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문학 속의 리얼리즘 - ‘삼대’를 읽고
수학교육학과 06221124 전민선
염상섭의 ‘삼대’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 간의 관계와 마찰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다. 식민지 현실 아래서 가족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한 모습을 통해 그 당시 사회 전반적인 갈등과, 의식들을 알 수 있었다.
조씨 집안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의관이 1대이다. 그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세대들이 그러하듯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 그는 자기 재산을 혹시나 뺏길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또한 돈, 땅, 본인 나름의 권위를 고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늙어가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후처를 맞이하여 아들이 생기기를 바라는 모습까지 보인다. 종합해보면 그는 자신의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오로지 자기 욕심만 채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조의관은 자신의 욕망을 채워왔다. 하지만 한 가지 조의관의 욕심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의 아들 조상훈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조상훈은 조의관의 후처인 수원댁과의 관계도 좋지 않고, 항상 아버지가 하는 일에 동의하지 못하며, 사상 자체가 그와 달랐다. 그래서 아버지로서의 조의관은 항상 아들을 훈계하고 호통 치는 인물이었다.
2대 조상훈은 조의관과는 물론 다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인물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그는 1대 조의관과는 달리 교육도 새롭게 받았고, 나라와 세태에 대해 어느 정도 걱정을 하는 개화된 사람이었다. 아버지인 조의관이 제사와 조상을 숭배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그는 기독교를 믿으며 새로운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조의관이 행하던, 재산 늘리기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족보를 사고, 권세를 사는 행위들을 비판 한다. 하지만 그는 생각에서 그쳤다. 실천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사회사업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의식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더욱 어지러웠던 상황에서는 여색을 탐하고 생산적인 일보다는 쓸데없이 노름이나 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 여색은 자신의 아들 덕기의 친구인 홍경화였다. 홍경화와의 관계를 통해 자식까지 얻었으나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여 그들을 내치기도 한다. 여기서 조의관과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체면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한다는 점이다. 문란한 사생활 속에서도, 자기 관리 덕분에 제 3자가 보기에는 그는 바람직한 사내였다.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1대와 3대 사이의 중간적 존재로서의 그는 스스로도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혼란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본다. 그의 성격에도 원인이 있지만, 사회도 분명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알고 있는 지식, 그리고 내세우고 싶은 지식이 있음에도 가족 내에서조차 억압 받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고, 자아가 분열되는 이중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3대는 조덕기이다. 조덕기는 가장 근대적인 사고를 하던 사람이었다. 조상훈과 조의관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유학을 통해 식견이 넓어 그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조부나 아버지의 의견이 모두 옳다고 여기진 않는다. 대신 새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한다. 조부나 아버지에 비해서 가장 이성적이면서,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조덕기가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조덕기는 조부의 신임을 받아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 재산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과 대치하게 된다. 유학 중에 조부가 간간히 연락을 취해도 그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 것, 나중에 경찰 조사를 받는 것 등이 이와 연관된 것으로써, 그는 편한 부잣집 손자의 자리에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도 한편으로 매우 외롭고 불쌍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삼대에 속한 인물은 아니지만 뚜렷한 인물상을 갖고 있는 덕기의 친구 김병화가 있다. 그는 한마디로 사회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논리적이고, 자기 생각이 확실한 인물이다. 조덕기에게 항상 부르주아라 부르며 한마디씩 하는 인물이다. 조덕기의 생각을 자극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병화는 조의관과 비교했을때, 세대도 다르고 계층도 다르고, 사상도 다르다. 김병화를 통해서 염상섭은 그 혼란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들을 비교하며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병화는 부르주아에 대해 은근한 계층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것을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조덕기가 필순을 챙기려하자 신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를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던 조의관의 후처 수원집이 있다. 우선 조씨 집안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재산 때문이다. 나중에는 수원집 일당들이 조의관의 독살을 모의하기도 한다. 사람의 목숨을 자신의 욕심과 바꿀 만큼 탐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직선적이고 감정 표현에도 솔직하다. 염상섭은 수원집을 통해 인간의 저급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염상섭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을 통하여 한 시대의 움직임과, 현실을 표현하였다. 한국 근대 문학에 있어 리얼리즘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삼대’. 이상과 환상이 아닌 우리네의 삶 그 자체를 글로 표현했기에 더 빛을 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