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롤드니버의 기념비적 저작인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는 그의 경험에서 출발한 책이다.
니버는 예일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엘리트 목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종교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도전하는 고달픈 길을 택한다. 1차대전과 대공황 등을 지켜본 이 젊은 목사는 도덕적 개인이 모인 사회가 왜 비도덕적이 되는지에 관한 탐구를 시작한다.
1차대전에 참가한 군인들 대부분은 순수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지닌 평범하고 도덕적인 청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여서 한 전쟁은 전혀 도덕적이지 않았다. 너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야 했고, 어디에도 도덕이 설 자리는 없었다. 니부어가 보기에 전쟁이란 결국 국가권력이 순수한 청년들의 애국심을 이용해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특히 사회를 주도하는 특권층을 비판했다. "특권계급은 그렇지 않은 계급보다 더 위선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특권을 평등과 정의로 포장한다.(중략)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이 보편적 이익에 봉사한다는 교묘한 증거와 논증을 창안해 내려고 노력한다."
도덕적 개인이 모인 사회가 비도덕적으로 변모하는 데는 특권층뿐만 아니라 대중의 이중적 본성도 작용한다. 대부분의 개인은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시설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 들어서면 입장은 달라진다. 그들과 어울리기 싫다거나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거나 하는 부도덕한 심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이들이 집단을 이루면 이기적 목소리는 더 힘을 얻고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게 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옛 유고연방에서 벌어진 내전 때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한 민병대원들은 내전이 일어나기 전 교사나 의사, 공무원 등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집단심리가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니부어는 책에서 이런 사회집단의 악(惡)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양심이나 윤리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가 악을 견제하는 강제력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란 항상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신의 욕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늘 자기 자신의 욕구가 타인의 것보다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사회는 상충하는 욕구를 조정하는 방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니버가 중요한 사례로 반복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이다.
니버의 결론은 이상주의적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의 문제제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지적한 집단이기주의는 중요한 사회학적 화두로 남았다. 양심의 명령과 사회적 요구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의 변증법적 해결을 꿈꾸었던 니부어는 '사리에 맞는 행복(reasonably happy)'을 누리게 해달라고 죽는 날까지 기도했던 멋진 이상주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