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본관앞에 갔을때는 이미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300여명의 직원들이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고, 학생들과 연대단체들이
이를 막고 있었죠."
"학생처 직원을 비롯해서 얼굴을 아는 교직원들도 있었고, 평소에 자주 보는 아줌마, 아저씨들도 와
있었습니다. 아줌마,아저씨들은 본관에서 불러서 왔다고 하더군요."
경희대 총학생회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는 신규철씨는 7월 2일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씨는 또 "대학노조가 건실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대학노조가 앞장서서 싸웠다"며 "노조가 똑바로 섰으면 함께
사태해결에 나설 수 있었는데..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에 안타까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희의료원 노조와 대학노조원들간의
몸싸움이 벌어지다니..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당국,교직원 동원해 노-노간 갈등 부추겨
△경희의료원 ⓒ민중의 소리
지난 5월 23일 파업에
돌입한 경희의료원 노조. 오늘(16일)로 파업 55일째를 맞았다. 함께 파업에 돌입했던 한양대 병원 등 대다수 병원들은 이미 협상이 타결되어
파업을 정리한 상태이지만, 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은 아직도 파업중이다.
노조원들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던 7월 12일은 경희의료원
노조원들이 총장이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본관 앞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후 3시 쯤, 300여명의
교직원들이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본관앞으로 몰려왔다. 경희의료원 노조 사무장 손윤열씨는 "당시 수원교정에서 교직원들이 버스 4대에
나눠타고 올라왔다. 서울 교직원들과 함께 1시간 정도 강의실에서 사전회의를 한 후에 본관으로 몰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교직원들은 노조원들을 밀어내려 했고, 이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모인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간부, 학생, 민주노동당 당원,
조합원 등 600여명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노조원 3명이 전치3주의 부상을 입는 등 부상이 잇달았다.
교직원들은 노조가 설치한
현수막을 빼앗아 가려고 시도도 했으나 저지당하고 해산했다. 지난 7월 2일에도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본관2층으로 진입하던 노조원들 8명이
교직원들과의 충돌로 다치기도 했다.
경희의료원 노조 사무장 손윤열씨는 "교직원들이 본관정문을 봉쇄하고, 노조원들의 본관화장실
이용도 막고 있다"고 전했다.
△7월 2일의 상황을 설명하는 선전물 ⓒ민중의
소리
직권중재, 병원과 재단의 고압적 태도가 장기파업 원인
파업이 장기화 되는 이유에 대해 노조측은 직권중재와 병원측의 고압적 태도를 꼽았다.
4월말부터 시작된 노사간 교섭은
병원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었고, 노조측은 조정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병원측은 "노조가 조정신청을 했으니
새로운 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노조측에서는 결국 파업돌입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10여개 안을 철회, 수정하며 연장교섭 요청을 했지만, 병원측은 첫 연장교섭을 거부하였고, 마지막 교섭을 12시간 동안 진행하면서도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5월 21일에 있었던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병원측이 "노동조합에 비해 성의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후, 6월 5일 직권중재안이 확정되면서 병원측은 전조합원에게 최종 6월 7일까지 복귀하라는 업무복귀명령서를 발송하고
"중재재정안이 결정되었으므로 2002 임단협은 모두 마무리되었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병원, 철도, 항공,
통신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교섭이 결렬되어 15일간의 노동쟁의조정기간이 끝나더라도 중재에 회부하면 중재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중재안은 단체협약과 똑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15일 이후의 파업은 자동으로 '불법'으로 간주된다.
노조측은 이에 대해 "병원측이 직권중재제도라는 악법을 이용하여 불성실교섭을 일삼고 있다"며 "파업을 유도하고 장기화시키면서
노조탄압을 일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경희대학교 본관 ⓒ민중의 소리
경희의료원에
있어서 '사학연금 본인부담금'에 따른 노조와 병원측의 입장차이도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일반병원이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반면 사립대병원인 경희의료원은 사학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보장 측면에서 사용자 부담비율의 차이가 크게 난다. 일반병원이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14%정도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반면 사립대병원에서는 5%만을 부담한다.
병원측은 파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5월 23일
새벽에 사학연금과 관련하여 본인부담금을 20%로 하자는 안을 제시하였다가 이후에 철회하였다. 그후로는 사학연금 자체를 거론하면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월 10일에도 3차 축소교섭 자리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익화 사무차장이 "일단 복귀후 다시
이야기하자","노조가 사학연금을 계속 주장하는 것을 보니 대화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이만 끝내자"라며 교섭자체를 결렬시키려 하기도 했다.
경희의료원 노조 이현성 정책부지부장은 "한양대 병원은 6:4 비율로 사용자가 부담하고, 아주대는 7:3, 이대병원에서는
7.5:2.5로 합의가 되었다"며 "이번에 타결된 다른 병원 수준에서 사학연금 부담비율을 합의하자고 했지만, 병원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노조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인상한 9% 안에 사학연금내역을 포함시키자고 했지만
거부하고 있다"며 "사학연금 문제를 놓고 자존심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소견을 밝혔다.
무노동 무임금, 노조에
손해배상 3억 가압류
현재 노조측에 3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노조간부 13명에 대해 2억6천의 손배소와 퇴거명령을 내려져
있다. 또한 간부 20명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되어 있고, 일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4일에는
'체포영장 발부자'를 검거한다는 이유로 사복형사들과 의경 200여명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경희의료원 노조 정책부지부장 이현성씨는
"병원측은 계속해서 소환장이 발부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확인해 본 결과 발부되어 있었다"며 "소환장이 온 지 몰라서 대부분 3~7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병원측이 의사가 파업을 할 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지 않더니 노동자가 파업을 할때는 모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게 더 무원칙한 것"이라고 병원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노조가 밝히는 병원측의 탄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경희의료원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경희의료원 홈페이지에는 익명으로 노조에 대한 비방과 욕설,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있다.
조은숙 지부장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계속되는 색깔공세를 견디다 못한 노조는 6월 29일 조영식 고황재단 이사장과 유명철 경희의료원 원장,
비방글을 올린 익명자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하였다.
노사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절실하다
△"총장님! 이제 경희의료원 파업사태해결에 나서주십시오" ⓒ민중의
소리
두 달을 바라보는 장기파업. 그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라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극한을 달리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 회장단은 7월 9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모여
회의를 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산업현장의 노사분규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로 조성된 경제도약의 발판마저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확산돼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같은날 성명을 통해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다면 해당 연맹은 물론 전체
노동계가 대정부 전면투쟁에 돌입하고 8.8 재보선에서 노동탄압 정권을 심판하는 대대적인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직권중재안을 내놓은 이후 사실상 아무런 활동도 전개하지 않음으로써 장기파업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오히려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사용자측을 편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때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려해 본다면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병원측이 자존심을
세우고, 노조탄압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협상테이블로 나와서 노동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고, 건설적인 토론과 협상을 통해
파업사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공권력 투입을 검토하는 등 일방적인 편들기에 앞서 장기파업사태가 해결이 안되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잘 바라보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