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131. 바지가 튿어지다?
"자, 오늘은 가랑이 찢기를 하겠어요.
발차기를 자유자재로 하려면 아파도 참아야겠죠?
자, 2인 1조가 돼서 천천히…."
`북∼투둑, 투두둑'
"야! 갑자기 세게 누르면 어떡해. 바지 튿어졌잖아."
"미안미안∼바지 좀 뜯어진 것 가지고 뭘 그래."
`툭, 투둑, 북∼'
"선생님, 가랑이는 안 찢어지고 자꾸 바지만 터져요."
어릴 때는 심한 운동이나 장난을 하다가, 어른이 돼서는 주체할 수 없는 살들을 무시하고
꼭 끼는 옷을 입었다가 바짓가랑이의 꿰맨 자리가 무참히 갈라지는 낭패를 당하곤 한다.
그걸 가리기 위해 정숙보행(?)이나 심지어 손바닥을 쓴 기억이 있다.
또 옷을 오래 입다보면 주머니 등의바느질 한 실이 닳아 볼품없이 갈라지게 된다.
그런데 그 때마다 우린 "바지가 튿어졌어"
"주머니가 뜯어졌어"
"바짓가랑이가 터졌어" 등 같은 상황을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위 예문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은 바로 `바지가 터지(졌)다'이다.
사전을 보면 `터지다'는 `혼솔이나 꿰맨 자리가 뜯어져 갈라지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바짓가랑이가 터지다' `그물이 터지다' 등의 예문이 명확히 실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튿어지다'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말의 원형인 `튿다'는 `뜯다'의 방언으로 표준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지가 튿어지다' `주머니가 튿어졌어' 등은 옳지 않다.
문제는 `뜯다'의 피동형인 `뜯어지다'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뜯어지다'도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터지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뜯어지다'는 `붙거나 닫힌 것이 떼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
바짓가랑이나 주머니가 벌어지거나 갈라진 상황에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따라서 `그물이 터지다' `바지가 터지다' `주머니가 터지다'만 쓸 수 있고
`뜯어지다'는 절대 쓰면 안 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지나친 속단이다.
하지만 `혼솔이나 꿰맨 자리가 뜯어져 갈라지다'는 뜻을 명확히 지닌 `터지다'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므로 앞으로는 `그물이 터지다'
`바짓가랑이가 터지다' `주머니가 터지다'로 쓰자.
첫댓글 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