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자기 앞의 생>을 각색한 영화로 소피아 로렌이 로사 아줌마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1978년 나온 노래 <모모>를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의 이름인 모하메드를 줄여서 부른 <모모>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는 모모가 아랍계 소년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흑인 꼬마로 나옵니다. 눈매가 불량하고 반항적인 꼬마로 나옵니다. 좀도둑질로 생활하는 모모가 로사 아줌마의 촛대를 날치기 하다가 후견인인 의사 코엔 박사에 들키고 코엔 박사와 같이 로사 아줌마에 가서 사과하는데 코엔 박사의 부탁으로 로사 아줌마가 모모를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로사 아줌마는 젊었을 때 매춘부 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매춘부 생활을 그만 두고 매춘부의 자식들을 돈을 받고 키워주면서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모모가 처음에는 로사 아줌마의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거기에 있는 아이들이나 이웃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서로간에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이 연대의식을 갖게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사 아줌마는 유태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한 경험때문에 자신을 실험의 재료로 사용할거라면서 병원이나 요양원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점점 심해지는 치매증세로 요양원에 가게될지도 모른다면서 모모에게 병원에 가지 않게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영화에 출연할 때, 소피아 로렌의 나이가 95세 였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의 그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연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로맹 가리는 1914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작가로 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활동도 하고 프랑스 공군에 입대하여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여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습니다. 종전 후에는 외교관으로 활동하여 각국의 영사등을 지냈으며, 그 사이에 여러 소설을 발표하여 1956년에 발표한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공쿠르 상을 받았습니다. 공쿠르 상은 한 작가에게 딱 한번만 시상하는 데, 세계 3대 문학상 중(노벨 문학상, 부커상, 공쿠르상)의 하나로 손 꼽히며,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입니다. 외교관 생활 중에 만난 여배우 진 세버그(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주연을 맡아 유명해짐)와 1962년 결혼했다가 나중에 1970년에 이혼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로맹 가리의 5촌 조카인 에밀 아자르는 1974년에 <거대한 비단뱀>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 1975년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평단의 격찬을 받아 <프랑스 문학의 오늘은 로맹 가리이고, 내일은 에밀 아자르>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해 공쿠르상도 에밀 아자르가 받게되었지만, 그는 공쿠르상 수상을 거부해서 세상을 놀래킵니다. 그러나 주관단체인 공쿠르상 아카데미는 <상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게 주는 것이다. 탄생과 죽음이 그러하듯 공쿠르상은 수락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에밀 아자르이며, 수상 작품은 여전히 자기앞의 생이다.>라고 선언하여 에밀 아자르는 공쿠르상을 받게됩니다. 그 후로 에밀 아자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장 촉망받는 작가가 됩니다.
1979년 로맹 가리의 전처 진 세버그가 실종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됩니다. 진 세버그는 흑인민권운동 단체인 블랙 펜서를 후원하고 있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FBI가 진 세버그에 대한 갖은 모략을 공작하여 진 세버그가 흑인의 자식을 임신하였다는 등의 흑색선전을 해서 이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 진 세버그는 여러번 자살를 시도했었는데 결국 죽고 만 것입니다. 로맹가리는 FBI가 살해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1년 후 1980년 12월 2일 로맹 가리는 66세의 나이로 권총자살을 하게 됩니다. 그는 유서에서 "........나는 마침내 나를 표현했다."라고 말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로맹 가리가 죽었던 같은 날짜에 에밀 아자르도 죽었다는 사실이 7개월 후에 알려지게 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수수께끼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은 팟빵의 <양경규 정종권 심재옥의 붉은 오늘>을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