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악산하면 기차여행과 닭갈비 등등 아름다운 추억과 이제는 아련해진 추억이 교차하는 산이다.
인천에서 직장생활 할 때 다녀온 이후 동갑내기 백호방 친구들과 첫 원정산행 이었으며,
구르뫼에서 이번이 두 번째로 산행하는 등 열 번 가량 제법 많이 다닌 산이어서 지겨울 만도 한데
삼악산 공지만 올라오면 번번히 꼬릴 단다.
아마도 이산은 무슨 매력이 있기에 그럴까 생각해보면, 대성리, 가평, 강촌이 주는 고교시절의
낭만과 군 생활하면서 수시로 드나들었던 춘천이 배경이고 거기에 삼악산에 갈 때마다
켜켜이 쌓인 추억이 배접되어 그런가 보다.
9시 20분 출발이니 적어도 9시 10분까지 모이라는 대장의 공지에 부산하게 움직여
청량리역 역사에 도착하니 벌써 몇 분이 와 계신다.
부지런한 넓은하늘과 송이님, 백두산형님이 일찍 오셨고, 사창가를 순찰(?)하신
쉬리님, 선영님 등의 순서로 9시 7분에 모든 분이 모였는데 열차 시간은 9시30분이란다.
마로대장님의 낚시에 걸려들었다 에궁
성북역에서 타기로 한 님들이 차례로 타는데 카카오 총무님이 성북역을 지나쳐서
되돌아오고 있다고 하는데 열차는 서서히 출발한다.
다음 열차편을 이용하면 시간적으로 어려워 안타까운 일이지만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기차여행은 이게 최고야 라면서 쉬리님이 건네준 삶은 계란과
한사랑님이 96년에 담근 35도짜리 매실주를 홀짝 마시니 아침부터 알딸딸해진다.
11시에 강촌역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고 갈 25인승 버스가 도착한다.
이곳에서 학교을 나와 거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쉬리님이 추진하셨다.
다리 건너 사랑전달님을 태우고 삼악산 의암호입구로 향한다.
의암호를 조망하는 작은 공터에서 산행대장님의 인사말을 듣고 자기소개하고 단체사진 촬영 후
산행이 시작되었다. 낭랑한 독경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상원사에서 물 한잔을 마시면서
가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대웅전 지붕에 수북이 쌓인 눈이 뭉치로 우두둑 떨어지는 광경을
모두들 넋 놓고 보면서 마치 빙하 같다고 또 날씨가 워낙 좋다면서 다들 한마디 씩 거든다.
절 뒷마당에서 시작된 깔딱 고개를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한다.
다시금 출발하여 정상을 800미터 남기고 조금 넓은 공터에서 넓은하늘님이
주유시간을 주지 않으면 산행을 보이콧하겠다는 협박에 간식시간은 시작되었고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와 주님들 모두들 엄청난 양에서 놀라고 맛에서 또 한번 놀랐다.
밀주를 1.8리터 가져오신 백두산님 맛이 싸한 것이 옛날 집에서 잔치 때 담가 먹던 그 맛이 이었고,
두부김치를 가져오신 타이루님, 매생이국을 끊여오신 선영님, 막걸리와 뽕주 등등 배터지게 먹었다.
삼악산을 의암호를 들머리로 하는 것은 급경사이어서 내려오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더 안전하여 택하는 면도 있지만 중간 중간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바라보면
오르면 오를수록 의암호 전체가 보이면서 경치는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역시 반쯤 얼음이 덮인 의암호는 햇볕에 반사되어 환하게 빛나고
호수 내의 중도와 거북이 섬은 여전히 얼음에 둘러싸여 겨울나라에 있는 듯 하고,
검봉산 봉우리는 눈에 희긋희긋한 것이 멋진 중년신사 같은 모습이다.
산에서 바라본 춘천은 과연 호반도시라 불릴만하다 소양댐, 춘천댐, 의암댐 어우러져 있다.
술기운에 취해 정상에 오르니 용화봉(624m)이라고 춘천시민산악회에서 오석으로
정상석이 세워 있어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조금 내려가 넓은 공터에서
시작된 점심은 오르면서 마신 술이 채 깨기도 전에 다시 마시게 되었다.
특히 물텀벙님이 가져오신 과메기는 배추와 함께 일품이었다.
등선폭포 계곡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쉬면서 쉬리님이 눈사람을 만들어
막대기를 고추처럼 꼽아놓고 시작한 장난이 제법 걸쭉한 말로 시작되어
열차도 세웠는데 고추 세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하는 등등의 농에
모두들 흥이 나서 눈사람 옆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한여름에도 주변 기온을 몇도 정도는 내릴 정도로 물이 많은 폭포인데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변해 그 옆으로 작은 물줄기만 쫄쫄 흘러내린다.
하산을 완료하여 차량회수 관계로 아쉽게도 사랑전달님은 집으로 향하고
모두들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평소에 닭갈비 요리를 좋아하여 자주 먹는 편이어서
닭갈비에 관한한 입맛을 좀 아는데 이곳은 정말 대박 집이었다.
신선한 야채와 고기와 소스가 일품이었다. 우리 구르뫼의 별칭인 배터지는 산악회답게
잔뜩 먹고 마신게 채 꺼지지 않은 상태이었지만 너무 맛있어 엄청 먹었다.
오늘은 산주님 생신이어서 쉬리님이 멀리서 케이크를 사 오셔서 생일축하를 하면서
즐겁게 지내다 보니 갑자기 직장 선배가 보고 싶어졌다.
십여년 전에 명퇴하고 이곳에 낙향하여 개인택시를 하는데 처음에는 목소리만
듣고자 했는데 닭갈비집으로 오겠다고 한다.
모처럼 만나니 말투나 체격 등은 여전하였지만 얼굴의 세월의 흔적이 있어
형도 좀 늙었구나 하니 빙긋 웃는다.
직장에 입사하여 같은 곳에 15년을 같이 근무하면서 일도 배우고 같이 놀러 다니고
형으로 의지하였는데 춘천으로 이사하고 나니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조만간 선배가 쉬는 날을 잡아 춘천에 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7시30분 남춘천역에서
열차를 타고 마신 술에 취해 피곤에 취해 졸다보니 서울이었다.
이번에도 삼악산은 좋은 분들과 한겹의 추억을 쌓았다. 모처럼 선배를 만나 더욱 좋았다.
오가면서 기차여행은 창밖의 여유로운 풍경과 일정하게 덜겅거리는 소음으로 인하여
여전히 매력 있고 강촌역의 낙서역시 옛날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아이콘 같은 무엇이 있다.
첫댓글 산행후기는 기록용으로 혼자 쓰서 개인기록으로 간수하는데 이번 삼악산은 같이 돌려보고 싶네요
참 꼼꼼하시군요..이담에 눈이 침침해지면 돌아가면서 읽어주기로 합시다..경로당에서~~ㅋ
잘 보고 갑니다....
어디든 가서 날 반겨줄 사람이 있는 님이 부럽습니다.
전 언제나 내 젊은시절 잔영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곳이라 언제가바도 지겹지가 않더라구여..정성들인 산행후기 잘보고갑니다..^^*
근디요선영이는 588번 버스정류장은 안갔어유 언제나 가도가도 정겨움이 묻어나는곳^^ 4년전엔 강촌에서 바이클도 누가 태워 줬었는데...덕분에 아련한 추억과 함께한 추억이 스물스물 다시 피어 오르는듯 합니다^^
글 잘읽었음니다저야 매 춘천 어머님댁에 갈때마다 새벽녘에(실은 입장료를 안내려구..) 홀로 오르는 악산이었지만 님들과의 시끌벅적한 산행에두 넉넉함으로 푸근히 안아주는 악산의 변함없는 모습에 항상 숙연함을 느낀담니다 언제가두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의산...조금더 아껴주고 조금더 사랑해주자구여
청뫼님 글을 읽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다 기억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듯 생생한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지나간 학창시절 바람끼(?)를 되돌아 보게 되었네여~~~~~~~~~~ㅎㅎㅎ
뒷풀이 닭갈비집 맛이 대단했나 봅니다. 아, 침넘어가네요 꼴깍*^^*
안봐도 비디오요 안들어도 오디오란 표현이 절로 나올만큼 느낌이 피부에 화~~악 와 닿습니다..*^^*
스물시절에 미어터지는 춘천행 기차에 창문으로 배낭 던져가며 문간에 매려 간신히 올라서 악산 다녀온것이 엊그제 같은데...그후로도 비오거나 눈오는날 기차타고 문배마을이나..강촌의 소박하지만 유명했던 철길옆의 막국수집...쏘댕기던 시절이 이젠 추억에 묻혀가네요청뫼님 덕분에 추억에 잠겨 봅니다
삼악산...아~~으~~~즐거움과 괴로움이 교차했던곳..ㅎㅎ 이젠 즐거움만 남았습니다..정겨운후기 잘 읽고 갑니다^^
청뫼님도 뒤질라 장문의 후기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