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순례
오송 천사의 모후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다섯 그루 소나무와 등나무꽃이 전하는 믿음」
KTX 오송역과 국가생명과학단지,
지금의 모습 이전
넓은 들판과 농촌 마을이 이어지던 평화로운 땅.
시대의 모습은 변하였지만,
변함없는 신앙 공동체가 있습니다.
바로 오송 천사의 모후 성당입니다.
오송(五松)
말 그대로 ‘다섯 그루의 소나무’에서 유래합니다.
옛사람들은 마을 어귀의 큰 나무를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기억을 지켜보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다섯 그루 소나무 역시
계절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바라보며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 왔을 것입니다.
나무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만 한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견딥니다.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머무는 충실함입니다.
오송, 그 다섯 그루 소나무는
변함없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청주 본당에서 피어난 신앙의 씨앗
오송 성당은 1960년 9월 8일 청주 본당,
곧 오늘날의 서운동 본당에서 분가·설립되었습니다.
교회는 도시를 넘어 농촌으로 복음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설립 이듬해인 1961년에 성당과 사제관이 건립되면서
본당 공동체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본당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도 위에 또 다른 기도가 더해지고,
한 세대의 믿음 위에 다음 세대의 믿음이 이어질 때
공동체는 비로소 깊이를 갖게 됩니다.
오송 성당 역시 수많은 신앙인의 발걸음이 차곡차곡 쌓이며
오늘의 모습을 이루어 왔습니다.
천사의 모후께 봉헌된 공동체
주보성인은 천사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입니다.
교회는 성모님을 천사들의 여왕이자,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해 왔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겸손한 순명의 삶을 함께 드러냅니다.
오송 공동체 역시 성모님의 보호 아래에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조용히 그 믿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성당 앞 등나무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영성
성당 앞마당의 등나무,
봄이면 보랏빛 꽃송이가 폭포처럼 늘어져
성당 마당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등나무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긴 시간을 견딘 뒤에야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등나무는 기다림과 인내의 상징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꽃피는 시기보다
뿌리내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기도의 응답이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고,
하느님의 뜻이 쉽게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조용히 우리를 성장시키십니다.
「다섯 그루 소나무처럼, 등나무꽃처럼」
소나무는 변함없는 믿음을 가르치고,
등나무는 기다림의 지혜를 들려줍니다.
하나는 사철 푸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다른 하나는 때를 기다려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신앙 역시 때로는
소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서 있어야 하고,
때로는 등나무처럼 인내하며
하느님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교회는 거대한 업적보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킨
신앙인들의 충실함으로 자라납니다.
다섯 그루 소나무의 이름 아래에서,
그리고 보랏빛 등나무꽃 그늘에서
침묵 속에
가슴 한편에 담습니다.
신앙은 소나무처럼 변함없어야 하고,
그리고
등나무처럼 인내하며
복음의 꽃을 피워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