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낼 테니 맞혀봐. 세기의 천재라 불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그림 중… 뭐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바로 정답을 말하는 그 매너는! 맞아 <모나리자>. 그림 속 주인공 모나리자의 지을 듯 말 듯한 신비로운 미소 는 ‘모나리자의 수수께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문학적 상상력을 불어넣기도 했지. 그런데 혹시 생각해본 적 있니? 모나리자를 비롯해 서양의 옛날 초상화 속 주인공들은 김치~ 아니, 치즈~ 하며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지 않고 죄다 미소만 짓고 있을까?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닫고 ‘어, 생각해보니 그렇네!’를 외치고 있을 널 위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출처 위키백과·Lakeside Ledger 참고 <아름다운 것들의 역사>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
# 웃는 순간 모두 기절
초상화 속 그녀들의 미소에 숨겨진 비밀
잠시 왼쪽 그림을 보자. 세 그림 모두 1800년대 작품들이고 첫 번째 그림이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의 초상>이야. 그림만 봐도 외제니 황후가 누군 지 감이 팍! 오지? 혼자 화관 쓰고 조명 받고 꽃까지 들고 있는 여인! 외제니 황후가 누군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자니 조금 부끄럽다고? 널 위해 살짝 알려줄게.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이야. 귀족들을 위한 여행가방을 만들고 여행에 필요한 짐을 대신 싸주던 루이라는 인물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으로 우뚝 서게 한 여인이지. 각설하고, 다시 그림을 봐봐. 아무리 우아하고 고귀한 황후를 중심으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라 해도 어쩌면 아홉 명의 여인 중 단 한 명도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는 사람이 없냔 말이지.
두 번째 그림의 주인공은 ‘베르사유의 장미’라 불린 비운의 여인 마리 앙투아네트고 세 번째 그림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가 사랑한 세기의 미인이자 당대 패 셔니스타로 군림했던 시씨 황후야. 당시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초상화를 그 릴 때 이를 보이면 큰일난다’는 정설이 존재했던 것처럼 그림 속 여인들은 하나 같이 입을 꾹 다물고 있지. 왜 일까? 그건 바로바로~ 충치벌레로 가득한, 검게 썩은 이 때문에 웃어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래! 꺄~
문명이 발전한 아시아는 일찌감치 양치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중세 유럽 인들은 씻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이를 닦는 것도 무서워했어. 무지해서 이가 왜 썩는지조차 몰랐대. 왕족이건 평민이건, 죽을 때까지 이를 멀쩡하게 유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니 말 다했지.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충치로 인한 입냄새가 너무 심해서 와인·백반· 물·허브를 섞은 구취 제거제를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엘리자베스 1세도 충 치로 이를 거의 다 뽑고 홀쭉해진 볼을 감추려 솜뭉치를 입에 물고 있었대. 왜 중세 유럽 초상화 속 여인들이 미소만 짓고 있는지 알겠지? 1728년 프랑스 치 과 의사 피에르 포샤르가 ‘이는 매일 닦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까지 유럽인들 은 이 닦기의 소중함을 몰랐다니, 에휴….
# 칫솔의 원조는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최고(最古)의 칫솔
그럼 옛날 사람들은 양치를 안 했냐고? 아냐, 인류는 120만 년 전부터 치아를 관리했어. 물론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나뭇가지로 파내는 정도였지만. 우리가 ‘칫솔’이라고 부를 만한 친구는 5천 년 전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했지.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가? 살균 효과가 있는 나무를 연필 크기로 잘라서 한쪽을 질 겅질겅 씹어 짓이기면 섬유질 부분이 부드러워지는데, 이것을 칫솔로 쓰고 반대쪽은 뾰족하게 깎아 이쑤시개로 썼다고 해.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이런 인류 최초의 칫솔이 발견됐다고 하니, 이 좀 닦을 줄 알았던 민족이었나 봐. 저걸로 닦느니 이를 안 닦고 말겠다고? 그래. 보기만 해도 이가 아파오네. 양치 시간이 좀 괴로울 것 같긴 하다.
양치용 막대 ‘미즈왁’. 살균성분이 있어 ‘칫솔나무’라 불린 살바도라페르시카의 가지와 뿌리로 만들었다.
# 그게 칫솔이냐 막대기지?
진정한 칫솔의 원조는 중국 ‘당나라’ 이 칫솔은 좀 어때? 좀 덜 아플 것 같지? 요즘
이 칫솔은 좀 어때? 좀 덜 아플 것 같지? 요즘 칫솔과 비슷하게 짧은 털이 달린 모양으로 이집트산 칫솔보다 많이 업그레이드됐네. 역시 인류 4대 발명품(나침 반 종이 화약 인쇄술)이 탄생한 나라답군! 당나라 칫솔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자 면 시베리아 흑돼지의 목 부위 털을 뽑아서 대나무나 뼛조각으로 만든 손잡이에 단단히 고정시켜서 만들었다고 해. 문제는 시베리아 흑돼지 털이 너무 뻣뻣하고 억세서 잇몸에 상처가 나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대~ 나중에는 부드러운 말 의 갈기로 솔을 대체했다지 뭐야. 이러나저러나 너의 인상은 펴지지 않고 있지만 말이지. 이건 뭐, 거의 구둣솔로 이를 닦는 느낌이었을 것 같단 말야.
7~10세기 당나라 시대에 널리 사용됐다는 대나무와 돼지털로 만든 칫솔
# 위대한 ‘나일론 혁명’
인간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물하다
20세기 중엽에 이르러 미국 치과 의사 로버트 허드슨은 부드러운 나일론을 칫솔모로 쓰는 법을 개발했지. 우리 가 현재 사용하는 칫솔은 바로 허드슨 아저씨 덕이야. 또 허드슨은 잇몸이 상하지 않고 이를 더 잘 닦을 수 있도록 칫솔모 끝을 깎아 다듬는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했지.
1969년 달에 착륙한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우주에서 쓴 칫솔도 허드슨의 칫솔이었어. 1969년에는 이미 전동칫솔도 개발이 됐지. 전동칫솔은 1954년 스위스의 필립 가이 부그 박사가 처음으로 발명했어. 이렇게 칫솔은 진화를 거듭해 우리에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행복과 건강, 치아를 드러내는 환한 웃음을 선사했단다.
양치용 막대부터 전동칫솔까지 칫솔의 변천사
내일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