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이남이, 최광기, 서명숙 한자리에
제주올레 홈페이지와 미디어를 통해 11코스를 개장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2일전까지만 하여도 11월30일 일요일은 스캐쥴이 맞질 않았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스캐쥴이 변경되면서 시간이 생겼다. 조금은 망설였다. 차곡차곡 걸어 보리란 나의 계획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이유가 생겼다. 나는 아직까지 개장행사에 참가해 본 경험이 없다. 과연 신코스 개장의 열기는 어떠한지 몸소 느껴보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이번 행사에는 평소 좋아하는 손석희 교수가 참석을 한다니 보고싶기도 하였다. 부랴부랴 올레 홈페이지에서 일정표를 다운 받아 출력하고 일요일 아침 가방을 챙겼다. △대정 하모 백사장을 가득 메운 올레꾼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최광기씨다. 그런데 여자분이다. 난 남자분인줄 알았다. 이부분에서 비웃지 마시길..솔직히 그분이 누군지 몰랐었다. 현장에서 얼굴 보면 알겠지 했는데, 아니다. 이름만 보고는 남자 사회자인줄만 알았었다. 걷기를 마치고 집에서 검색을 해보니 이크 유명한 분이시넹....이런 죄송할데가...ㅜ.ㅜ 글을 타이핑 하면서도 얼굴이 붉어 지긴 또 첨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이사장으로 계신 서명숙 작가님과 손석희 교수님이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나보다도 훨씬 잘생기셨다.
한발 앞서 출발한 참가자들이나 늦게 출발한 참가자들이나 길게 늘어선 올레길의 올레꾼들의 모습은 끝이 안보일 정도의 장관을 연출하였다. 큰일났다. '올레길'의 비경을 감상해야 하는데, 사람구경만 실컷하게 생긴 것 같다. △낮게 깔린 돔형태의 구조물이 일본군이 사용하던 비행기 격납고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미군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일제는 미군의 제주도 공략을 예상하여 제주도를 전략상 중요지역으로 인식하였다. 1945년 2월 일본군은 미군과의 일본 본토 결전에 대비하여 제주도 방어에 주력하는 결(決)7호 작전을 구상하였다. 1945년 4월 제주도 방비 강화를 위한 제58군 사령부가 신설되어 일본과 만주로부터 7만여 명의 대규모 병력이 제주도에 집결 주둔하였다. 제주도내에는 해방 직전 일본군이 조성해 놓은 거대한 군사시설이 유적으로 남아있다. 일제가 만든 여러 군사 시설 중에 비행장은 두 곳이 있다. 현 제주공항 자리인 정뜨르비행장과 송악산 북서쪽 해안가와 맞 닿아 있는 이 곳 알뜨르비행장이다.
△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살터다. 주변으로 올레꾼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한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2차 대전 말기 미군의 상륙에 대비하여 제주도 전체를 군사 요새화한 일제는 이 섯알 오름에 전쟁을 위한 탄약고를 축조하였고, 그들이 패망하여 떠나면서 폭파시켜 버린 까닭에 큰 웅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곳 학살터 주변에 있는 소나무들이 공통적으로 특이한 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넝쿨들이 밑에서 부터 위까지 감겨져 있는것이다. 필자의 눈에만 비춰 졌는지 또한, 혼자만 그리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억울하게 숨진 영령들이 그나마 있는 소나무라도 의지하여 몸부림을 친 흔적은 아니었는지, 지나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알뜨르 비행장의 아픈역사와 섯알오름의 억울한 영령들을 잠시나마 위로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저 멀리 보이는 모슬봉을 향하여 걷는중이다. 올레길 양쪽으로 초록색의 밭작물은 모두 마늘이다. 이 곳 대정 지역은 마늘이 정말 유명한 지역이다. 간혹 고구마밭이 극소수 보이고 나머지는 죄다 마늘이다.
스쳐지나는 올레길의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경운기를 개조하여 만든 일명 '탈탈이'도 보인다. 그런데 필자가 어릴 때 보던 그 것과는 마니 틀려 보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개조능력도 많이 발전했는가 보다. 조금있으면 오를 모슬봉의 모습도 한층 가까이 다가오고, 길가의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어머니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어머니들, 이 길이 '올레길'인지 아직 정보 입수를 하지 못했나 보다, '무신 사름덜이고~멋허는 사름덜이꽈~' 그러신다.^^* 대정 농협에서 준비해 준 일명 '마농차'도 한잔 마셔서 힘도 조금은 회복되고, 찻길을 건너고 조금 가파른 모슬봉을 오른 후 내려다본 모습은 또한 절경이었다. 눈쌓인 한라산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거기에 산방산과 단산(가까이 보이는 뾰족한산)이 어우려 지니 기가 막힌 비경이 만들어진다. 바닷가 방향으로 형제섬의 모습과 가파도와 마라도의 모습도 끝내주는 절경이었으나 역광으로 사진을 망쳐 버렸다.
10시에 출발하여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12시30분이다. 이 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 곳이다. 물론 식권을 구입하여 이용한 식단이지만 나름데로 대정농협 관계자들이 올레꾼들을 위하여 많이 애쓴 흔적이 느껴졌다. 이곳은 정난주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이다.
왠 춤꾼? 맞다 춤꾼이다.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진짜 춤꾼 박경숙선생님이시다. 제주도 향토무형문화재 3호이시다. 지화무, 남천무의 대가이시다. 남천무를 선보여 주시려고 이자리에 서셨다. 혼이 담긴 춤사위에 올레꾼들이 진짜로 혼이 나가 버린 시간이었다. 올레길 개장행사중 공연행사로 마련된 춤사위에 2시간 30분 걸어온 올레꾼들의 피로가 가시는 신명나는 시간이었다.
가수 이남이 선생님의 구수한 목소리로 '한동안 뜸했었지'와 '울고 싶어라'의 열창에 또한 올레꾼들이 하나가 되고, 흥겨움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아뿔싸 오후 2시가 되버렸다. 서둘러 재촉하시는 서명숙 작가님.
올레길에서는 늘상 보여지는 것중에 하나가 누렁이다. 이녀석은 상당히 똑똑한 녀석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아온 그 어떤 '개' 보다 영리하다. 발길이 이어지는 올레꾼들의 기나긴 행렬을 보고싶어서 자기집 지붕으로 올라간 녀석이다. '울나라에 나보다 똑똑한 녀석 있으면 나와 보라구...'
지금부터는 정글의 탐험이 시작되는 곶자왈 올레길이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 두 단어가 합쳐 만들어진 것으로도 풀이하고 있으며, '곶'은 산 밑의 숲이 우거진 곳 이라 하여 고지와 같은 뜻이며, '자왈'은 가시덤불과 돌무더기가 마구 엉클어진 곳을 일컫는다. 제주도의 숨골, 한라의 심장부, 숨 쉬는 허파, 세계유일의 생명의 숲, 바로 제주도가 후손을 위해 지켜 보존해야 할 나가야 할 자연환경이다.
이 곳 무릉리 곶자왈 숲길은 2008년 10월에 있었던 제9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 아름다운 숲길 부문 공존상 수상하기도 한 올레길이다.
제주스러운 밭담의 정겨운 풍경의 올레길을 지나면 대문이 없어 아름다운 마을 무릉리로 접어든다.
무릉리에는 이 처럼 아름다운 호수같은 연못도 있었다. 이곳에서 잉어를 키운다고 한다. 제주의 상징 정낭의 모습이다. 이 곳 무릉리에는 대문을 설치할 수가 없다 주택을 신축하여도 이 처럼 필히 정낭을 설치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정낭의 한쪽을 내려 그곳으로 출입을 하거나(우) 모두 걸어놓아 출입을 못하게 막기도 한다.(좌) 사정에 따라 그 올리고 내리는 숫자를 조정한다. 맨 위의 것부터 내리고 아래의 것은 나중에 내린다. 이를테면 하나를 걸친다면 위의 둘은 내리고 맨 아래의 것을 걸친다.
정낭이 걸쳐지고 내려진 상태를 보아 집에 사람이 있고 없고, 가까이 있고 멀리 있고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래 그러한 사정을 알리는 신호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당에 곡식을 널어 말릴 때는 사람이 집안에 있어도 정낭을 있는 대로 걸치기도 한다. 이로 보아 정낭은 우마의 출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걸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정낭은 대문과 다름이 없다. 사람이 안에 있으면 굳이 닫아 걸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집에 없더라도 가까운 곳에 있다면 반쯤은 열어 두어도 되고 사람이 멀리 외출 중이라면 제대로 닫아 걸어야 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사람보다는 우마의 출입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대문과 크게 다르다. [참고문헌]-제주도민속
이제 다 왔나 보다. 무릉리의 환영 현수막이 걸려있고 제주도 사람도 잠깐 망설여 지는 사투리가 구수하게 쓰여져 있다. '걸르멍 봉거 하영 고라줍써!' <걸으면서 보신 풍경 돌아가셔서 많히 선전해 주세요>란 내용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11코스의 종착점 무릉국민학교입니다. 교문에 국민학교라 쓰인 글자가 왠지 정겨워 보이는데요,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에 폐교가 되었답니다. 이제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걸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제주올레' 첫도전 |
출처: 내가 숨 쉬는 공간의 아름다움 원문보기 글쓴이: 파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