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의사들의 연구 열심과 목회자들의 학문적 열심
나는 전체적으로 보아 몸이 건강한 편이다. 어릴 때 다른 친구들은 몸이 아파서 학교에 결석하고 집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는 아프지 않아 그런 처지를 당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병들어서 학교에 결석하는 것이 약간 부러웠다. 그럼에도 내겐 약한 부분이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기관지확장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다니는 병원은 이비인후과일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독 코를 많이 흘렀고 기참을 많이 했으면 가래침이 많이 나왔다.
나는 그 원인을 캐보려고 독일 뮌스터 대학병원 호흡기 전문 교수에게 검사를 받았다.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가격이 높은 검사였으나 의료 보험 덕분에 쉽게 검사할 수 있었다. 그의 의하면 내 기관지에는 폐결핵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BCG 접종을 했는데 놀랍게도 나에게 양성 반응이 나왔다. 내 몸은 매우 튼튼했는데 이상하게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나는 한 번도 폐결핵을 앓아 본 적이 없어서 그 당시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내가 갓난 아기시절에 백일기침을 크게 해서 많이 나오는 가래 때문에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백일기침이 반드시 폐결핵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둘째 고모님의 맏딸이 폐결핵에 걸려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에 와 있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 폐결핵이 내 몸에 침투했으나 나의 건강이 좋아 나를 장악하지는 못하고 살짝 지나간 것이다. 내 기관지 한 부분을 파괴하여 기관지를 기형적으로 만들어 가래가 쉽게 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결과 ‘기관지확장증’으로 나아가게 한 것 같다. 이런 진단은 나중에 천안 순천향 병원 호흡기 교수인 나주옥 박사의 분석에서도 나왔다.
유학시절에도 가장 많이 다닌 병원은 이비인후과(HNO)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의 주치의는 아랍출신 여자였는데 고맙게도 그녀는 화학약을 처방하지 않고 식물로 만들어진 생약을 처방해주어 몸에 그렇게 많은 해를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귀국한 다음에도 나는 이비인후과를 부지런히 다녔다. 이렇게 병원을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한국 병원에는 담당 의사들의 일정이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밖에 제시되어 있다. 매우 눈에 와 닿은 것은 의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휴진하고 학회에 간다는 것이다. 계속 의학 기술은 발전하고 새로운 이론들이 가르쳐지고 나아가 새로운 처방 기계들이 들어와서 그런 첨단 기계들을 잘 사용하지 않고는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의사가 여전히 10년 전에 사용하던 기기들을 사용하여 진료한다면 그 병원은 얼마 안가서 망할 것이다. 구식 기계로는 환자들을 만족할 만하게 진단도 할 수 없을뿐더러 매우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모두 이런 학회 참여에 열심을 내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눈여겨보면서 목회자들에게 이런 열심이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육신의 생명을 다룬다. 그러나 목회자는 영적 생명을 관리한다. 목회자들은 영혼의 구원문제도 다루지만 성도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어떻게 풍성한 삶을 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은 자기 발전을 위해 의사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학회에 참석하여 자기 발전을 도보하는 목회자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만 소수의 목회자들만이 학회에 참석하고 자기가 궁금해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개혁주의신학이란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 섬기는 법을 정리해서 성도들이 하나님을 잘 섬기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목회 사역도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원리에 따라 수행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설교도, 목회도 학문적으로 수행해야 그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세상적인 방식으로 한다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학교 시절에는 이론을 정확하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