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호흡기이상으로 숨진 사람들이 많아서 난리였는데 등산 매니아들이 많이 쓰는 고어텍스 발수 스프레이도 역시 실내에서 흡입하면 위험하다는군요.
기사에선 방수스프레이라지만 정확히는 섬유에 떨어진 빗물을 튕겨내는 발수 스프레이죠. 기사에 나온 스프레이는 저도 사서 사용하고 카페에도 소개해 올렸었는데 위험할 뻔했군요. 절대 실내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등산 철에 많은 분들이 등산 재킷과 신발 등에 뿌리실 텐데 꼭 주의하십시오.
겨울 등산 준비하다 호흡 곤란…사람 잡는 '방수제'
[안종주의 '건강 사회'] 등산·스키 시대의 새로운 위험
[프레시안 안종주 건강 디자이너]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제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편리성에 취해 새로운 제품들 속에 숨겨져 있는 위해성에 대해서는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재앙도 바로 그런 경우다.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각종 살균제와 항균제, 소독제, 표백제, 화장품이나 헤어 제품, 방향제, 탈취제 등도 제품에 따라 우리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방수제도 잘못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살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북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반 혼수상태로 새벽에 실려 왔다. 가족의 말로는 이 남성이 한밤중에 다음 날 겨울 등산을 준비하기 위해 등산복 등 등산 용품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린 뒤 잠을 잤는데 두서너 시간 뒤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중환자실 입원 당시 산소 호흡기를 떼면 맥박수가 1분당 50~60회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몇 시간 더 지체됐더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 상황이었다. 이후 환자는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10여 일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환자는 실내 거실에서 등산복, 등산화, 등산모 등에 360밀리리터 스프레이식 섬유 방수 제품 한 통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사용 당시 추운 겨울이라 거실 환기를 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당시 집안에 30대 후반의 여성과 70대의 남성도 있었다. 이들도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여성은 호흡 곤란 등 증상이 심해 입원 치료를 받으라는 권고를 병원 의료진한테서 받았다. 할아버지도 다리에 힘이 없고 숨이 찬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방수제에 의한 간질성 폐렴 환자 발생
이 사례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그냥 묻힐 뻔 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공포가 사회를 강타한 직후여서 피해자는 시민 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이 사실을 알려왔다. 센터 활동가가 환자와 가족을 만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직업환경의학)가 병원 입원 기록과 검사 결과 등을 살펴본 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증상이 비슷한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결론 내렸다.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이 사례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방수제에 의한 국내 최초의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보고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박동욱 교수 팀이 문제의 방수 스프레이를 조사한 결과 불소공중합체(fluorinated copolymer), 유기용제 그리고 스프레이 추진체 구실을 하는 액화석유가스(LPG)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소공중합체의 함량과 CAS(Chemical Abstract Service) 등록 번호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스프레이 캔에는 건강 위험에 관한 그 어떤 경고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방수 스프레이는 신발, 텐트와 유사한 섬유 제품, 가구, 실외 활동용 섬유 옷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또 산업용으로는 응축, 냉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 벽, 타일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불소공중합체 스프레이나 불소공중합체 연소 때 나오는 흄(미세 증기)을 들이마셔 발생한 급성 호흡기 질환 사례는 그동안 유럽,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많이 보고되어 왔다. 독일에서는 1980년대 초반 가죽에 물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 침투 방수스프레이를 사용하다 급성 호흡기 중독이 발생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평소 건강했던 성인이 밀폐된 공간에서 방수 스프레이 에어로졸에 노출된 후 기침,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한 사례들이었다. 이들은 간질성 폐기종, 폐포염, 폐 독성 기종 등으로 진단되었다. 독일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방수 스프레이의 사용으로 발생된 급성 호흡기 중독 사례가 매년 100~200여 건 된다. 이들 가운데 18%는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환기가 잘되지 않은 방에서 방수 스프레이를 사용하다 발생했다.
스위스에서도 섬유와 가죽용 방수 스프레이 사용으로 인한 호흡기 중독 증상 사례가 2002년 총 45건, 2003년 1분기에만 108건이나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주요 증상은 기침, 호흡 곤란, 흡연 곤란 그리고 빠른 맥박 등이었다.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에서도 방수 스프레이 사용에 따른 중독 사례가 자주 보고되어 왔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2004년 근로자 3명이 건물 바닥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린 후 이 증기를 흡입해서 심각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이 사용한 방수제 구성 주성분은 아크릴레이트 불소공중합체(acrylate fluoropolymer)이었다. 이들은 사용한 후 한두 시간 이내에 급성으로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증상을 일으킨 원인 인자로는 불소공중합체가 지목됐다.
방수 스프레이로 인한 호흡기 중독, 주로 집에서 발생
영국은 중독 감시 체계(National Poisons Information Service, NPIS)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다. (☞ 바로 가기) 이 감시 체계에서 2003년 방수 스프레이 호흡기 중독 사례를 33건 보고했다. 이 중 2명은 어린이였다.
주로 집에서 발생했지만(27건, 82%), 사업장(4건, 12%)과 자동차 안(2건, 6%)에서도 사고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영향은 가벼운 증상이 많았다(22건, 67%). 하지만 중증도 10건(30%)이나 되었으며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영국에서는 날이 갈수록 방수 스프레이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 발생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환경부는 2008년 방수 스프레이의 사용에 따른 건강 위험 고찰 보고서를 펴냈다. 이를 보면 1991~2007년 섬유 방수제의 사용으로 인한 호흡기 중독 사례가 84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도 1998년 2명이 가죽 옷에 방수 스프레이를 사용한 후에 급성 폐포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다. 당시 새로운 제품에 들어 있었던 불소공중합체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는 2005년 미시간 주, 유타 주 등 6개 주 중독관리센터에 보고된 방수 스프레이 폐 독성 사례를 분석한 결과 80%가 가정에서 방수 스프레이를 사용한 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노출 3시간 후에 급성 폐 독성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첫 사례와 거의 같은 양상이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호흡 곤란(63%), 기침(60%), 가슴 통증(44%). 천명(33%) 등이었다.
일본에서는 1998년부터 방수 스프레이 흡입 노출로 발생한 급성 호흡기 독성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었다. 1998년에는 스키복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리고 동시에 담배를 피운 후 바로 급성 폐 손상을 호소한 사례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당시 방수제 성분들이 폐 독성을 초래했다는 보고 사례가 없어 불소수지의 열분해 산물이 원인일 수 있다고 의심만 했을 뿐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우리나라 방수제 중독사고, 보고 안 됐을 가능성 높아
이런 외국의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방수제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그동안 방수제 스프레이에 의한 피해가 다수 발생했을 수 있으며 다만 학계나 외부에 잘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생활환경이나 작업 환경 등이 선진국을 뒤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방수제에 의한 건강 피해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주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중독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현명한 사용과 대처가 필수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종류의 방수 제품이 생활용품과 산업용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유선방송 광고나 홈쇼핑 채널, 인터넷 등에서도 이들 제품을 자주 광고하고 있다. 또 눈 내리거나 눈 온 뒤 겨울 등산을 즐기는 인구와 스키, 스케이트를 하는 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수제를 사용하는 사람도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방수제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수 제품의 종류, 사용 양, 성분 등은 보고된 적이 없다. 방수 스프레이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 성분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크게 불소공중합체, 몇 종류의 유기용제, LPG 등 세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방수제는 유기용제에 녹아 있는 중합체를 LPG 등 액화된 가스 압력 분무에 의해서 스프레이로 옷, 가죽 등에 뿌려 사용한다. 실제 방수 역할을 하는 것은 불소공중합체이다. 공중합체는 서로 다른 성분의 단량체(isomer)끼리 결합한 고분자 고체물질이고, 불소공중합체는 불소 원소가 단량체로 결합된 중합체를 말한다.
방수제가 호흡기 독성을 일으키는 것은 방수제 안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의 유독성 탓도 있지만 입자 크기도 문제가 된다. 가습기 살균제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초음파로 가습기 물을 미세한 에어로졸을 만들어 공기 중에 흩뿌림으로써 이 에어로졸에 포함돼 있던 유독성 고분자 물질이 폐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덴마크 환경부도 방수 스프레이 종합 건강 영향 평가보고서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펌프 스프레이 원리의 방수제는 대략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추진제 스프레이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에어로졸을 발생시킨다. 특히 100나노미터(0.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 입자는 극단적으로 작은 크기 때문에 특히 건강상의 장해를 초래할 수 있다.
LPG는 유기용제에 녹아 있는 불소 중합체를 공기 중으로 분출시키는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1마이크로미터 또는 0.1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 입자를 상당량 만들어낸다고 한다. 작은 입자는 호흡기 최말단에 있는 산소-이산화탄소 교환 장소인 폐포(허파꽈리) 깊숙이 들어가서 침착하기 때문에 인체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중독 관리 센터 설치해 감시 시스템 마련해야
최근에는 나노 기술로 만든 방수제가 시장에 나왔다고 하지만 제품의 화학적 성분이나 나노 특성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나노 제품 또한 최근 그 독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으므로 첨단기술 제품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것이 아니라 주의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방수제는 주로 실내에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할 경우 건강 악영향을 일으키지만 실외에서 사용할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의 방수제 유독 성분에 노출되면 증상이나 질병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사용을 하지 않거나 자제해 노출을 삼가는 길밖에 없다. 방수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용품들도 무턱대고 사용할 것이 아니라 주의 사항이나 성분 등을 꼼꼼하게 살피고 따져본 뒤 사용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박동욱 교수는 "방수스프레이를 포함한 생활용품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노출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함께 외국에서처럼 중독 관리 센터를 설치해 중독 및 사고 사례를 수집,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수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칙
* 방수제 사용을 최대한 삼간다. * 방수 기능이 있는 의류 제품 등을 고른다. * 실내에서 방수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 밀폐되지 않은 탁 트인 공간에서 환기를 철저히 하면서 방수제를 사용한다. * 실외에서 방수제를 사용할 경우에도 바람을 등지고 작업한다. * 방수제 작업을 하면서 또는 작업 뒤 흡연하지 않는다. * 방수제 작업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는다. * 방수제 제품에 쓰인 주의 사항을 꼼꼼히 읽는다. * 방수제 사용 후 호흡 곤란 등 이상증상이 있으면 즉시 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 |
※ 출처 : 다음카페 생존21 (http://cafe.daum.net/push21/) / 글 : 안종주 건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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