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아에서 1주전에 찾아온 심한 감기몸살로 조심조심 편안하게
249로 마무리하고, 가을여행지를 중앙으로 정하고 금요일엔 어김없이
남산(18km)을 달리며 여름을 보낸다.
폭우속에도 멈추지않고 달린 기억이 몇 번이나 되는 듯....
달리는 거리도 거리지만 매번 최대한 집중하며 달리기를 습관화 한다.
경험상 언덕훈련이 근지구력을 향상시켜 후반에도 밀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랜 생활습관인 하루 계단 1200개 오르기(20층 사무실 하루 세번 걸어오르기)도
꾸준히 이어 나간다.
일단 기본적으로 근력을 갖추고 9월 접어들면서 가능한 길게 그리고 많이
달리는 욕심을 낸다. 여름부터 호흡을 맞춰 온 창동구장 새벽팀에도
빠지지 않고, 하루 두탕을 뛰기도 하고,
14일 연속으로 달리기도 하며 처음으로 월간 350km를 훌쩍 넘게 달린다.
그러나 사실은 9월 빼곤 300km이상을 달린 달은 없다.
10월엔 거리는 줄여나가며 하프대회 몇 개 정도 나가서
스피드와 대회주 페이스 구상을 하자며 예상했는데
운 좋게도 일정이 맞아떨어져 가평, 중랑, 노원대회에 참가하고,
덤으로 매번 입상도 하며 은근히 희망적인 기대를 갖는다.
2주전부터 금주에 들어가고,
기회만되면 10km를 3분50초이내 페이스로 달리는 연습을 한다.
도봉 마지막 일요훈련때 집중해서 달리니 12km가 3분50초 이내로 찍힌다.
1주전 식이를 하면서는 짧게짧게 달려주며 감각만 유지한다.
3일째 고갈주를 하는데 현기증이와 중간에
멈추기도 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토요일, 당일 대회시간 맞춰서 조깅과 숨통틔우기를 한다고 중랑천에
나가서 3km조깅후 1km질주를 하는데 3분08가 찍힌다.
달리기하고 처음으로 마주하는 랩이다. 하나 더 하고싶은 욕심을 참고
마지막 500m(88초)만 하나 더 달려주고 마무리 하는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어느새 제법 떨어진다.
우중주를 좋아하긴 한데 올핸 마지막까지 원 없이
우중주를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탄수화물 보충이 제대로 안 되었는지 체중이 돌아오질 않아
오후에 혼자 나가 쟁반짜장을 먹기도 하며 별 짓을 다 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별 뒤척임 없이 편안하게 잠을 자고
가벼운 몸과 맘으로 4시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한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화장실 문제로 헤매다 시간에 쫒겨
겨우 출발시간에 맞춰 스타트라인에 선다.
연신 관절을 풀어주며 호흡을 가다듬으며 잠시 회상에 잠긴다.
부상없이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에 대한 감회와
자신감으로 서 있는 이 시간이 이미 내 자신에게 한 없는 박수를
주고싶은 뿌듯함으로 희열을 느낀다.
드디어 출발 ....
사실 이 시간까지도 정해진 페이스가 없었다.
어짜피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기에
답은 없고 그 답을 찾고자 초반 10km를 흔들어 본다.
3분40초대로 당겨도 보고, 4분으로 늦춰도 보고
편안한 페이스를 찾는데 집중한다.
10km를 지나는데 3분55초 정도가 편안하게 유지되며
15km까지도 자연스레 호흡도 거칠지 않고 달려진다.
245!!! 답이 나왔다.
매번 풀코스를 달리고 나면 하는 일이 반환점을 지나고나서
페이스가 어떻게 되며, 몇 명을 추월했고, 몇 명에게 추월을 당했는지,
왜 그랬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그 대회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후반에 퍼져서 힘들게 달리는게 그렇게도 싫다.
너무 힘든 후반을 보내고나면 달리기 자체가 재미도 없고,
그 대회가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져
후반에 밀리지 않는 페이스를 조절하다 보니
항상 초반은 조심스런 페이스가 진행된다.
그리고 실제로 근래의 모든 대회에서 반환점 지나고
수없이 추월을 하나, 한 분도 추월을 허용 한 적이 없다.
어쩜 추월하면서 느끼는 그 짜릿함을 즐기는 스타일인지 ....
아뭏튼 그 설레이는 후반의 시간을 위해서
초반에 호흡이 거칠어 지지않게 최대한 자제를 한다.
또한 오래동안 준비하고 기록주를 각오한 대회는
가능한 혼자 달리기를 고집한다.
동반주나 페메가 편안하게 달릴 수 있고, 많은 힘이 되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만큼은 그 시간을
철저하게 온 몸으로 체험하고 싶다.
육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 그리고 주변의 환경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며 달리고 싶다.
20km, 25km까지도 그냥 물 흐르듯이 간다.
가끔 힘들때 옆으로 기울던 고개도 심하게 춤을 추던
상체도 그 어느때 보다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달리고 있다.
과연 이게 진정 나의 자세였던가??
그리고 뽐내기라도 하듯이 여기저기 시선과 웃음을
전하며 인사를 나누는 호기도 부려본다.
절반이 훨씬지나서 나타나는 중앙의 반환점,
그 반환점을 기점으로 수많은 주자들을 마주보며
힘을 내는 이 기분을 난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시작한다. 오늘의 새로운 레이스를 ....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몸이 반응한다.
자세는 더 간결해지고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내가 지금까지 달리기를 하면서 꿈꾸던 레이스의 결정판 인듯하게
몸이 반응하며 등에 새겨진 그 이름 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분 들을 추월하기 시작한다.
32km에서 시계를 본다.
2시간 5분이다. 힘든 구간이 남았고 다른때 같으면 기록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별 걱정이 없다.
아니 지금 이 순간으로도 여기까지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힘들어 땅만보며 달리곤 하던 35km지점에서도
가볍게 고개 돌려 손 흔들며 응원하시는 분 들과 인사를 나누며,
37km지점 언덕조차도 웃으며 치고 오르고, 39km 마지막 언덕도 힘차게
오르며 이 축제의 휘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41km 지나며 찍힌 사진들 속에도 흐트림 없는
자세가 유지되고 드디어 메인스타디움 입구, 벅찬희열로
온 몸은 달아오르고 바로 옆에서 박수와 고함으로 응원해 주는
분 들께 손 들어 감사를 전하며
진홍빛 트랙으로 들어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화산폭발과도 같이
뿜어내며 폭풍질주를 한다.
골인 .....
정말 잼나게 달렸다.
정말 후회없이 달렸다.
정말 신나는 40대의 마지막 가을여행 이었다.
0 - 10km 39:19
10 - 20km 39:30 (1:18:49)
20 - 30km 39:23 (1:58:12)
30 - 40km 39:16 (2:37:28)
42.195km 8:24 (2:45:52) 기존 최고기록(2:48:36)
이번 대회도 복기를 한다.
나 보다 앞서 반환점을 턴 한 주자들 중
12명을 추월했다. 물론 나를 추월한 주자는 한 명도 없다.
기록이 전체 29위다. 반환 후 앞선 주자들 1/3 가까이 추월한 것이다.
깨고 싶지않은 꿈 같은 시간이었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다!!!
어쩜 한번쯤은 초반부터 거친 호흡을 내 뿜으며 질주를 감행 할 대회가
조만간 올 것 같은 싫지않은 설레임으로 .....
사랑하는 도봉 횐님들 힘 내세요!!! 화이팅!!!
첫댓글 지존은 하늘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대단한 노력과 꾸준한 훈련이 지존을 만들 뿐이다. 내생각 입니다
대단한 기록으로 가을여행을 마무리 하신 영호씨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부상없이 쭈욱 선전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항상열씸히한 영호씨!!! 기록갱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부상조심하시고,, 앞으로도쭈욱~~
와우? 이렇게 글도 멋있게 쓰는지?
왕축하!!! 꾸준한 연습끝에 이루어진 당연한 결과. 컴퓨터와 같은 페이스
달림에 대한 열정 계속 간직하시고 지금처럼 부상없이 달리기를 기원합니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다!!"
가을여행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며 빠른 회복을~~~~ 힘!!!!!
풀코스를 힘듬없이 여유느끼며 최고기록 역시 지존이네요 축하~ 부상없이 쭉~
기록 갱신 축하드립니다. 그때 달리거 보니...어찌나 힘이 넘치던지^^
회복 잘 하시고...
힘!!!
그동안 흘린 땀을 가을 여행길에 다시한번 적시며 부상없이 기록갱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글솜씨도 좋으시고.. 실력도 줄충하시고.. 도봉의 자랑이자 보배입니다! 진심으로 축하 드려요! ^^;
입이 딱 벌어지는 감동과 흥분으로 가을여행을 함께 떠납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 듯 한자 한자 한단어 한문자에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왜! 내가)
골인할 때 '조영호씨, 대단해!' 라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군요. 한땀 한땀 한발짝 한걸음이 저절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데도~~
대단한 인간승리에 내 자신이 감동하여 글을 또 읽으며,지난번 노성숙씨가 쓴 수기가 다시 떠올라 그 감동과 긴장감이 함께 배가 됩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더 무슨말이~~~
맞습니다!
그간의 노고와 의지를 곱게 추스리고,
이젠 살좀 찌시라요!!
(우린 몇 자 댓글 달기도 힘든데, 그 많은 글을 우찌 감동스럽게 잘 썼으까이?)
드디어 일인자로 등록합니다 당신의 열정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인간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페이스입니다. 형님~
진화의 끝이 어디일런지 모르겠네요.
올 해는 조영호의 해입니다.
축하드리고 부럽습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ㅋㅋ
정말로 대단 하십니다. 3초의 아쉬움, 28초의 아쉬움 뭐 이런건 애기 거리도 못 되네요?
열심히 충분히 훈련 하신 결과 이군요? 아 ! 대단하신 조영호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만족스럽게 완주하고 좋은 기록을 달성했으니 이보다 좋은 기억은 없을 것같습니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영호씨의 모습이 부럽고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도 부상없이 즐겁게
달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글솜씨가 소설가수준이네요.
흐,,,아~ 형님 이건 '훈련'이 아니라 '수련'이네요.
다짐/실천/응전/극복/기대/도전 혹 자가 말하는 마라톤에 인생을 담는다는 말씀에 딱 맞는 글이네요.
형님과 같이 달릴 수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연신우연신,,,
50 꼬리가 무색할 아름다운 도전,,, 응원합니다~^^
그동안 고생하신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시면 행복하시겠네요
고생많이 하셨고 정말 대단한 열정입니다
주위사람들이 마라톤한다는 자체를 기가 막히다고들 하는데 완주한다는 자체에 기록과 올린글을 보면 신이 할수있는 행위라하겠죠 우리 나 알죠 용호씨 대단합니다 전 신과 함께 있네요 그간 노고의 결과에 축가와 존경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노력하는자 승리한다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성실이면 모든게 통하나봅니다
노력에 대한 아름다운 결실!!!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40대의 마무리를 멋지게 보내는 영호씨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도봉을 빛내주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즐거운 레이스를 할 수 있다면 달리기가 행복할거에요. 본받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