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죽이라는 동네가 익숙할 것이다.
충북으로 넘어가기 직전, 경기도의 마지막 점을 찍는 곳으로,
교통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일죽이라는 동네 이름은 첫 번째 죽산이라는 뜻이다.
일제가 죽산군을 안성군에 통폐합하면서 죽산군 지역에 일, 이, 삼을 붙여 만들어진 것이다.
부를 때 뭔가 어색한 이 이름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일죽과 장호원 사이의 평범한 농촌이었으나,
중부고속도로 일죽IC가 생기면서 교통의 요지로 바뀌었다.
충주, 장호원, 삼성 등으로 가는 길목이 되면서 마을 규모가 커졌고,
결국 원래 중심지였던 죽산면 인구를 제칠만큼 성장하였다.
지금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외지인들이 이곳에 올 일이 많지 않지만,
당시의 영향으로 일죽에는 조그마한 간이터미널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교통의 요지로 성장은 했지만 이렇다 할 개발이 없었기 때문에,
개통 이후 꾸준히 한결같은 일죽의 모습을 다시 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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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죽이라는 동네를 정말 오랜만에 왔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2011년이니 벌써 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경기도이지만 본연의 시골 모습이 남아있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곳인데,
오랜만에 방문을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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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골이라고 해도 서울 인근과 이곳은 차이가 있다.
화성, 평택, 용인, 남양주, 김포와 같은 지역은 공장이 많아 난잡한 느낌이 드는데,
이곳은 본연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읍내가 깔끔히 정비가 되어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흡사 일본의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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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없는 이곳의 풍경만 보아도 여행을 온 것 같다는 느낌이 싹 몰려든다.
그래서 일죽에 방문할 때면 매번 새롭다.
오랜만에 오는 일죽터미널은 딱 하나, 지붕 재질이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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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하나가 더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주로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외국인들이 추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과장 안 보태고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이국적인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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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로 보나 위치로 보나 이곳을 종점으로 삼는 시외버스는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모든 시외버스는 도로를 빠져나와 잠깐 이곳을 들렀다 가지만,
일죽터미널 주차장은 의외로 넓고 평탄하게 다져져 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평택으로 가는 370, 380번 버스가 출발을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는 출발을 기다리는 시내버스가 항상 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에서 일죽까지는 거리가 상당한 데도 20~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드나드는 것을 보면,
여기까지 평택 상권의 영향력이 간접적으로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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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죽터미널은 터미널이 아니라 정류장에 가깝다.
터미널 대합실이 편의점으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된 사실이고,
매표소가 그 안에서 아주 조그맣게 영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편의점 직원이 표를 같이 팔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라고나 할까.
편의점이 대기실을 겸하다 보니 편의점 안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술을 까는 노인들이 많아서인지 안에는 음주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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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사실이지만 여기서 가장 많이 다니는 노선은 동서울행 시외버스이다.
10년 전과 시간표를 비교해보니 놀랍게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시외버스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노선 단축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생각하면,
시간표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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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단축이 거의 없다는 건 동서울 노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행선지가 10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일죽IC 때문에 고속도로 이용률이 높아서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도,
안성-천안행, 충주-수안보행처럼 국도를 타는 노선은 이걸로 설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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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수안보 방면은 동서울행 노선이 그쪽까지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완행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노선 유지를 하는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일죽터미널만의 특급 영업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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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죽은 이웃 죽산과 마찬가지로 A4 용지 시간표를 따로 인쇄하여 붙여놓고 있다.
땜질이 많은 기존 시간표보다 훨씬 간편히 알아볼 수 있도록 나름의 배려를 해주는 셈이다.
한번에 모든 시외버스 노선이 잘 정리되어 있어 알아보기는 편하지만,
대신 글자가 작아 주 고객인 장년층 이상은 읽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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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이곳이 출발점이 아닌 37번 시내버스만 따로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여기서 출발하는 370, 380번 시내버스는 시외버스와 같이 안내되어 있다.
변화가 거의 없는 시외버스와는 다르게, 시내버스는 예전보다 횟수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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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시간표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침체 없이 꾸준하게 일상적으로 사람이 오가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뜻이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런데 일죽터미널은 변함없이 이를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가장 평범한 일상으로의 초대를 받아,
누군가에겐 특별한 여행으로의 기억이 된 일죽에서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말씀하신 것처럼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에 긴 거리를 국도를 타고 가는 시외버스 노선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음성이나 충주는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될 법한 노선들인데 국도 구간을 유지하는 걸 보면 구간구간마다 수요가 많은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백성운수에서 운영 중인 37번과 370, 380번 그리고 70번 등 시외버스의 역할을 하는 시내버스들이 여전히 건재한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무시무시한 구간요금을 받던 경기도 시내 노선들의 흔적을 간직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시내버스 배차가 줄었다 하신 부분이 어쩌면 수요 이탈과 함께 통합환승제에 따른 수익 감소 영향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역시 느낀 바가 비슷하네요~! 음성, 충주 방면으로는 구간 수요 문제도 있겠지만, 삼성 생극 무극 음성 주덕 등등 고만고만한 지역들이 많아서 단독으로 서울행 노선을 뽑기 어려우니 기존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 같습니다.
일죽은 수도권 및 충북권 구간수요가 많습니다. 동서울, 수원, 성남, 안성, 여주, 안산 인천, 충주, 음성 등 주변으로 이용하는 수요가 제법 됩니다. 특히 충주행07:40, 수안보행07:50, 음성행08:50 차량이 결행이나 고속도로정체지연으로 매표소에 통보를 못할경우 그 민원은 오전내내 본사로 빗발친답니다.
낮에 승객 몰리는 시간대도 비슷합니다. 동서울행 24회는 수안보발13회 꽃동네발11회이고 주말17:30은 아마 충주나 장호원에서 투입이 되는것으로 추정합니다. 남서울도 2006년까지 음성발6회 충주발5회 진천발2회 운행을 했었는데 일죽에서 이용객이 꽤 있었습니다. 지금쯤은 자리 잡았을텐데 아쉬움이 많네요..
주말 17:30분 버스 같은 경우는 제 추측입니다만 음성에서 투입되는거 같습니다. 그걸 뒷받침하는게 최근에 음성터미널 가보니까 음성→동서울 09:10분 버스가 주말한정으로 운행하고 있더라구요. 장호원(감곡)은 현재 임시로 운행할 차량이 있는 형편이 못됩니다.ㅠㅠ 남서울 같은 경우는 현재 경기고속에서 충주발 1회를 억지로 다니고 있는 형편인데, 2회 다녔을때도 동서울 버스 안다니는 시간에 끼워서 다녔는데도 고전을 면치 못하더라구요.
@장호원버스센터장 아, 음성에서 투입되는가 보네요. 충주발 남서울은 폐지된줄 알았는데 1회를 아직 유지중이군요. 잘 알았습니다.
주변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요. 서울행 버스가 일죽에서 출발해서 분산되니 운행 계통이 다양하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남서울행이 2006년까지는 횟수가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자리를 잡았다면 좋았을텐데요..
문경~안동쪽의 경상도 방면을 제외하면 보기드물게 착한 요금표네요.
대전이면 상당한 거리인 것 같은데 6,100원으로
대전에서 논산만 지나면 나오는 부여보다도 저렴하고,
대전에서 평택(6,600)이나 안성(7,100)보다도 더 저렴하군요.
대전-일죽노선을 살펴보니 대전-일죽, 장호원,감곡 이 코스네요.
요금이 착해서 좋긴하나 청주나 중간에 군소재지 이상급 경유없이 수요가 나올지 의문이네요.
일죽IC를 이용하는 노선이 많아서 요금이 착하고, 그 덕분에 이용률이 높아 수요가 유지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장호원, 감곡, 생극, 주덕, 삼성 등등 타지역들도 하나씩 떼놓고 보면 수요가 적지만, 모아놓고 보면 군소재지 이상의 인구가 되는 데다 거리가 가까워서 이쪽에서도 일죽IC 경유 노선이 요금 경쟁력이 있으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매표소에 붙어 있는 37,37-1번 시간표 현재는 저렇게 운행하지 않고 현재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작년 7월 9일 근로시간 단축시행의 사유로 한달동안 시험삼아 운행한 시간표이지요. 그리고 저 시간표 옥의티가 시간위 행선지가 반대로 되어있습니다. 안성이 여주시간이고, 여주가 안성시간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새 주인으로 바뀌더니 초기에는 시간표가 맞지않고 그랬어요.
그렇군요... 제가 갔을 땐 12월이었는데 그대로 붙여놓은 걸 보면 관리를 잘 안하시는가 보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09 20:21
@중원고속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20년 동안 운영하셨다니 정이 참 많이 들었겠습니다. 말씀하신 다른 곳들에 가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괴산, 삼성같은 경우는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서 더 정이 가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09 09: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09 09:34
@중원고속 일죽터미널 전 주인(아저씨, 아줌마 두 분)분께서 오랫동안 경영하셨는거 저도 처음 알았네요. 특히 아저씨는 버스 타는거 모르시는 분 계시면 밖에 나와서 코치까지 해주셨던 분이었는데... 지금 새로들어온 아줌마는 되게 까칠하더라구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1.09 20:29
37번 예전에 구간요금이 어마어마 했지요 ㅎㅎ
구간요금이 상당히 쎘었는데 지금은 저렴하게 탈 수 있게 됐네요 ㅎㅎ
오랜만에 일죽 터미널 사진을보니
반갑네요.
천안.온양행 시간표를 보고.
어디에서 출발하는 걸까?
궁금증에 역으로 천안터미널을 검색해봤더니
이천,여주,양평,원주행이 일죽을
경유하는군요.
천안에서 ㅡ공도ㅡ안성ㅡ죽산ㅡ일죽으로...
시간날때 한번 타보고 싶은 노선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타보고 싶습니다. 어떤 매력이 있는 노선일까 궁금하네요~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들을 비롯하여 농어촌버스들의 주 고객이 외국인 근로자 내지는 다문화 가정 등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보이는 거 같습니다. 시대 변화의 한 흐름이라고 봐야 할 거 같은데, 농어촌버스들이 이 분들의 발이 되어 주는 게 괜찮아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건 아닐 거 같습니다.
외국인 밀집지역은 이미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보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과연 한국이 맞나 싶은 광경이 점점 잦아지는 듯한 느낌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