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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24Km 국토종단울트라마라톤대회(7월5일~7월11일)를 마치고....
(해남 땅끝 전망대→강원고성 통일전망대 출입관리사무소앞)
먼저 완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 해준 가족과 옆에서 같이 달리며 완주한 문경마라톤클럽(컴프 경북지맹)영한 아우님, 문경마라톤클럽 이정희 회장님, 윤인희 훈련부장, 박수용 사무국장, 단짝 붕알 친구 인천매니아 임경상 및 회원님들, 제가 서울에서 몸담고 있는 컴프 강남지맹 회장님 및 여러 회원님들, 컴프 경북지맹 회원님들, 저희들이 달리는 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내가 이렇게 어떨결에 완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해 횡단울트라(308Km)를 완주한 후 언젠가는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경남지맹 한철호 형님이 한 살이라도 젊을때 도전해야 겁없이 할 수 있다고 언질을 해 주셔서 올해 무작정 덤벼 들었다. 훈련량은 4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 나머지 거리는 정신력이 좌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4월부터 한달에 한두번씩 100K울트라마라톤대회로 체력을 다진다는 각오로 연습에 나섰다. 대회 전까지 나름대로 체력훈련은 어느 정도 소화를 한것같다. 하지만 유독 더위에 약한 내 체질이 7월의 뜨거운 태양을 받쳐 줄 수 있을까?? 6월 낙동강200Km대회에서도 더위에 약함이 여실히 나타났다. 방법이 없을까? 집에서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서 상담을 받고 출전 한달여를 남기고 한약도 먹었다. 과연 실전에서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다리던 날짜가 다가왔다. 7월 4일 오전 9시 잠실운동장앞에서 셔틀버스로 해남 땅끝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에 오르니 강남지맹 회원님들 및 주로에서 자주 뵙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영한 아우님은 경북지맹회원님들과 구미에서 출발 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땅끝까지 6시간이나 걸렸다. 가면서 휴게소에서 점심먹을 시간도 없어서 협회측에서 주는 초콜렛 하나로 모두들 점심을 대신했다. 땅끝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었다.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배번과 방배정을 받고 나오니 영한 아우님과 경북지맹회원님들이 나와있다. 경북지맹은 이문세 총무님 때문에 방을 별도로 하나 구했다고 했다. 늦게 도착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수면방해를 준다고... 방이 엄청 크다고 영한 아우님이 나한테 합류 하는게 어떠냐고 제의를해서 같은 경북이라 자석에 끌리듯이 OK를하고 방을 이동했다. 전망대에 같이 올라갔다와서 오리엔테이션도 듣고 횟집에 가서 맛있는 회도 얻어먹고... 방에 들어와 출발 준비물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모기 한 놈이 내가 손님인것을 어찌 알았는지 내 귓가에서만 앵앵거려 쫓다가보니 4시 기상시간이다. 일어나 옷가방을 꾸린후 주최측에 맡기고 부랴부랴 식당으로 향하여 된장국인지 어탕국인지 구분도 안되는 맛없는 국에 공기밥 하나를 꾸역꾸역 밀어 넣고 난 후 출발지인 땅끝 전망대탑으로 이동중 아치 앞에서 컴프 경북지맹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다른 참가자들은 열심히 걸어 올라가는 전망대를 경북지맹 회원님의 차를 이용하여 쉽게 이동하여 아침부터 땀 빡빡 흘리는 일은 피하였다.
주최측의 기념촬영과 식순에 의하여 행사를 끝내고 6시 정각 출발 축포와 함께 111명의 참가자의 함성과 발자욱 소리가 땅끝 기념탑을 뒤흔들었다.
영한 아우와 함께 페이스를 맞추며 뛰어나 가는데 페이스가 괜찮다. 선두권이다. 600여킬로의 대장정에 초반 선두권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컨디션이 괜찮은것 같아 영한 아우 뒤에 계속 따라 붙었었다. 10여킬로를 채 가지못해 몸이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영한 아우한테 먼저 가라고 하니 그동안 연습량이 부족해서 천천히 가면서 연습량을 채운 후 뛰어본다고 굳이 같이 가겠단다. 나로서는 동반자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나와 맞지 않은 내 페이스에 따라 같이 가려면 무지 힘들텐데...
29Km쯤 기사 식당에 들러 둘이서 미리 점심을 먹고 다시 고행길에 나서보지만 내 컨디션이 좀체로 회복이 되질 않는다. 나는 뛰고 영한 아우는 걷고 그래도 힘들어 못 따라가겠다.
1CP 50Km 지점인 영슈퍼를 13시 09분 통과, 두시간 가까이 빠르게 통과했지만 계속 이어지는 컨디션 난조는 헤어나지를 못한다. 언뜻 스쳐가는 생각이 과도한 대회 출전에 피로가 겹쳐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보지만 어차피 남은 거리는 뛰어야 하니까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영한 아우가 주로도를 들고 둘이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해 보지만 거리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앞 주자들은 이미 꼬리를 감춘지 오래 되었다. 깜깜한 밤 도로위 반짝이는 불빛은 쌩쌩 달리는 차량 불빛과 624Km를 달리는 슈퍼 울트라맨 박우섭과 김영한의 배낭 귀퉁이에서 뿜어져나오는 깜빡이등 불빛 뿐이다. 83Km지점 여운재에 오르니 임시 자봉들은 모두 철수하고 없고 앞서가던 강남지맹 김상도, 박현자 두분만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우리도 흘러내리는 약수물에 머리만 감고 다시 뒤따라 보지만 그들의 불빛은 벌써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긴 내리막을 지나고 터널을 지나 한참을 달린 후에야 제2CP인 100.1Km 남원식당에 골인 할 수 있었다. 제한시간 5일 자정 24시까지인데 오후11시 14분통과, 40여분 여유는 있었지만 111명중 109, 110위로 통과, 나 때문에 앞에서 벌어놓은 시간을 다 까먹었다. 아마 우리를 응원하고 있던 문마클 회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께서 많이들 마음 조리셨을 것이다.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국밥 한그릇으로 배를 채운 후 모두가 떠나고난 CP식당안에 잠시 눈을 붙여보지만 TV소리에 잠은 못자고 한 10여분 눈만 감고 있다가 CP철수로 인하여 제일 꼴지로 다음 CP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둘이서 사박사박 걷다가 보니 뒤에서 한 주자가 따라 온다. 강남지맹 효선이 형님이시다. 50년생으로 지난해 537Km 완주하시고 이코스는 두 번째 도전이시다. 걸어서라도 완주하리라는 여유를 가지고 계신다. 영한 아우와 둘이서 슬슬 뛰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속이 거북해서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영한 아우는 슬금슬금 걸어서 갔는데 2Km 정도를 가버렸다. 걸음이 왜 그리 빠른지....
새벽녘 광주시내에 진입하기 전부터 등에서는 열이 나기 시작한다. 배낭을 잘못 선택해서다. 주최측에서 기념품으로 준 배낭을 검증 없이 집안에서 한번 매어보고 편하다고 기존에 것을 꺼내놓고 이 배낭만 가지고 온것이 탈이다. 방수처리가된 배낭이라 공기가 통하지 않아 등짝에 불이 나기 시작하여 도저히 메고 뛸 수가 없어 앞으로 메고 뛰어 보기도하고 한쪽 어깨에만 메어 뛰어 보기도 하지만 방법이 없다. 안스러운 모습을 보고 뒤 따라 오시던 효선이 형님이 제안 하신다. 배낭을 여유로 하나 더 가져왔는데 둘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200CP에 가서 가져가란다. 영한 아우 등짝에도 불이 났을건데 묵시적으로 내게 권했다.
광주 효천역앞을 지나 건너편 아식스점 앞에 광주지맹 고화중님께서 떡과 국물을 제공해줘서 먹고 한참을 가다가보니 생각이 난다. 아식스점에서 배낭을 하나 구입 할 걸... 나는 배낭 때문에 더 이상 뛸 수가 없어 영한 아우를 먼저 앞에 보내고 터덜 터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여 제3CP 150Km 남양 옥빈관 식당앞에 도착하니 제한시간 오전 11시30분까지 인데 10시 25분에 도착했다. 모두들 이미 다음 CP를 향해 출발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대회장이신 부산 도희 형님이 얼음봉지를 갔다주시면서 발에 얼음찜질을 하라신다. 모든 대회때마다 잘 챙겨주시니 너무 고맙다. 옆에 보니 영한 아우가 얼마나 먼저 들어왔는지 눈을 붙이고 누워있다. 부럽다. 잠시라도 눈을 붙일수 있다는게.... 메뉴라고는 퉁퉁 불은 뜨거운 국수밖에 없어서 고를 여지도 없이 국수 한그릇을 시켜먹고 영한 아우를 깨워 다음 200CP를 향해 출발 했다.
전남 도립대학앞 오르막을 터벅 터벅 걷고있는데 영암 아이스홍시 탑차가 우리 앞에 서더니 아이스홍시 하나씩을 건네 주신다. 더운데 얼마나 고맙던지... 그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추월산을 올라 터널을 지나고도 배낭 때문에 뛸 수가 없어 계속 걷기만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영한아우가 속이 많이 탔는지 시간 재촉을 한다. 좀 많이 미안하다. 나 때문에 고수가 시간에 불안해 하는것 같아서 나도 짜증이 난다. 괜히 나도 힘들다고 소리를 꽥 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형이 뭐가 힘드냐고 다시 돌아오는 호통, 그래 나 데리고 가는 아우가 훨씬 힘들지, 페이스가 빠른 주자가 느린 주자를 동반주 해준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래 다음 CP에서 훨훨 놓아줄게 미안하다를 되뇌이며 추월산을 넘어가 제4CP인 200Km지점인 산외치안센터에 도착했다.
제한시간 6일밤 21시45분 까지인데 20시 17분에 도착하여 샤워 후 효선이 형님께 배낭을 빌려 소지물품을 바꿔 넣고 식당으로 올라가 식사를 한 후 잠은 가다가 길옆에 자리를 정하여 눈 붙이기로 하고 곧바로 출발했다.
200.2Km 신정마을 앞을 지날때 정자안에 여러명이 누워 있길래 우리 둘이도 같이 옆에서 잠을 청했는데 눈을 떠 보니 모두 가고없다. 한 20분정도 눈을 붙인것 같지만 눈거풀은 계속 감긴다.
이제는 뛴다기 보다는 더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걸으면서 눈 붙일곳만 두리번 거리면서 찾는다. 212Km 구이초등학교를 지나서 버스승강장에서 잠시 눈을 붙인것 같은데 눈을 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부랴부랴 허둥대며 뛰기 시작했다. 다음 250CP가 전주 시내를 벗어나는 지점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마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을하고 전주시내를 한참 뛰고 있는데 저 앞에 주자 한명이 보인다.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나온것 같다. 울트라 고수 박길수씨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다 보니 어느정도 시간에 자유로워진것 같아 영한 아우와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너무 오랜시간 걸었으며, 주로도를 잘못 해석해서 시간을 너무 지체해 버렸다. 아직 CP까지 거리는 10여킬로,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여기서 허무하게 탈락되어서는 너무 아쉬워서 안되기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스퍼트를 했다. 뒤에 따라오던 박길수씨도 우리를 놓칠세라 죽기살기로 따라온다. 아마 킬로당 5분페이스는 되었으리라.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250CP 주유소가 보이질 않는다. CP 1Km 전쯤 반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오시는 분이 있어 경천주유소를 물으니 저~건너 언덕이 보이죠? 고개를 들어보니 꼬불꼬불 기~인 언덕이 보인다. 숨이 탁 막힌다. 시간은 몇분 안남았는데 제한시간 안에 저 언덕을 어떻게 넘어 가냐? 이제 여기서 허무하게 끝나는구나. 영한 아우 뒤만 숨을 헐떡이며 따라 뛰었다. 그런데 주유소는 우리를 구하느라 언덕을 오르기전 오른쪽으로 숨어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가니 주로 감독 모두들이 시간오버로 탈락할 줄 알았는데 들어왔다고 대단하다고들 한다. 제한시간 오전 11시 20분인데 11시 16분에 도착 4분의 여유시간이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문마클이 아니 않는가, 한 순간에는 한 스퍼트하는 문마클...
우리 뒤를 따라오던 박길수씨도 컷오프 1분에 걸렸지만 고군분투를 참작 삼아 그대로 통과 된것 같다.
아마 여기서도 저희를 응원하던 모든 분들께서 몹시 답답하셨으리라 본다.
간단하게 윗 상의만 물에 빨아 입은후 국밥 한그릇 사먹고 발바닥 테이핑처리를 끝내고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음 CP를 향해 나섰다.
비가 내린다. 말골재 입구를 지나 오르면서 공사장 한켠에 앉아 비에 젖어 떨어진 발바닥의 테이핑 처리를 다시하고 대둔산 자락의 긴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천둥산도 있다. 제천에도 천둥산이 있는데 아마 다른 천둥산인가보다. 앞에 주자들이 여럿 보인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같이 바짝 붙어서 뛰고 걷고 해본다. 영한 아우가 200CP 에서 신발을 잘못 선택해서 신어 발목 아킬레스근이 아파 뛰기가 힘들단다. 둘이서 대둔산 배티재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배티재를 넘어오는데 강남지맹 구춘옥씨가 걸어서 완주한다고 열심히 걸어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앞질러 내리막을 살살 뛰어내려가 복수면 사무소 앞에 가니 충남지맹 소속 자봉 나오신분들이 아이스홍시를 하나씩준다. 맛있게 먹었지만 비가 많이 쏱아져 서글프다. 신대초등학교를 지나기전 빗속에서 경북지맹 진오스님이 나타나셔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가다가 맛있는거 사먹고 힘내라며 돈 만원을 건네 주신다. 문경이 고향이시라고... 눈물이 울컥 솟았다. 유등천을따라 올라가 샛고개를 넘어 터널을 지나 대전시내에 입성하여 제6CP 300Km 장터소머리국밥집 제한시간 7일밤 22시 15분까지인데 20시 14분도착하여 국밥 한그릇 후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등과 발바닥 부상치료에 들어갔다. 평소 발바닥 굳은살 속에 또다른 굳은살이 박혀 달릴때마다 신발안에 돌이 들어있는 기분이라 인터넷에 보니 굳은살 뜯어내고 연고 바르고 테이핑 처리하고 달리면 새 살이 나온다기에 양쪽 발바닥을 모두 파헤치고 보수 작업을 했다. 6CP를 출발하는 주자들이 꽤 많다. 비가 많이 내린다. 아우의 우의가 찢어져 내 우의를 주고 나는 집에서 종량제봉투로 만들어간 우의를 챙겨 입고 대전 유등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했다. 원래 코스는 대전 시내를 관통 해야하나 주로가 복잡하여 주자들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유등천 자전거길로 코스를 돌려서 전체적으로 2Km가 늘어나 624Km가 된것이다. 직진만 하면 20여킬로는 알바 없이 달릴 수 있을것 같다. 비가 엄청 많이 내린다. 복수교, 버드내교, 도마교, 다리 이름 하나하나를 손전등으로 확인하면서 빗속을 뚫고 달리지만 감기는 눈꺼풀은 어쩔수 없다. 수침교 밑에가니 비가 엄청 쏱아붙는다. 비도 피할 겸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하여 빈 밴치를 찾아 누웠다. 옆 밴치에도 다른 주자가 이미 잠들어 있다. 바람도 불어 춥다. 주최측에서 기념품으로 준 얇은 판초우의를 온몸에 딜딜감고 누웠다. 아주 따뜻하고 바람 한점 안들어오는게 너무 포근하고 좋다. 둘이다 꼭 김밥 말아놓은것 같다. 10여분을 잔것 같다. 비가 약해졌다. 다시 자전길을 달리기 시작하여 용문교를 지났는데 다음부터는 다리에 이름이 없다. 헤매이기 시작했다. 대회 참가전 지도보기로 꼼꼼히 살펴본게 오히려 대자뷰현상을 나타나게 한것 같다. 그대로 직진을 해야하는데 건너편 다리밑으로 건너갔다. 우리 뒤를 따르는 다른 주자들도 우리를 따라 건너와 같이 헤매이며 지역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지만 한밭대교밑을 지나왔다는 말밖에 들을수 없어 주로 감독에게 전화하니 계속 직진하라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헤매던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영한 아우가 앞서서 빨리 따라오라고 재촉을 하지만 잠에 취해 다리가 휘청거려 도저히 졸려서 따라갈 수가 없다. 뒤따라 간다고 먼저 가라 소리를 지르고 잠에 취한 다른 주자들과 휘청거리며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 하다보니 마지막 다리 현도교 가까이 온것 같은데 앞에서 영한 아우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다가 가니 자봉 나온 일행과 큰 소리가 오가고 있다. 죽을힘을 다해 뛰어왔는데 자봉나온 일행이 코스를 잘 모르고 왔던길로 되돌아 가라고 해서 화가 났던 것이다. 둘이 다시 뛰기 시작하여 현도교 앞 찐방집에 들러 찐빵 하나씩을 먹고 있자니 뒷 주자(대전 박충근, 구미 손재호)들이 바로 뒤따라 들어와 같이먹고 콜라 한잔씩을 들이킨후 제7CP인 350Km지점 청주 수름재식당을 향하여 뛰기 시작했다.
332Km 은애편의점을 지나 다시 잠자리를 찾기 위해 구미의 재호씨와 셋이서 파출소 문을 두드려 보지만 순찰중이라 문을 못 열어준다는 답변만 듣고 재호씨만 승강장에서 알람 설정하고 잠을 청하라 일러 놓고 두리번거리며 뛰어 보지만 잠을 청할 마땅한 자리는 없다. 청주 시내로 진입하였다. 영한 아우의 발목이 많이 불편한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제 250CP의 악몽이 자꾸 떠오르며 발바닥이 너무 아파 걸어서는 도저히 영한 아우의 걸음을 따라 갈 수 없기에 앞서서 시간을 재촉하며 뛰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우의 힘든 상황을 고려치 못하고 내 살길만 찾기위해 울퉁불퉁한 인도를 앞서서 재촉하며 뛰었던게 많이 미안하다. 청주 내덕 칠거리에 다다랐을때 칠거리라 주자들이 길을 잃는다고 청남대울트라소속 이라며 한분이 마중을 나와 쉽게 CP를 찾을 수 있었다.
제한시간 8일 오전11시30분까지인데 오전 9시 35분 골인, 시간은 조금 여유롭게 들어갔으나 시내를 무리하게 뛴 탓에 영한 아우의 발목이 몹시 불편하다. 편의점에 들러 발목아대를 찾아보지만 원하는게 없다. CP운영자측에 스포츠점에 가서 하나 사다줄것을 요구하고 수름재식당안으로 들어가니 주자들로 꽉 찼다. 안쪽 한곳에 자리를 잡고 국밥을 시켰으나 영한 아우는 식은 후 먹는다고 누워 눈을 감은 사이 나는 후딱 한그릇하고 발바닥 보수를 위하여 양말을 벗으니 양쪽 발바닥이 다 곪아터져 손을 댈 수가 없어 그냥 테이핑만 다시하고 바셀린을 덧 바른후 그대로 양말을 신어버렸다. 영한 아우도 일어나 밥은 먹었으나 아대를 잘못 사왔다. 원하던것이 아니라서 무용지물이다. 편의점에서 산 두루마리 휴지로 신발안을 적셔내보지만 여전히 양말은 다시 다 젖어버렸다. 배낭을 챙겨 매고 다음 400CP 주덕의 아비숑 모텔을 향해 나섰다. 문경에서 임원진들이 응원차 온다고한 곳이다. 영한 아우는 뒤에 오라하고 먼저 뛰었다. 내가 뛰는 속도나 아우가 걷는 속도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나는 발바닥이 아파 뛰지 않고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증평 입구에 다다랐을때 너무 더워 아이스커피 한잔 먹으러 편의점에 들렀더니 편의점 여자사장님께서 레몬과립과 홍삼즙 한봉지를 주시면서 힘내서 꼭 완주하라고 하신다. 허겁지급 뛰어 뛰어가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백마령 터널을 지나면서 비도 그치고, 우의도 찢어지고 해서 우의를 버렸다. 백마산 고개를 넘어 주덕으로 향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너무 춥다. 비에 젖은 발바닥이 마르도록 뛰어 내려가 보지만 춥기는 마찬가지, 어디 식당이라도 나오면 비나 좀 피해갈수 있을까 두리번거려 보지만 모든 가계들은 도로 거너편 반대방향에만 즐비해 있다. 고개를 다 내려와 몸 좀 녹여 보자고 주유소에 있는 기사식당으로 발을 돌렸지만 불만 켜져있고 영업은 하지않는다. 아비숑모텔을 향하여 다시 뛰기 시작했다. 등에서는 땀띠가 나서 배낭이 흔들릴때마다 후라이팬에 기름 튀듯한 느낌으로 엄청 따갑다. 뒤에 한 주자가 붙어 따라온다. 청주가 고향이라 이곳 주덕과 증평으로 많이 다녀서 지리를 알고 있으니 속도를 좀 늦추자고 한다. 천천히 속도를 늦추어 가다보면 영한 아우도 금방 오겠지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하며 뛰다 보니 제8CP 400Km지점에 다다랐다. 제한시간 8일밤 12인데 9시26분에 도착하여 여유시간은 조금 있지만 발바닥 부상이 걱정이 된다.
샤워장에 가서 물만 끼얹고 가방을 찾아 옷을 갈아입은 후 부상자 치료 대기조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바쁜 와중에 문경에서 이정희 회장님, 윤인희 훈련부장, 박수용 사무국장, 박양오 넷이서 들이 닥쳤다. 너무나 반갑고, 고맙고, 어떨결에 할말도 잊어버렸다. 등짝에 약도 뿌려주고, 젖은 빨래감을 세탁해서 갔다준다고 가지고가고, 둘이 달리는데 필요한 물품, 부족한 물품이 뭐냐 물으시며 원하는것을 쏜살같이 해겨결해 주시니 어디 친형제인들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싶다. 식당에서 밥먹는동안 영한 아우도 들어왔다. 눈을 좀 붙여야 하지만 마땅한 장소도 없고해서 보관물품 실어 나르는 카고차 바닥에 올라가보니 여럿이 누웠다.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어 양말을 벗고 양쪽 발바닥을 확인해보니 양쪽 발바닥 모두 고름이 가득찼다.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덧씌워 테이핑을 하려고 뒤져보니 테이프도 다 사용하고 없다. 그냥 바세린만 흠뻑 바르고 다시 양말을 신고 누워보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차에서 내려와 식당에 들어가 영한 아우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사진도 찍고....
다시 다음 CP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 하의는 모기 침입 방지용 수입산 몸빼를 입고 상의는바람막이를 걸치고 나섰다. 회장님과 사무국장이 떡과 여러 가지 먹을것 챙겨주시지만 배낭이 적어 넣을 공간이 없다. 영한 아우가 배낭에 넣었다. 가다가 이 형아를 먹여 살리겠다고...
응원 나온 회장단과 사진 한 컷 촬영한 후 고성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돌아서는데 옛날 군대갈 때 부모님 떨어져 발길 돌리는것 처럼 왜 그리 서글프고 애절하던지..... 눈망울 글썽이며 돌아서 걸어보지만 금새 모든 것을 잊고 남은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잠이 쏱아지기 시작하여 408Km쯤 지나 둘이서 도로 옆 왼쪽 건물내부수리 공사판 안쪽으로 들어가 영한 아우가 스티로폴판 2장을 찾아와 한장씩 깔고 기념품으로 받은 판초우의 를 덮으니 추운 겨울날 따뜻한 안방에 누운 것처럼 얼마나 포근 하던지 우리 집에서도 그렇게 포근함을 느껴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눈을 감자 말자 금새 30분을 잤다. 좀 개운하다.
둘이서 얘기하며 걷는 길이 언젠가 꼭 한번 와봤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충주마라톤대회때 이코스로 한번 뛰어 본 것 같다. 충주조절지댐 옆을 지날쯤 몸빼바지가 걸리적 거리기 시작한다. 도로옆 원두막 아래로가 런닝팬티로 갈아입고 나오니 영한 아우는 벌써 저 앞 고개를 오르고 있다. 고개 중간쯤에서 강남지맹 이종철님이 국밥을 자봉해서 한그릇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버스승강장에 앉아 발바닥에 바세린을 덧칠한 후 다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뒤에서 신기가 고향이신 제천 희수 형님이 따라 붙었다. 소태재를 올라가는 길이 인터넷에서 지도로 본것과는 달리 꽤 길고 높다. 휴대용 오디오를 켰다. 노래를 들으며 올라가니 지루한감이 덜하다. 그런데 참 편안하게 뛰는 사람도 있다. 원래는 무지원 서바이블이라 모든것을 주자 스스로 준비하고 차량지원도 받을 수 없으며 동료들이나 가족들 지원은 100CP 간격으로 CP안에서만 받을 수 있는데 경남지맹 한 주자분은 모든 주자들이 보는 앞에서 가족이 승용차로 옆에 붙어서 주로와 CP를 오가면서 급수 및 맛사지, 간식등을 철저히 제공한다. 옆에서 보니 저것은 아니다. 과연 저렇게 해서 가족들 앞에서 완주했다고 떳떳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길고 긴 소태재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내리막도 만만치 않다. 영한 아우는 걸어서 내려오라하고 나는 슬슬 뛰었다. CP에 들어가기 전 원주시내 약국에 들러 스포츠테이프와 등짝에 난 땀띠약을 사야한다. 소태재 내리막을 거의 내려갈 무렵 컴프 정보영 회장님이 바나나 우유 하나를 주시며 꼭 완주하라고 당부를 하신다. 저 앞에 여성주자 한분이 엄청 빠르게 달린다. 따라 붙었다. 부산의 이숙이님이다. 같이 연세대 원주캠프스 앞까지 내달렸다. 뒤에 강남지맹 김상도 아우도 붙어 따라왔다. 약국을 찾기 시작해 보지만 대로옆 어디에도 약국이 없다. 자장교사거리까지 왔지만 약국이 없어 혼자서 오른쪽 아파트단지 안으로 들어가 상가를 샅샅이 뒤졌으나 역시나 약국은 없다. 다시 되돌아 나와 CP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저앞에 영한아우가 보인다. 약국 찾아 헤매는 동안 따라와 붙었다. 약국을 찾아 또 뛰기 시작했다. 우산철교사거리까지 내려왔으나 약국은 없다. 건너편에 병원도 있는데 약국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는 주민한테 물었다. 원주 역전앞까지 가야 약국이 있단다. 역전 앞으로 뛰었다. 족히 1.5Km는 되는것 같다.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역전앞 한참 먼곳에 약국이 보인다. 교통신호 무시하고 약국으로 뛰어 들어가니 몰골이 이상한지 모두들 킥킥 웃으며 쳐다보며 무슨 대회 하냐고 묻는다. 대회 설명 좀 하고 테이프와 습진분말을 사서 왔던길을 되돌아 CP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CP가까이 가니 영한 아우가 보인다.
9CP 454Km 원주 우산동체육단지 제한시간 9일 오후 13시 40분인데 13시 18분에 들어갔다
주최측에서 주는 컵라면 도저히 먹을수가 없어서 수박화채만 2컵 먹고 샤워장에 들어가 상의만 물에 행궈 입은 후 내무반에 들어가니 일부는 떠나고 일부는 누워 쉬고 있다. 누워 쉬고 싶은 맘은 굴뚝이지만 발바닥 보수 때문에 누울 수가 없다. 발바닥 테이핑을 걷어내고 양쪽 발바닥 곪은 부분을 짜내고 연고를 바른 후 두껍게 여러겹 테이핑을 바른후 바세린을 바르고 양말을 신었다. 등짝 땀띠 부분도 약국에서 사온 습진분말로 처리한 후 옷을 입었지만 상의가 젖은 상태라 별 효과가 없다. CP운영시간이 다 끝나간다. 운영자 측에서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한다. 모두들 일어서 나간다. 뒤따라보지만 걷기가 매우 힘들다. 영한 아우는 벌써 저 앞에 가고있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어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음료수 하나를 먹고 재빠르게 따라붙어 본다. 원주IC 삼거리 못미쳐 영한아우를 만났다. 발바닥이 아파 빨리 갈 수 없기에 내가 앞에 가는대로 가볼테니 뒤에 오라하고 살금살금 뛰어보기 시작했다. 앞에 걷던 주자들이 한명씩 잡히기 시작한다. 횡성터널을 지나면서 부터는 앞에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농업기술센터앞(474Km)을 조금 지나니 육교가 보이는데 좀체로 보기 힘든 엘리베이터가 설치 되어있다. 건너편에 식당들도 여럿 보이고 농협하나로마트가 보인다. 육교앞에 멈쳐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육교를 건너가 하나로마트에서 바나나우유와 빵하나를 사서 먹는데 에어콘 바람이 너무시원해 안에서 30분 정도를 쉬고 나오니 강남지맹 소속 자봉 나오신 분이 강남지맹 신입회원인 나를 알아보고 길 건너라고 차량통제를 해주신다. 뒷 주자들이 이곳에 식당이 있어 식사 해결하려고 건너 갈것을 염려해 차량통제를 하러 오셨단다. 그런데 마트에서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지 뛸 수가 없다. 무릎이 제대로 안들린다. 한참을 뛰어가는 흉내를 내보지만 마찬가지다. 저쪽 앞쪽에 주유소가 보인다. 주유소에 가서 물좀 끼얹으면 좀 나을것 같아 주유소 화장실에 들어가 상의를 벗어 물을 적셔 종아리부터 대퇴부까지 맛사지를하고 상의를 행궈 입고 주유소 사무실에 들러 냉수한컵을 얻어 마시고 나오니 여러명의 주자들이 따라온다. 여성주자 한명이 바짝 따라온다. 원주 시내에 들어들어갈 때 같이간 부산의 이숙이님 이다. 힘들어 오르막을 터덜터덜 걷다니 뒤에 따라와 시간이 빡빡하니 뛰어야 한다고 같이 뛰잔다. 시계를 보니 내 계산으로는 한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시간이 여유있다고 하니 그렇지 않단다.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삼마치재다. 둘이서 뛰면서 너무 더워 주로 주변에 물이 있을 만한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주유소, 휴게소라고 있어 들어가 보면 모두 페쇄되어 있다. 날은 어두워져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주자들의 불빛만 우리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젠 졸음이 쏱아져 뛸수가 없어 걸어보지만 아픈 발바닥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한다. 같이 달리던 숙이씨도 저앞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뒷주자들이 한명 한명 앞질러 간다. 영한 아우도 내가 하나로마트에서 쉴 때 앞질러 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내 걸음은 하염없이 제자리만 맴돌고있는 느낌이다. 눈을 감고 한없이 뒤뚱거리고 있는데 뒤에 강남지맹 구현이 형이 따라와 붙어 같이 가잔다. 비틀거리며 뛰다보니 삼마치터널안을 달리고 있다. 터널을 지나 내려가는 내리막이 한없이 길다. 내리막이 8Km란다. 중간에 멈춰 눈좀 붙이고 가자하니 내려가는 길이 위험하니 아래 내려가면 하늘정원쉼터가 있다고 그 앞에가서 쉬잔다. 비틀거리며 뛰어내려가 보지만 끝이 없는 내리막이다. 이숙이님이 시간이 빡빡하다는 말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리막을 거의 다 내려갈쯤 뒤에서 대전의 박충근씨가 어느새 내 앞을 지나간다. 구현이 형이 따라 붙어 보란다. 아마 잠에서 깨라고 한 얘기같다. 홍천시내에 들어설 무렵 앞서가던 여러 주자들이 앞에 보인다. 제10CP인 500Km 지점 파레스모텔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런데 CP로 인도하는 방향표시가 없어 10여명이 우왕좌왕 헤매인다. 10여분을 우왕좌왕한 뒤에서야 400여미터 앞쪽에 불빛을 발견하고서 CP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한시간 10일 오전1시인데 9일 밤 12시 19분 도착. 샤워할 룸을 배정받고 올라가 좀 씻을려고하니 구현이 형이 대충씻고 빨리 불끄고 눈 붙이란다. 물만 끼얹고 나오는데 먼저 온 줄 알았던 영한 아우가 들어온다. 씻으러 들어가는것을 보고 눈을 감았다. 시끄러워 눈을 떠 보니 20여분 잔 것 같다. 일어나 발바닥에 대충 테이핑하고 옷가방을 챙겨 주최측 차에 맡기고 영한아우와 같이 다음 CP를 향해 컴컴한 주로를 걷기 시작해 보지만 여전히 눈거풀이 거불 거린다. 불과 몇킬로를 가지 못해 둘은 길가 잠자리 모색에 들어갔다. 저 멀리 휴게소 같은 쉴 공간이 보여 다가가니 장례식장이다. 아무리 염라대왕이라도 차마 장례식장앞에서 잠을 청 할 수가 없을것 같아 지나가는데 저 앞 옹벽앞에 누가 잠자리를 펴고있다. 가까이 가보니 경남의 한철호 형님이다. 우리도 옆에 배낭을 베고 판초우의를 딜딜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 20분 정도는 족히 잔 것 같다. 판초우의를 챙겨넣고 다시 뛰기 시작해서 얼마가지 않아 경남지맹의 박상준, 한양석씨를 만난다. 영한 아우가 젤로 좋아한다. 같은 65 뱀띠다. 영한 아우도 이들과 뛰어야 페이스가 맞아 힘 덜 들이고 갈수 있것이다. 512Km 말고개에 올라서니 그들이 도로옆 포장마차(옥수수, 찐빵, 칡즙 판매)에 들어간다. 우리도 칡즙 한병씩 마시고 가려고 들렸더니 찐빵을 권한다. 칙즙 한병씩을 사주려하니 오히려 찐빵값과 같이 계산을 해버렸다. 고맙게 잘먹었다. 다음에 주로에서 만나면 더 맛있는걸로 보답하리라.
513Km 철정터널을 통과 한 후 나는 나 페이스대로 따라 갈테니 먼저가라 하고 영한 아우를 친구들과 같이 달릴 수 있도록 먼저 보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강남지맹 김상도 아우와 페이스를 같이하며 달려본다. 화양강랜드휴게소앞을 지나 조금 가다보니 영한 아우와 친구들이 승강장 벤치에 잠들어 있다. 얼마를 잤는지는 모르지만 깨웠다. 그들은 항상 충분한 잠을 자고 달리는것 같다. 다시 그들을 앞세우고 550CP를 향해 가는 주로는 강원도라지만 가히 살인적인 더위다. 한낮 뜨겁게 내리붓는 태양온도는 아스팔트 도로를 한없이 이글거리게 만든다. 저 앞에 대전의 박충근님이 너무 힘든 상태로 걷고 있다. 골인해서 확인한 결과로는 525Km에서 박충근님이 부상으로 중도포기 하였는데 아마 그 지점이 아니였나 싶다. 이 종단을 위하여 올해 100Km울트라를 엄청 많이 뛰었는데...
오르막 정상 청정조각공원휴게소 화장실에 들러 상의를 행궈 입고 편의점에 음료수 하나를 마신 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 앞에 김상도 아우가 뛰고 있다. 조용히 뒤에 따라붙었다. 내리막이 끝날 무렵 도로 옆에 칙즙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 들어가 칡즙 두병을 사서 한병씩 나눠 마시고 다시 힘을 내 뛰어보지만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진통제를 먹고나면 잠이 쏱아지기 때문에 진통제를 잘 안먹는데 두알을 먹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잠이 쏱아지기 시작한다. 남전교차로를 지날때쯤 저 아래 도로에서 제천 희수형님이 역으로 뛰어온다. 왜 거기있냐고 소리 지르니 그 길이 맞단다. 데쟈뷰가 온것 같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윗길로 불러올렸다. 본인은 벌써 500CP를 찍고 왔단다. 아무생각 하지말고 우리 일행뒤만 따라가시라고 일러준뒤 뒤따라 뛰었다.
인제대교를 지나 산 밑 도로옆에 나는 그만 주저앉았다. 발바닥을 뗄 수가 없다. 너무 아프다. 좀 전에 먹었던 진통제도 효과가 없다. 포기다. 너무나 허무하다. 포기한다고 대회장 도희 형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김순임 이사님 한테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옆에 다른 포기자 한분이 와 앉는다. 이분은 발과 다리에 전기가 와서 못뛰어 포기란다. 이제 이렇게 포기하고 돌아가면 울트라마라톤은 절대로 뛰지 않겠다고 마음속 맹세를하며 주로도도 다버렸다. 다시 전화기를 꺼내는 순간 강남지맹 재국이 형님이 주로 감독차 나왔다가 앉아 있는것을 보고 CP가 얼마 안남았는데 왜 앉아있냐고 소리 지른다. 사정 얘기를 하니 일단 CP들어가서 포기를 하던지, 출발하던지 하란다. 다시 일어서 배낭을 매어보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 벌써 CP에 들어간줄 알았던 희수형님이 반대 차선으로 뛰어내려 오고 뒤에 경찰차량이 싸이렌을 울리며 따라온다. 데쟈뷰에 심하게 걸리신 모양이다. 뒷굼치로만 딛고 CP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인제 터널속을 지나는데 관광버스가 나를 스치고 간다. 아찔한 순간 바로 뒤따르던 검은 승용차가 나를 치고 달아난다. 휘청한다. 승용차 백밀러가 접혀 버렸다. 터널안을 나오면서 잠시 생각해본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뛸 수 있을까? 일단 CP까지만 가자고 다짐한 후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오르막 저 위에 550CP인 합강정휴게소가 보인다. 제한시간 10일 오후 15시 35분인데 들어가니 15시 31분이다. 내 뒤를 따르던 주자중 뒷주자 한명은 1분차로 컷오프되어 안타깝다.
영한 아우는 이미 출발 준비를 마치고 내가 들어오도록 기다린 모양이다. 휴게소 한쪽옆 수돗물로 받아둔 고무방티에 들어가 앉아 몸을 식힌후 휴게소 바깥 테이블에서 영한 아우가 사가지고온 국밥한그릇을 비우고 발바닥을 살펴 보지만 별 수가 없다. 테이핑을 다 뜯어내고 다시 이중으로 테이핑을 한 후 남은 거리 갈 때 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일어섰다. 모든 주자들이 떠나고 경남의 철호형님과 강남지맹 구현이형, 중현이형만 남았다. 주로도를 버려서 혼자서 가기가 쉽지는 않아 뒤를 따라 뛰어보지만 자꾸만 거리가 멀어진다. 구현이 형이 본인의 주로도를 내게 건네주고 간다. 내설악광장 못미쳐 휴게소에 들러 우유하나를 먹고 나오니 밴치에 여러명이 누워있다. 나도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추워서 눈을 떠보니 모두들 가고 없다. 혼자서 허겁지겁 뛰어 내설악광장을 지나 모란골로 접어들어 한참을 뛰다보니 앞에 김미순, 김효근 부부가 뛰고 있다. 조금 안심이된다. 그들을 앞질러 뛰어가는데 뒤에서 영한아우 일행이 따라온다. 오다가 길옆에서 자고오는 중이라고, 그들을 먼저 보내고 정자문교차로를 지나 간성, 속초로 향하는 도로에 들어섰다. 한참을 가다보니 연맹조직이사 이신 강남지맹 정해선 부회장님이 주로 감독을 나오셔서 얼마 안가면 진부령이고 진부령만 넘으면 600CP라고 힘내라며 물 한 병을 건네주신다. 미시령삼거리 가까이 갔을때 강남지맹 회원님들이 응원 차 지나가면서 식혜 한 캔을 주며 600CP에서 보자고 한다. 진부령 아래 도착하니 철호 형님이 길옆에 앉아 발, 다리 맛사지를 하고있다.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시기에 울트라를 100회이상 완주하신것 같다. 혼자 오르는 진부령 밤길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정상에 쉽게 올랐다. 이제 내리막만 내려가면 CP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잠이 쏱아지기 시작한다. 잠도 깨울 겸 사정없이 내리밟아 절반정도는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지쳐서 다리힘도 빠지고 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것 조차 힘들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칠흑같은 밤 저 앞에서 흰옷을 입고 응원 나온 동네주민들이 하이파이브를 외친다. 달려가서 하이파브를 하고나면 깜짝 놀란다. 가드레일이다. 몇 번을 그렇게 하고나니 컷오프 당하면 그만이지 뭐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마음이 든다. 뒷 주자들이 간혹 한명씩 비틀거리며 나를 앞질러 간다. 날이 밝아온다. 이제 거의 내려 온것 같다. 경북지맹 김영화 고문님이 지나간다.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니 3, 4킬로쯤 남았을거란다. 길 옆 한쪽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가? 마지막 한방의 힘을 가진 문마클 아닌가, 일어나 배낭끈을 조여매고 한방의 스파트를 시작했다. 앞서 가던 여러 주자들을 스치며 600Km CP 향로봉 민박에 입성했다.
제한시간 11일(토) 오전 6시 10분까지인데 40분정도 여유를 가지고 들어간것 같다.
대회조직위원장 도희 형님과 강남지맹 지해운 회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이제 남은 거리는 걸어가도 완주 할 수 있으니 빨리 밥먹고 걸어 가란다. 식당안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배낭의 짐을 꺼내 옷가방으로 옮기고 배낭에는 영한 아우가 줬던 소세지 하나와 물 한 병만 남기고 최소한 무게를 줄였다. 그때 경북지맹 김영화 고문님 사모님께서 홍삼물 한 병을 챙겨주신다. 인사를 하고 출발신고를 하니 도희 형님이 영한이는 거의 도착 했을거다 하신다. 걷기 시작했다. 주자들이 앞뒤 무리를 지어 모두 걷고 있다. 5Km정도 걸은것 같다. 옆에 이름도 특이한 반갑리 버스정류장이다. 발이 아파 이렇게 걸어서는 도저히 완주가 안될것 같아 일행들을 뒤로하고 뛰기 시작했다. 주로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우리집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때 이곳 통일전망대를 왔다 갔는데 크게 변한것은 없는것 같다. 골인지점 4Km 전쯤해서 앞에 승용차에서 한 주자가 내린다. 이름도 선명하게 보인다. 정0용님이다. 부상으로 포기하고 차로 이동했을거라 생각하고 그대로 지나쳐 뛰어갔는데 내가 골인후 곧바로 피니쉬라인을 밟았는 사람이다. 저 앞에 영한아우 일행 이었던 한양석님이 걷고 있다. 발이 아파 못뛰겠단다. 옆에 편의점이 보인다. 막판 스퍼트를 하기위해 편의점에 들어가 포도쥬스 한캔을 들이키고 남은 거리가 얼마냐고 물으니 3.5Km 정도 된단다.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했다. 골인지점 100여미터를 남겨뒀을 즈음 주최측 차량이 주자가 들어온다는 싸이렌을 울리며 앞에서 캄보이를 해준다. 내 평생 차량 캄보이 받으며 뛰어보기는 처음이다. 오르막이지만 힘이 절로 솟구친다. 624Km 골인지점에 들어섰다. 7월11일(토) 오전 9시 20분, 총147시간 20분이다. 양손을 높이 들고 승리의 포즈를 취했지만 완주의 기쁨보다는 무박7일의 여정이 여기서 끝이구나 하는 안도감에 허무하다.
강남지맹 회원님들과 기념촬영이 끝나는 순간 저 머~언 고향 문경에서 우리 문마클 회장님, 훈련부장, 사무국장님이 모든일 다 뿌리치고 달려와 맞아 주신다. 400CP에 오셨을때도 너무 감격했는데 이젠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도 안나온다.
아마 내년 537Km종단울트라마라톤대회도 이번 대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다.
624Km종단 울트라마라톤 후유증은 과히 폭탄이다. 달리는 염라대왕이 거리 축지법을 써야함에도 잠에 취해 주문을 잘못 외워 세월 축지법이 되어 일주일 사이 10년이나 늙어버린 얼굴, 발바닥 통증과 저림현상으로 2주간 공황상태에 허덕인 몸, 지난해에 이어 얼굴로 위치를 바꿔 나타난 대상포진, 다가오는 8월8일 금천혹서기100Km울트라마라톤으로 후유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에 올인해 볼까 한다.
624종단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저를 응원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문경마라톤 달리는 염라대왕 박우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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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달리는 염라대왕답습니다 벌써 훌훌털고 뜀박질 준비를 하시고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감동적인 후기글이네..
흑송에서 맨날 책보 메고 재넘어 학교 다니더니 체력은 아직 살아있네.
7일 만에 할배가 되었던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정말 무박 7일 뛰는 사람은 인간도 아니야~~?
후기글 잘 읽었고 또다시 울트라를 뛴다고 하니 참 놔 언제까지 뛰땡길래??
끝까지 완주한 친구에게 축하를 하고
이젠 문마클회장님 및 임원진 엉카이 괴롭히고 짧은거만 하게나
154/500자
육필 수기 잘 읽었습니다.
종단 내내 온/오프라인에 함께 해서, 더 감동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
아침마다 컴프 게시판 열고 하루를 시작하고, 게시판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 갔는지 온통 종단과 함께한 시간이 였내요. 컷 오프 될 까봐 마음 졸이던 때도 있었고...
이제야 수기를 작성하고 종단에 마침표를 찍는 구려.
참~ 무박 7일 기가 찰 노릇입니다.
마치 역사를 쓰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사람 같습니다.
이제 할꺼 다 해 봤으니 우리 하고 같은거만 하이소,
537/622 거거 나 거거지 뭐, 똑같은 긴데 뭐 또 할라꼬 하오
그랜드슬램이 뭐 밥미기 줌니까?
불굴투지 인간승리 축하
힘든 고통이 있을수록 잊혀지지않는 추억이 되겠지요.
완주 축하드리고~ 열정과 인내 노력 모두가 부럽습니다.
계속 끝없는 전진을 향하여 화이팅~~~!!!!!!
두루마리가 디기 기네,
624라서 그런가 308보다 두배는 되네
기록수기도 , 완주도 정말 수고하셨고 고생했습니다.
철인입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