 통합종단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조주의 돌다리 즉 어떤 사람. 어떤 짐승. 어떤 수례도 다 지나다닐 수 있는 너른 포용과 너른 품을 지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하고 넓은 세상의 다리가 되기를 다짐한 것이 조계종인 것이다. 염불하는 이들도. 참선하는 이들도. 교학을 하는 이들도. 기도에 매진하는 이들도 모두 수용하고 더불어 부처님 가르치심의 세계 즉 깨달음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통합 종단이 조계종이다. 조계종이라는 돌다리를 건너서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도록 모두를 인도하는 다리가 되고자 하는 종단이 조계종이다. 물론 석가님을 교주로 하기에 그 가르치심에 의거한 일체의 신앙 행위를 모두 수용한다. 다만 달마로부터 혜능에 이르도록 특별한 선법이 전해지고 임제로부터 지눌과 서산을 거쳐 오늘 우리에게 이르도록 계승된 선을 소중히 하면서 수많은 다른 교파의 공부인들도 튼튼한 돌다리로 다 맞이하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