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51. (하롱베이 –승솟동굴 – 티톱섬 –하롱파크)
어젯밤 하노이에서 2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하롱베이 숙소에서 숙박을 하였다. 이곳에서 2박 3일을 묵을 예정이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약 2~3시간 소요되며 중간에 휴게소에 한번 들러 가는데 바닷가에 가까워질수록 얼마 전 베트남을 할퀴고 지나간 대형 태풍의 피해 잔해들이 아직 어수선하게 놓여져 있는 상태이다. 나무들이 뿌리까지 뽑혀 누워있는가 하면 간판이나 구조물의 찢겨 나간 흔적이 많이 보였다. 서 너 달 전 쯤 지나간 태풍의 피해는 엄청났다는 가이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잔해들이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달려오는 고속도로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하면서도 도시의 번잡함은 점점 한적한 시골 풍경으로 바뀌어서 하롱베이 선착장이 있는 이곳은 웅장한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침 7시 30분, 호텔 픽업하여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는 일정이라 일찍 서둘러야 했다. 그야말로 빠듯한 일정이다. 5시쯤 기상하여 6시에 아침 식사를 끝내고 어느 한 팀도 지각없이 하롱베이 투어를 시작한다. 크루즈 체크인을 마치고 배에 올랐다. 하루 동안 승솟 동굴과 티톱 섬을 다녀올 크루즈는 생각보다 럭셔리했다. 선실은 아늑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선실에서 바라본 하롱베이의 전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수백 개의 섬들과 오고 가는 유람선 그리고 크고 작은 크루즈와 돛단배 또는 고깃배까지 바다 위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 위에서 잔잔한 물결처럼 올 한 해는 우리가족의 건강과 일상도 그렇게 잔잔하게 지나가길 바라며 물 멍도 해본다. 이만한 넓은 바다와 푸른 물결에 파도가 없다니 또는 갈메기가 없다니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롭다. 오랜만에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을 여행길로 벗어나 이토록 편안함이 가득하다. 물 멍이거나 구름 멍이거나 뜻밖의 횡제나 뜻밖의 기쁨도 좋겠다만 오는 새해에도 지금처럼 평화롭기를 소망해본다. 한편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은 바다를 멀리 나가서 접하는 풍광이 아니라 항구에서 떠나자 마자 하롱베이의 풍경들이 눈을 압도하는데 잠시 넋을 잃고 보게 된다. 그야말로 탐나는 자원이다. 당연히 객실 내에서나 선상에 나가서도 충분히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하롱베이에 이런 섬들이 1,969개가 있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다. 하롱베이는 정말 감동이다. 바다에 떠있는 섬들의 넓이가 너무나 광대하다. 밥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섬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으니 섬 하나하나의 모양이 기묘하고 이 섬들은 겹쳐 굽이굽이 산등성이처럼 새로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섬들은 바다와 조화되어 선경을 이룬다. 바다에 떠 있는 많은 배들까지도 풍경과 하나가 된다.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자랑하는 이곳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지 중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크루즈 선상 관광은 그야말로 훌륭했다. 배는 넓고 승객 수는 적어서 배 이쪽저쪽을 옮겨가며 마음에 드는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바다는 더없이 고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파도가 세려야 셀 수가 없을 것이다. 베트남 여성이 노를 저어 산 밑으로 난 큰 동굴을 지나니 4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위기의 바다가 나왔다. 사방이 산인데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잘 먹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먹을 것을 던져주면 골라 먹는 모습이 어쩌면 사람심리와 저리 같을까? 싶다. 원숭이들이 서식하는 이 섬들도 해변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원숭이들은 거침없이 위아래 달린다. 원숭이도 관광자원이 되어 한참을 머물러 놀면서 잔잔한 바다위에서 쉼이 이어지는 동안 두 번째 프로그램인 보트를 타고 비경 속으로 들어가 볼 차례였다. 저 고독한 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를 만나보고 하롱베이 섬들 구석구석을 돌아 올 크루즈 투어는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섬 안에 엄청난 동굴이 숨겨져 있다는데 그곳이 승솟동굴이란다. 이곳에 무슨 동굴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동굴을 만나게 되었다. 크루즈에서 작은 배로 갈아타고 승솟동굴 투어가 시작되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HANG SỬNG SỐT"이라는 푸른 간판이 첫인사처럼 반긴다. 동굴 안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경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름 그대로 ‘놀라움의 동굴’이란 뜻을 가진 승솟동굴답게, 내부는 자연이 빚어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석회암 조각들로 가득했다. 천장에는 마치 폭포가 얼어붙은 것 같은 석순들이 늘어져 있었고 바닥은 오래된 호수의 흔적을 남긴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느 동굴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형상이다. 특히 동굴 천장의 형상은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듯 하늘같으면서도 하늘이라면 동트는 하늘과 저무는 하늘들이 겹쳐있는 듯한 느낌으로 마냥 신기하고 놀랍다.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지며 생긴 그림자와 색감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 같기도 하다. 특별한 것은 이 동굴에는 물이 없다는 것이다. 마른 동굴에 끝도 없이 펼쳐진 기이한 형상은 동굴 탐험이 단순히 자연을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듣자하니 승솟동굴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사들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동굴의 내부 공간이 넓고 숨기 좋은 장소로 적합해 그런 용도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자연 속에 숨겨진 역사를 듣고 나니 동굴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동굴 탐험을 마치고 내려오면서도 마음속엔 여전히 감동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아마도 이번 승솟동굴 탐험은 하롱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한편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에서 느끼는 평화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자연이 만든 신기한 동굴 모습을 짧은 시간 빠르게 보고 나오는 게 기억에 남을지 안타까워 추억이 저장된 이날을 다시금 꺼내보려 세세하게 사진으로 담아서 다음 코스인 티톱섬으로 향한다. 유일하게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티톱'이라는 이름의 섬에 도착하는데 소련의 우주비행사 티톱의 이름을 따서 호치민 대통령이 그와의 인연으로 지정한 섬이라 한다. 하롱베이를 쭉 둘러보기 좋은 조망 조건을 가지고 있고 작지만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 문득 내려 보니 고운모래가 백사장처럼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이곳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모래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래밭이란다. 어쨌거나 모래밭과 앞 옆으로 펼쳐진 풍경으로 앉아만 있어도 근사한 여행이 될법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전망대까지 오르거나 주변에서 산책을 택해야 하는데 30분이라는 시간으로는 다소 촉박하여 잠시 쉬어오기로 하였다. 그렇게 승솟동굴과 티톱섬을 둘러본 후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탑승했던 크루즈에 다시 올랐다. 올라보니 점심시간이라 각종 요리가 진수성찬으로 준비되어 있다. 각종 해물요리와 한식은 물론 특유의 향신료와 잘 어울리는 훌륭한 식단이다. 모두가 식사를 즐기는 동안 한국 가요를 부르는 공연이 시작되고 배가 미끄러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즐기는 동안 크루즈는 이미 출발했던 선착장에 와 있었다. 하롱베이에서 맞이하기 드문 쨍한 날씨를 온 몸으로 받으며 우리는 하롱파크로 옮긴다. 하롱파크에는 퀸케이블카가 유명하단다. 물론 아이들과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였지만 개인적으로 마틱산 불교사원을 구경하고 싶어서 적극 나섰다. 그곳에는 최대 해발188m의 마스틱산에 있는 어드랙션을 이용할 수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 썬힐과 밀랍인형 박물관이 있으며 일본식정원등 마스틱산 불교사원으로 가는 다리는 환상의 조망 포인트였다. 퀸케이블카 역시 2층 케이블카로 최대정원 230명까지 수용가능하며 썬월드 승강장까지 2대가 운영되고 있었다. 세계적인 스위스 도펠마이어와 가라반타 그룹이 건설 했다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큰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 등제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마스틱산 불교사원까지 걷다보니 어두워진 저녁시간이다. 밀랍인형 박물관에서는 세계 여러 인물 중 우리나라 가수 싸이를 만나고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하롱파크 야경을 눈에 담으며 하롱베이에서의 알뜰한 여행의 일정을 닫는다. 오늘의 코스는 그야말로 이번 여행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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