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어왔다가 이러쿵에 남긴 상하님 글을 보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얼마전 고도원 님의 '꿈너머 꿈'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자체는 생각보다 얄팍한 느낌에 좀 실망했지만 제목이 던지는 의문은 크게 다가왔습니다.
고도원 님은 특강을 다니며 대학생들에게 물어본답니다. '꿈이 뭐에요?'
그러면 다들 '뭐뭐가 되고 싶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전문경영인, 학자 등등...'라고 답한답니다.
그러면 다시 묻는데요, 그래서 그 뭐뭐가 되어서 하고 싶은 꿈은 뭔데요?
그러면 다들 멈칫멈칫 주저한다고 합니다.
우린 항상 어려서부터 '무엇이 되고 싶다'고 꿈을 꾸지
정작 그 무엇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안 합니다.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건 무엇이 되고 싶은 꿈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 꿈인데 말입니다.
시트콤 연출을 하다 나이 마흔에 드라마국으로 옮기고 나서 가장 큰 고민은?
시트콤 현장보다 드라마 현장이 훨씬 긴장감이 서리고 훨씬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인들 중심에 코미디 위주로 촬영을 하는 시트콤 현장은
늘 즐겁고 편하게 분위기를 이끌어도 아무 문제 없고 오히려 그래야 하는데...
밤샘 촬영에 시청률 진검승부를 펼치는 미니시리즈 촬영현장에는
늘 전쟁터같은 긴장감이 서리고 연출 역시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쉽더라구요.
나처럼 낙천적이고 설렁설렁 놀듯이 일하는 사람에게 드라마 현장은 안 어울리나?
스탭들 밤잠도 안재우고 밥먹을 시간도 줄여가며 촬영하는 드라마 피디들을 보고 놀랐어요.
어떤 드라마 선배는 제가 일하는 방식을 보고 근성이 없고 승부욕이 안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고민 되더군요.
코미디 피디로서는 내 성격이 딱이었는데
드라마 피디가 되기 위해서는 성격개조라도 해야 하나?
그때 '꿈너머 꿈'을 읽게 되었어요.
무릎을 딱 쳤죠. 그래 이거야.
제가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들에게 늘 농담을 건네며 친구들을 웃기는게 낙이었어요.
세 사람을 웃겨도 이렇게 기쁜데 수백만명의 시청자를 웃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복된 삶일까?
그런 욕심에 코미디 피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백만명을 웃기자고 코미디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주위 스탭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연기자들을 타박하고 모두를 괴롭히면서 일한다?
그건 제가 연출이 되면서 그린 꿈이 아닌것 같아요.
정말로 제 꿈에 충실하려면
우선 내 주위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면서
그 결과물로 시청자들에게도 웃음과 즐거움을 줘야 하지 않나요?
흠... 그게 제 꿈인데,
아시다시피 꿈이란 이루기 어려운 일이죠.
어쩜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꿈이 가치있는게 아닐까...
흠... 간만에 들어와서 넋두리가 길어졌네요.
취업 시즌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을 찾아 꿈을 찾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요.
꿈보다 더 중요한 꿈너머 꿈도 꼭 잊지 마시길~
저 역시 코미디 피디로서 제 꿈을 이뤄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첫댓글 역시 멋진!피디님이세요:) 저도 이 글 읽고 더 자극받아 열심히 해야겠어용~!!
가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현실과 타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그럼 조금은 편하게 될테니 말이죠...하!지!만! 절대 피디님께서는 현실과 타협하지 마시고 늘 가시던 길을 꿋꿋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피디님 방식이니까요..^^ 언제든 여기분들 모두 응원하고 있다는거 잊지마시구요.ㅎㅎㅎ
피디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제나이에도 아직 꿈은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하긴 한데... 현실에서는 머이리 부딪치고 안되는게 많은지... 타협하면서 노력하려해도 안되는건 안된다고 포기해야 되는가 싶어서 속상하기만 할 때가 더 많기도 했죠... 저도 피디님처럼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피디님이 만들어주시는 정통코미디 드라마 볼 수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해지네요.. 늘 홧팅입니다. 아자아자!!~
피디님 글을 읽으니, 그동안 고민이 많으셨던듯합니다..공감도 가구요..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소신있는 모습의 피디님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꿈 잃지마시고, 늘 하시던대로 ~~ 뒤에서 그림자처럼 지켜드리고 싶은 팬의 한사람으로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요즘 너무 힘들었는데 너무 큰 위로와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꿈너머 꿈을 잊지 않고.....언젠가 감독님과 함께 일할 날(?^^)을 꿈꾸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독님! 화이팅!
저도 대학교를 진학할때는 즉 고등학생일 떄는 정말 막연하게 진학 그자체를 목표로 진학하면 그 후의 일은 그떄가면 다 어덯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진학했는데 지금은 뭐랄까 좀더 그 후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금 27인 나이가 되었을때는 확실히 어렸을때보다는 좀더 시야도 넓어진것 같고 ^^; 아무튼 저도 피디님의 글을 보고 자극 받아서 좀더 앞으로의 저에대해서 생각하는 꼐기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민식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어느덧 나이든 저도 있습니다.^^;; 저도 좀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에궁..속내를 들켜버린듯한 이기분..늘 그렇지만요..요즘 저의 고민은 꿈이 없다는것이었죠..그러니 무엇을 해도 그냥 그런듯..간만에 들어와 이런 저런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하다....그럭저럭 살아가야하나..뭐 그런 고민이죠..오랜만에 일찍일어난 아침에 정신차리고 가네요..
언제든 저 너머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는 것 자체가 용기인 것 같아요. 최근 동기들은 하나둘 방송일 그만두고, 저 하나 남아 있는 듯; 항상 현실과 부딪히면서 잊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 꿈너머에 무엇이 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