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종영을 앞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에 부끄럽지 않게 빼어난 성과를 거뒀다. 케이블과 지상파 채널을 통해 회당 7차례 재방송되는 중에도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새 장르 실험은 스케일, 긴박감, 형식미 어느 한구석에서도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중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 중심에는 영화 제작에서 드라마 제작으로 눈을 돌린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45) 대표가 있었다. 연출자 3명, 작가 3명을 지휘하며 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그는 '아이리스'의 시작과 끝이었다.
9일 오후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방금
국정원에 다녀왔는데 배우들은 명예요원증을 받고 저는 감사패를 받았다"며 "굉장히 고마워하더라"고 했다.
―이런 뜨거운 호응을 기대했나?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다. 전 세대를 아우를 내용이 아니라 50%는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30~ 40% 정도는 예측했다. 국내 수익만 100억원쯤 될 것 같다. 아시아 수출은 마무리됐고 내주부터 유럽, 미주 수출을 위해 새로 편집한다."
―그들에게 동양인의 첩보 액션 드라마가 관심을 끌까?
"우선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이병헌이 있지 않은가? 서양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몰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 안다. 그만큼 북한 핵은 오래되고 위협적인 문제다. 배우들의 빼어난 외모도 강점이다. 유럽 방송인들은
김태희씨보다
김소연씨를 더 좋아하더라."
―결말 추론으로 인터넷이 터져나갈 듯하다. 김현준(이병헌)은 죽는 건가?
"이병헌, 김태희 중 누굴 죽일 것인지 고민이다. 어젯밤에도 두 가지 안을 놓고 작가들과 회의하다가 결론을 못냈다."
―최승희(김태희)의 정체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승희와 백산(
김영철)과의 관계는 또 무엇인가?
"솔직히 최승희를 백산의 딸로 설정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너무 빨리 눈치 채 폐기됐다. 김태희는 반전의 핵심축이다. 마지막 회까지 보고 나면 김태희에 대해 더 많이 궁금해질 것이다. 밝혀지지 않는 부분도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병헌을 캐스팅하지 못했어도 '아이리스'는 제작될 수 있었을까?
"그런 경우라면 작은 사이즈(100억원대)로 만들려고 했다. '꽃보다 남자' 주인공 같은 어린 배우들을 써서."
―내년에 시즌 2를 제작한다는데….
"배우는 다 바뀐다. NSS 요원들의 새로운 모험담이다. 'CSI'에서 'CSI 마이애미'가 파생됐듯 일종의 '스핀 오프'(spin off) 시리즈다."
'아이리스'는 "자꾸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제작자의 숙명"이라는 그의 신념이 응축된 결과. 그는 이날도 "촬영된 화면을 편집해야 한다"며 긴장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그랬듯 드라마에서도 그는 '야전형 제작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