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전문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둘레길 33
경기도 남양주시에 둘레길인 ‘다산길’이 열렸다. 이 길은 중앙선 옛 철길과 한강을 끼고 다산유적지와 연꽃마을, 예봉산과 문안산 일대를 아우른다. 천혜의 자연과 역사가 조화를 이룬 다산길은 가족이 함께 걷기에 제격이다. 다산 정약용은 걷기여행자들에게 친숙하다. 강진과 영암에 걸친 그의 유배길은 ‘다산유배길’로 만들어졌고, 이번에는 생가를 중심으로 남양주시에 다산길이 생겼다. 다산이란 이름을 딴 걷기 코스가 두 개나 되는 셈이다. 사실 다산만큼 우리 국토에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 학자도 드물다. 우리 국토의 역사 지리서인 <아방강역고>와 우리 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동수경>을 펴내기도 했다.
한강 따라 이어진 철길 걷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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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열린 다산길은 8개 코스. 그중 1~3코스는 중앙선 옛 철길을 따라 다산유적지로 이어지고, 4~7코스·13코스는 주로 산길을 걷는다. 8개 코스를 검토한 결과, 다산길의 백미는 다산유적지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다산유적지 주변으로 연꽃군락지, 한강, 토끼섬, 능내역, 마재성지 등 볼거리도 몰려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중앙선 옛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능내리의 다산유적지는 다산길이 생기기 전에도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따라서 나들이 온 가족과 연인이 다산 유적지를 둘러보고 가볍게 걷기에 그만이다.
다산길의 1~3코스는 서로 교차하고 중복되는 지점이 있어 좀 헷갈린다. 추천하는 동선은 1, 2코스의 중간쯤인 팔당역에서 시작해 철길 따라 봉쥬르 카페~1, 2, 3코스 합류점~토끼섬~다산유적지(2코스)를 거쳐 능내역(1코스)에서 마무리하는 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 쉽고, 다산길의 하이라이트가 거의 들어간 환상적인 코스다. 팔당역 1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10분쯤 가면 고가도로 아래 ‘덕오리’ 식당이 보인다. 이곳의 지명은 조개울이다. 식당 왼쪽길로 50m 오르면 ‘1코스 한강나룻길 8.5㎞→’ 이정표가 보이고 철길을 만난다. 여기서 철길을 건너면 예봉산 등산로가 이어지고, 다산길은 과감하게 철길을 따른다.
이 철길은 2005년부터 중앙선 철도가 복선화되고, 2008년 팔당역~국수역 구간이 연장 개통하면서 버려진 길이다. 팔당역에서 한강을 따라 능내역으로 향하던 철길이 예봉산을 관통해 운길산역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찾는 사람 없어 외롭고 쓸쓸하던 철길은 다산길 덕분에 생기를 되찾게 됐다.
버려진 능내역의 아릿한 풍경
터널을 나오면 팔당호반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오리와 고니들이 물살을 가른다. 평화롭다. 이곳 남양주시 조안면은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지정된 슬로시티이다. 조안(鳥安)이라는 이름은 옛날 한양으로 가던 한 선비가 해가 저물어 마을로 들어온 후 새소리가 듣기 좋고 물이 좋아 가려던 길을 멈추고 눌러앉은 데서 비롯된 지명이다. 카페를 지나면 1, 2, 3 코스의 합류점을 만난다. 여기서 1코스는 계속 철길을 따르고, 2코스는 호수 왼쪽, 3코스 새소리명당길은 호수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합류점이 좀 복잡하므로 이정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2코스로 들어서자 부드러운 흙길이 반갑다.
모퉁이를 돌면 토끼섬 앞이다. 토끼섬은 뭍과 연결된 손바닥만 한 섬이다. 섬에 별다른 볼거리는 없지만, 그 앞으로 팔당호 너머 예빈산과 운길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토끼섬 앞을 지나면 널찍한 연꽃밭이다. 수변을 벗어나 야산을 굽이굽이 타고 돌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들이 나오면서 다산유적지에 닿는다.
정약용의 생가인 여유당과 묘소, 새로 생긴 실학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본다. 유적지에서 도로를 따라가면 마재고개에서 3코스 새소리명당길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한국 천주교의 요람인 마재성지다. 한옥 건물이 인상적이고, 성지 뒤편으로 고행의 십자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천주교 신자라면 꼭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마재성지를 지나면 1, 2, 3코스 합류점을 다시 만나게 된다. 여기서 철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능내역에 닿는다. 기차가 오지 않는 쓸쓸한 간이역 풍경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information
●다산길 가이드 남양주시에서 만드는 다산길은 13개 코스에 총 연장길이는 79.8km다. 이 가운데 1~7코스와 13코스가 2010년 9월에 개장했고, 나머지는 2011년 말 완공 예정이다. 개장한 8개 코스 가운데 풍경 좋고, 가족 단위로 걷기 좋은 길이 1~3코스다. 이 코스는 중첩되는 부분이 있기에, 팔당역~조개울~철길~봉쥬르 카페~1, 2, 3코스 합류점~토끼섬~다산유적지~1, 2, 3코스 합류점~능내역에 이르는 코스가 좋다. 거리는 약 8㎞, 넉넉하게 3시간쯤 걸린다.
●교통 전철은 중앙선 팔당역에서 내린다. 도심역이나 팔당역에서 200-1, 2000-2, 8, 167번 시내버스를 타고 원동마을이나 다산유적지 입구에 내려 철길을 따라가도 된다. 승용차는 팔당대교 지나 6번국도 양평 방면으로 가다 팔당역에서 우회전, 다산로를 따라가면 된다.
●맛집(지역번호 031) 철길 옆의 봉쥬르 카페(576-7711)는 항아리수제비를 잘한다. 다산유적지 입구에는 장어구이와 매운탕을 잘하는 황토마당(576-8087), 청국장 정식과 콩나물비빔밥 등이 일품인 마현밸리(576-139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