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百聞이 不如一見
안녕하세요^^ 중여동 2차 겨울 배낭여행(북경-서안-상해)을 다녀온 박송이입니다. 저 기억하시나요?^^
7박 8일이라는 짧은 듯하면서도 긴 시간을 함께 했었던 우리 중여동 식구들의 모습이 선하네요.
30여명이나 되는 대 식구들을 인솔하느라 고생이 정말 많았을 텐데 인상 한 번 찡그리시지 않았던 정규호 샘(황토내복이 인상적이었어요~)과 가끔은 한국말인지 중국말인지 헛갈리게 하는 진한 갱상도 사투리의 대구 싸나이 김근호 샘^^, 어여쁜 두 딸래미의 서산 선생님 가족들, 평창에서 오신 선생님들(여행 전 중요한 수술을 하셨다던 선생님은 고단한 여행일정 때문에 혹시 수술부위가 덧나신 건 아니신지.. 별걸 다 기억하죠?^^), 한의학을 하신다던 선생님 부부와 그 동생 가족분들(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지^^), 곧 한우 전문점을 차리실 계획이라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셨던 분과 삼척에서 목수일을 하신다던... 특히 건축물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던 분(두 분 다 총각이라고 하셔서 좀 놀랐었습니다. 죄송^^), 대전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신다던 분과 아들 기웅이(자칭 이상한 커플이었죠?^^) 여행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준 가이드와 총무일을 도맡아 하셨던 울산허브님과 누가 모자지간 아니랄까봐 쏙 빼다박은 외모의 윤중이, 비행기 연착때문에 누구보다 고생이 많으셨던 김익수 선생님, 대구에서 오셨다던 부부 (특히나 멋진 수염이 인상적이셨고, 부인을 "꼭지야~"라고 사랑스럽게 부르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리고 어딜 가나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니셔서 저의 시린 옆구리를 더 시리게 만드셨던 멋쟁이 커플분들, 내 룸메이트이자 나와 첫 해외여행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민선이, 도저히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의 소유자 소연씨, 강여사(규호 샘이 그렇게 부르시데요~) 경실씨, 그리고 언니보다 더 씩씩하던 지연이와 감기때문에 고생했던 수연 자매님들^^
사는 곳도 가지각색, 구성원도 가지각색...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잡음도 많아졌을 법한데도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여행이 몇 배 더 즐거워진 것 같네요.
벌써 많은 분들이 글과 사진을 올리셨네요. 여행의 피로로 아직 헤롱대고 있을 그 시간에 울산허브님은 벌써 장문의 후기를 올리셨더군요. 역시 대단하세요.
전 울산허브님만큼 길고 자세한 여행 후기를 쓸 자신은 없지만 여행하면서 본 것들 중 인상적이었던 것과 느꼈던 감동을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 떠나기 전...
어찌어찌 하다보니 계란 한판이 되어서야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중국이 여행 목적지는 아니었어요. 단지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동반자를 구하던 중 중여동 까페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 곳에서 2차 단체 배낭여행 안내글을 보게 되었죠. 꼭 저를 위한 여행인 것처럼 날짜도 마침 학교 보충수업 끝난 뒤인 데다 저처럼 혼자에다 여행경험이 전무인 사람에게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이번 여행의 테마가 끌려서 주저없이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죠.
드디어 떠나는 날 새벽.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향해 가는 도중, 인천공항 톨게이트를 막 지나고 나서 얼마 뒤 4차선을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가 났었던지 중심을 잃고 1차선 방향으로 돌진, 하마터면 타고 있던 공항버스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부딪히진 않았으나 심하게 찌그러진 그 승용차의 운전자가 어찌되었을지 지금도 걱정이 되네요.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왔더니 이번엔 비행기가 말썽을 부리더군요. 아침 10쯤엔 떠야 할 비행기가 저녁 7시가 되서야 떴으니. 교통사고 날 뻔해, 비행기 연착 돼.. 생애 첫 해외여행 신고식 한 번 호되게 치른 셈이죠^^
아무 사고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을 보니 아마도 미리 액댐을 하려고 그랬던가 봅니다.
* 풍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볼거리
이번에 여행하면서 들렀던 이화원이나 만리장성, 자금성, 천단공원, 진시황 병마용, 화청지 등은 일단 그 웅장한 규모와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람이 직접 흙을 파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이화원의 곤명호와 그 흙을 쌓아서 만들었다는 만수산,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보일 만큼 길었던 장랑과 그 속에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그렸던 그림들까지... 역시 중국이기에 가능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말로만 듣던 만리장성을 직접 두 눈으로 봤을 때의 그 감격이란!! 험준한 산등성이를 타고 견고하게 쌓아올려진 만리장성을 보며 그 웅장함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그 옛날 이 높은 성벽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동원되고 고통 받았을지를 생각하니 참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999칸으로 지어졌다는 자금성, 그 옛날 작은 나라인 조선의 사신이 그 웅장한 자금성의 규모에 얼마나 기가 눌렸을지 조금은 짐작이 갈 것도 같았어요. 그리고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어졌다는 천단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단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진시황이 사후에 자신의 묘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병마용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라고 하죠. 그 규모도 놀랍지만 실물 크기에 생김새도 다 다르고 신분에 따라 옷차림과 머리 모양도 다르게 만든 그 정교함이 정말 놀랍더군요. 불로장생에 대한 진시황의 무서운 집착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리고 비림박물관 앞의 서원문 시장이나 상해에서의 칠보노가, 예원 시장처럼 중국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시장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중국의 과거 속으로 온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상해 외탄에서의 야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던 것 같네요. 서울의 야경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야경 하나만으로도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더군요. 또 상해는 건물 그 자체가 너무 예뻤던 것들이 많았는데요, 영국, 프랑스 등의 조계지였다는 아픈 역사가 있지만 동양이 아닌 어느 유럽국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던 것 같네요.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날씨가 춥고, 눈이 온 날이 많았었는데 나름대로 운치있고 매력있었던 것 같아요. 이화원에서 꽁꽁 얼어붙은 곤명호 위를 가로질러 가는 그 기분이란! 겨울여행이 아니면 느껴볼 수 없었겠죠? 그리고 눈 덮인 화청지와 그 뒤의 여산의 설경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정말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환상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화려한 생활을 했던 양귀가 암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니...
참! 북경에서 마지막 날 들렀던 따산즈 798 예술거리도 인상적이었어요. 예전의 공장지대를 예술지구로 만든 참 독특한 곳이었던 것 같아요. 삭막한 회색빛 공장 건물과 예술과의 만남이라니! 참 아이러니 하죠? 이번 중여동 여행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흙 속의 진주같은 곳이었던 것 같네요.
7박 8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곳들을 가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네요. 아마도 여러 번 중국에 더 와야 할 듯합니다.^^
* 다양한 삶과 문화의 공존
중국은 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인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마도 약 55개나 되는 소수민족들이 그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유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다양한 종교의 공존과, 자기 민족의 언어와 의상을 지키고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삶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더군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다보니 생김새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구요. 저만 느낀건진 모르겠지만 북경이나 서안은 아무래도 북방쪽에서 온 민족들이 많다보니 키가 작고, 얼굴이 동그라고 다부지게 생긴 외모가 많았던 반면에 상해에서 본 대부분의 한족들은 늘씬하고 얼굴이 작고 눈이 가늘고 약간은 쥐상처럼 생겼다는 거죠. 또한 소수민족들의 모습에서 가난에 찌든 고단함이 많이 묻어났던 반면에 상해에서 본 한족들의 모습은 세련되고 부유해 보이더라구요. 진시황 병마용에서 맨 앞줄에 총알받이로 서 있던 병사들이 대부분 이민족들이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몇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졌답니다.
* 맛사지, 행복해 보이는 노인들의 모습
북경에서 처음으로 전신마사지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한국에서의 맛사지라는 것은 값이 굉장히 비싸거나 아니면 퇴폐적인 곳을 떠올리게 하는데 중국에서 맛사지는 하나의 생활인 것 같더군요. 중국에서 맛사지는 남자는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해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야 음양의 조화가 맞는다는군요. 그래서 북경에서는 남자분에게 맛사지를 받았는데, 생판 첨보는 남자에게 냄새나는 발을 보이는 것이 참 민망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서안에서는 여자 맛사지사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맛사지를 받았는데 작은 체구의 여자가 두 시간 가까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맛사지 해주는 걸 보고 넘 안쓰러워서 끝나면 꼭 팁이라도 조금 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끝나자마자 퇴근해버려서 팁을 못 줬어요. 그런데 오히려 팁을 주는 것이 서로간의 불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팁을 안 주게끔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하마터면 불란을 일으킬 뻔했네요. 하루종일 걸어다녔어도 맛사지를 받고 나면 그 다음 날 피곤하지 않게 잘 일어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북경, 서안에서도 맛사지를 받아봤으니 상해에서도 맛사지를 받아보자 했는데 상해에서는 아쉽게도 맛사지를 못 받았습니다. 숙소 근처에 유명한 맹인 안마가 있다고 해서 여자 다섯 명이서 12시가 넘은 시간에 겁도 없이 맛사지를 받으러 갔었죠. 그런데 위치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서 맹인 안마소는 못 찾고 엉뚱하게 찾은 맛사지 샾은 지금까지 우리가 갔었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겁니다. 묘한 분위기의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과 험상궂은 인상의 깍두기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마도 주로 남성들을 상대하는 그런 곳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 곳에 야심한 시각에 젊은 외국인 여자들이 갔으니 자기들도 좀 으아했던 모양입니다. '7박 8일이 아니라 영~영~ 중국에 있게 될 뻔 한 거 아니야?'하고 웃었지만 바로 나온 것이 천만다행인 것 같네요. 그런 이상한 곳 말고 정말 건전하면서 저렴하게 맛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에도 많이 생겼으면 하네요.
중국에 와서 참 부러웠던 문화 중에 하나는 바로 노인들의 건강한 삶이었어요. 천단공원이나 루쉰공원에서 본 대부분의 노인들의 모습은 참 즐거워 보였어요. 운동을 하거나 태극권을 연습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게임을 하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노년의 삶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동네 경로당밖에는 갈 수 없는 한국과 다르게 어디에서든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그들의 노년 문화가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우리도 이제 점점 노년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중국의 이런 건강한 노년문화는 본받았음 하네요. 체면이나 남의 시선보다는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 또 다른 문화, 음식
이번 여행 중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바로 음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중국에 왔으니 이왕이면 현지음식으로 먹어보자 하고 다짐했으나 5일 정도 지나자 맛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게 되더군요. 특유의 향신료 냄새는 영~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서안에서 먹었던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거와 만두였어요. 물론 맛있게 잘 드신 분들도 많겠지만 진한 훠거 육수와 샹차이가 들어간 만두는 도저히 입에 맞질 않더라구요. 그 때만큼 엄마가 해주시는 김치찌개와 김치만두가 그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엔 그냥 흰 쌀밥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책상 다리 빼고는 뭐든 다 먹는다는 중국. '정말 저걸 어떻게 먹어' 하는 뱀고기 꼬치에서부터 전갈, 지네, 불가사리 그 외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다 먹더군요. 한국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것들이기에 전갈 세 마리가 꽂혀있는 꼬치를 하나 사서 소연씨와 나, 울산허브님 셋이서 하나씩 먹어보았습니다. 의외로 맛이 고소하고 괜찮던데요. 지네꼬치도 한 번 먹어볼걸...아쉬워지네요.
중국의 음식이 기름진 것이 많은데도 뚱뚱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처럼 중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차 문화겠죠. 삐루춘, 용정차, 보이차, 우롱차 등 다양한 차를 마셔볼 수 있었는데요, 음식도 균형을 맞출 줄 아는 중국인들의 지혜로운 음식문화가 느껴졌답니다.
* 중국 속의 한국, 한국인
말로만 듣던 한류라는 것을 느껴봤습니다. 중국 거리 한복판에서 만난 광고 속의 비와 장동건이 어찌나 반갑고 더 잘생겨 보이던지^^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대장금의 "오나라 오나라~"가 들려오고, '대장금','내 이름은 김삼순'등의 한국 드라마와 '장나라, 이영애, 비, 김선아' 등의 한국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즐거워하는 중국인들의 모습과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한국말을 연습했다던 서안에서의 양꼬치집 아주머니의 모습 등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문화컨텐츠로 한류열풍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어딜 가든 한국 관광객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엉성하지만 한국말로 손님을 끌던 중국 상인들의 모습도 참 재밌었어요. 한국말로 “두 개 10원, 한 개 서비스~”를 외치며 하나 더 준다는 것을 강조하던 모습을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뭐든 하나라도 더 덤으로 얻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들의 습성을 잘 꿰뚫고 있었던 것 같네요.
* 이건 아니잖아~
어디든 좋은 면만 있을 순 없겠죠.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하고 느꼈던 것 몇 개 적어보자면 우선 절대 보행자 신호에 멈춰서지 않는 무서운 자동차들!! 중국에서 보행자 신호에 멈춰선 차들을 거의 보질 못한 것 같아요. 보행자 신호만 믿고 건너다가는 정말 차에 치여 죽을 것 같은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중국에서는 사람보다는 차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그렇게 신호를 무시하는 것을 오히려 융통성 있는 것으로 본다네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해야하는 건지... 그래도 앞으로 있을 올림픽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올텐데 이렇게 기본적인 교통질서조차 지켜지지 않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을 보고 외국인들도 융통성있는 중국인이라고 생각할까요?
두 번째는 살인적인 바가지요금...정말 아니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가격보다 더 높게 부르고 점점 깍으면서 흥정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이렇게 10배 가까이 말도 안 되게 가격을 높여 부른 것에 정말 혀가 내둘러 지더군요. 아무리 가격을 깍아서 사더라도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돈을 더 많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이 찝찝함이라니...
세 번째는 동방항공. 이번에 4번이나 동방항공 비행기를 탔지만 영~불안해서 비행기 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저뿐이었나요? 첫 날 출발할 때 비행기 수리 중이라는 것에서부터 불안하게 만들더니 왜 그렇게 비행기는 흔들리는지...특히 북경에서 서안으로 갈 때가 압권이었죠. 비행기도 허름한 데다 이륙하자마자 뒷 자석에는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답니다. 그리고 착륙할 때 덜컹거린 순간 정말 무슨 사고 나는 거 아닌가 하고 얼마나 떨었던지...여행 기간 동안 비행기 탈 때 마다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탔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던 건지 다른 분들은 다 태평하게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네 번째는 개인적인 것으로 홍교 시장에서 130원 짜리를 깍아서 50원을 주고 샀던 2G 메모리카드가 20장 찍히고는 더 이상 안 찍히더라는... 중국 제품과 중국인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 안 좋은 기억을 남게 한 사건이었네요.
* 함께 만든 추억들
북경에 도착한 첫 날 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9명의 멤버들이 간 곳은 난방도 안 되는 정말 허름한 양꼬치집. 허름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그 양꼬치집이 특히나 인상에 남는 것은 '이제 정말 내가 중국에 왔구나'하는 것이 실감났기 때문일까요? 술 한잔 하면서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낯설음이 스르르 녹아내렸기 때문일까요? 아님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술을 배불리 먹고도 얼마 안 되는 저렴한 가격 때문일까요?
아마 우리들만의 만찬 얘기에 다른 분들도 조금은 아쉬워했나 봅니다. 서안에서의 양꼬치 집에는 아마 빠진 사람 없이 거의 대부분 다 오셨죠?
특히 서안의 양꼬치집에서 있었던 규호 샘 생일 파티는 규호 샘 개인적으로나 우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네요. 즉석에서 카스테라빵으로 만든 케익과 초 대신 꽂혀 있던 담배 한 개비가 과히 압권이었죠. 담배를 뽑아 한 모금 빠시던 규호 샘 얼굴이 참 인상적이었답니다.
서안에서의 과일파티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낮에 서안 시내에 있는 중국식 까르푸에서 장을 보았는데 근호 샘이 자신의 중국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을 알려 주셨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의 기준은 '근호 샘이 좋아하는 것 = 맛있는 것', '근호 샘이 싫어하는 것=맛없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 날 우리가 먹은 과일은 울산허브님께서 쏘셨답니다. 늦었지만 잘 먹었습니다.^^
* 여행 후에 하고 싶어진 것들
여행하기 전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보질 못하고 갔어요. 무지한 저에게 규호 샘이 들려주는 중국 고대 및 근현대사 이야기와 야사 등의 이야기는 참 귀에 쏙쏙 들어올 만큼 재밌더군요. 그래서 중국의 역사에 관해서 한 번 쭉~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열심히 공부하면 다음 번엔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죠?
그리고 예전에 봤었던 ‘마지막 황제’와 ‘미션 임파서블 3’를 다시 한 번 볼까 합니다. 아마 느껴지는 감동과 재미가 예전과 다를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중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네요. 참 매력있는 언어인 것 같아요. ‘니하오’,‘쉐쉐’ 정도 밖에 모르던 제가 여행하면서 이제 숫자 정도는 알아듣는 답니다. 그리고 근호 샘에게 배운 ‘뚜 샤오치엔(얼마에요?)’,‘따이 꾸이(너무 비싸요)’,‘피에니바(깍아줘요)’로 중요한 의사소통은 해결했다는^^ 다음 번엔 열심히 중국어 공부해서 유창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구요~
* 마치며...
중국을 떠나기 전 나에게 중국은 붉은 색의 공산주의 국가,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 저가의 저질 물품들이 넘쳐나는 나라, 삭막한 대륙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가득했었죠. 주변에서도 좋은 데 놔두고 왜 하필 중국으로 여행을 가냐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7박 8일 동안 내가 본 중국은 어느 하나 놀라움을 금치 못할 감동의 연속이었고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였어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왜 그토록 중국을 숭상했는지 알 것 같았고 무조건 사대주의라고 비판할 것은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하면서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내 눈과 마음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에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의 영상과 감동을 모두 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의 능력이 모자라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직도 왜 하필 중국으로 여행을 가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百聞이 不如一見이라고...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우리 중여동 식구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인솔자 두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머리와 가슴이 한 뼘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행복한 이번 여행을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상 저의 허접한 여행 후기를 마칩니다.
2008. 1. 30 박 송이
추신: 사진은 아시다시피 메모리카드가 없어서 아쉬운 대로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천천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후기 재미있게 잘 었습니다~ 이번여행이 정말 재미있게 보셨다니 오히려 제가 기분이 더 좋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누군지 한 번에 알아보겠네^^ 서울,경기는 오늘 진짜 춥다고 하던데 대구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서안에서 보니까 추위 무지하게 타시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참! 3차도 가시나요? 우리한테 무지하게 시달리셔서 진저리를 치실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린 근호 샘 덕분에 여행 참 재밌었어요.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도 있어서 3차도 갑니다...^^;;
호칭을 샘으로 통일하는군요..근호샘이랑 있으면 정말 재밌죠....ㅋㄷ
맞아요 중국이라는곳 유럽보다 더 유럽같고 아프라카보다 더 아프리카 같은 곳이지요 백문이 불여일견 아주 딱 맞는 표현 입니다 아마 우리다음세대에는 어떤 중국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네요
후기 잘읽엇습니다... 박선생님이미지는 계란 반판이신데 여행후기는 계란한판맞으신듯 ㅎ 바쁜일정에도 어느새 거대한중국을 소화해버리셨어요..늘건강하시고 사시다가 사소한 고장이라도 생기시면 연락주세요..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농담..그런일없으셔야죠)
박샘님 안녕하세요 맛드러지게 쓰신 후기 잘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여행을 다녀온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일한 전라도사투리를 구사한 김정우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젊은청춘때 더 많은곳 돌아 다니시길 바라옵고 새해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울산허브님, 원주에서 오신 선생님, 그리고 김정우님^^같이 여행하게 되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서산에 살다가 31일날 천안으로 이사왔어여~~~!!! 저는 큰 딸래미구여 저도 솔직히 근호아저씨(^^)말씀 잘 못알아들었습니당~ㅎㅁㅎ;;
큰 딸래미가 용주였던가? 승주였던가? 한국 오자마자 이사하느라 바빴겠네. 어떻게 하면 두 딸을 그렇게 예쁘게 잘 낳아서 키울 수 있는지 부모님께 여쭙고 싶다고 말씀 전해주렴^^
1주일이 너무 짧은가....또 갔다와보고싶은 중국이예요. 그리고 같이 박물관이랑 예원 다닐때 재밌었어요^^
와...잘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