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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에 준 원고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아래 원고는 교원 독서논술 원고입니다. 그림도 예쁘고 글도 괜찮아요.
별이와 유민이의 추석
별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할아버지는 기다란 장대로 대추나무를 타닥타닥 두들기며 대추를 땁니다.
“허허허, 내일이 추석이라 마을마다 집집마다 사람들 그득그득하니 정말 좋구나.”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 엄마는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빠와 작은 아빠는 차례 상에 올릴 밤을 치느라*(밤의 속껍질을 칼로 벗겨 내느라) 땀을 뻘뻘, 누렁이는 맛있는 냄새 때문에 코를 벌름벌름, 뜰 안에 있는 닭들은 모이를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사촌동생 유민이도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왔다 갔다 합니다.
“올 한가위에도 달을 볼 수 있겠구나.”
“한가위? 한가위가 뭐예요?”
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른단다. 한가위는 옛말인데,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지. 그러니까 8월 가운데 들어있는 큰 명절이라는 뜻이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송편을 빚습니다.
할아버지가 솔잎을 한 소쿠리 따오셨습니다.
“할머니, 가래떡은 안 만들어요?”
유민이가 입을 쑥 내밀며 말합니다.
“가래떡은 설날에 먹는 거야. 추석에는 달을 닮은 송편 먹고.”
별이가 의젓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왜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추석에는 보름달이 뜨잖아?"
"보름달은 앞으로 줄어들지만, 반달은 채워져 갈 거니까.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뜻에서 반달 모양으로 만들게 된 거래."
“솔잎은 왜 필요하지?”
“솔잎을 깔고 떡을 찌면 쉽게 상하지 않거든. 또 솔잎 속에는 균을 죽이는 물질도 들어있단다.”
아빠의 설명과 함께 솔잎 향이 코끝에 밀려옵니다.
추석 아침입니다.
온 식구가 모두 명절빔(명절에 입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 상 앞에 섰습니다. 별이는 할머니가 손수 지어 주신 색동 한복을 입었습니다.
미국에서 살다 온 작은 아빠 가족은 고향에서 맞는 명절이 좋아서 그런지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차례 상은 햇곡식, 햇과일로 정성을 다해 차린단다. 차례 상을 차리는 데도 일정한 방식이 있지. '어동육서'라고 해서 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고, '좌포우혜'는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차리고,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은 것을 말하지."
차례 상을 차리던 아빠가 별이에게 자분자분(부드럽고 조용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차례를 지내고 난 후에는 성묘(조상의 산소를 찾아가서 돌봄)를 하러 갔습니다. 증조할아버지, 증조 할머니 무덤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큰절을 올립니다.
“나는 설날이 제일 좋아. 떡국 먹으면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니까.”
유민이 말에 온 식구가 깔깔 웃습니다.
“그럼! 우리 나라 추석과 비슷한 것으로 추수감사절이 있지. 온 가족과 이웃이 모여 추수를 감사드리며 즐기는 축제란다.”
“근데 왜 축제라고 해요?”
“명절이나 축제나 거의 비슷해. 둘 다 어떤 일을 기념하고 여럿이 함께 즐기는 것은 같단다. 다만 명절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지만 축제는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은 우리처럼 떡을 먹나요?”
“아니, 맛있는 칠면조와 호박파이.”
유민이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합니다.
“하하하, 유민이 말이 맞아. 가장 즐겨먹는 것은 바로 칠면조야. 1620년 경 아메리카 땅에 들어온 영국 사람들은 처음으로 거둔 수확을 기뻐하며 하늘에 감사를 드렸지. 칠면조와 과일, 옥수수 요리를 먹으며 축제를 벌였는데 그때부터 추수감사절이 시작되었단다.”
"소놀이굿은 사람이 멍석을 쓰고 소 흉내를 내면서 집집마다 돌아 복을 주고, 거북놀이는 수숫대로 만든 거북을 쓰고 다니면서 병 없이 오래 사시라고 축원을 하는 거란다."
아빠와 작은 아빠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뭔가가 생각난 듯 손뼉을 딱 칩니다.
“그 거북이 창고 어딘가에 있을 텐데."
얼마 후 창고에서 별이와 유민이가 낑낑거리며 거북을 들고 나옵니다.
“와, 정말 멋지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부기, 부기야.”
이참에 별이는 유민이와 함께 거북놀이를 하기로 합니다.
“냇물 건너에 있는 밤나무 할머니 댁으로 가자.”
별이와 유민이는 커다란 거북을 마주잡고 냇물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그만 거북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으악!"
별이와 유민이도 거북과 함께 냇물에 빠졌습니다.
인도의 쿰브 멜라
"어, 어떻게 된 거지?"
별이와 유민이가 둘레둘레 사방을 살핍니다. 둘은 커다란 강을 헤엄치고 있는 거북 등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야 나, 부기.”
“네가 정말 부기야?”
“오랫동안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아서 잠만 자고 있었는데 너희들이 나를 깨웠어. 보답하는 의미로 세계의 축제를 구경시켜 줄게. 어디를 가든지 너희들은 그 나라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또 할 수도 있어.”
“와, 멋지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인도의 갠지스강이야. 지금 한창 쿰브 멜라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별이는 하마터면 부기 등에서 떨어질 뻔했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별이가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여자들은 사리를 입은 채로, 남자들은 윗옷을 벗고 강물에 몸을 적시고 있습니다.
부기가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자, 너희들도 물 속으로 들어가 봐."
“유민아, 너 들어가라. 지난번에 나한테 지렁이로 장난쳤지? 죄를 용서받아야지."
별이가 유민이를 강으로 밀며 말했습니다.
“싫어. 누나나 실컷 목욕해.”
갑자기 부기가 몸을 벌렁 뒤집어 별이와 유민이가 풍덩 물속으로 빠집니다.
“푸 푸, 사람 살려!”
바로 그때 눈이 동그란 인도 소녀가 유민이를 일으켜 세웁니다.
“너희들 괜찮니? 내 이름은 루지야.”
별이와 유민이 그리고 부기가 루지를 따라 강물 밖으로 나와 인도 시장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쿰브 멜라에 오려고 일주일이나 걸어왔어.”
루지의 가족은 식구와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을 합해서 모두 아홉 명이나 갠지스 강에 왔습니다.
“일주일 동안이나 걸어서 왔다고?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면 되잖아?”
별이의 말에 루지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합니다.
“우리는 바이샤라서 돈이 많지 않아.”
“바이샤? 그게 뭔데?”
루지는 겐더라는 노란 종이꽃을 사면서 말했습니다.
“인도에는 카스트라는 계급제도가 있어. 제일 높은 계급이 브라만(승려), 그 다음은 크샤트리아(귀족이나 무사), 그리고 그 다음이 바이샤(평민), 가장 낮은 계급이 수드라(노예)야. 나는 다시 태어날 때 더 높은 계급이 되기 위해 이 꽃을 강물에 띄울 거야.”
어디에선가 맛있는 카레 냄새가 납니다.
"앗, 카레다. 그런데 토마토가 들어 있네. 토마토 먹고 싶다."
에스파냐의 토마토 축제
유민이의 머리에 뭔가가 퍽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시뻘건 물이 이마 위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피다!"
별이가 깜짝 놀라 외쳤습니다.
"쿡쿡, 그건 피가 아니라 토마토야."
부기가 토마토를 들고 서 있습니다.
“에스파냐 발렌시아 지방 브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에스파냐라고?”
마을의 건물이란 건물은 죄다 비닐과 천으로 감싸여 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 그 날! 8월 마지막 수요일, 토마토 축제 날. 토마토 전쟁이 곧 시작될 거라고."
별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부기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 거지?”
“너희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말하면 그곳으로 가는 거야.”
“아하, 그렇구나! 내가 토마토를 생각했어, 누나. 그런데 토마토 축제는 또 뭐야?”
유민이는 부기가 갖고 있던 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며 물었습니다.
"토마토 축제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1944년 토마토 가격이 떨어지자 화가 난 농부들이 시의회 의원들에게 항의하려고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시작됐대."
오전 11가 되자 사람들이 광장 주변으로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광장 중앙에 기름을 바른 큰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햄을 달아놓았습니다. 청년들이 햄을 따려고 기둥을 타고 올라갑니다. 하지만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집니다.
“내가 해 볼까? 내 별명이 다람쥐잖아.”
유민이가 다람쥐처럼 둥을 타고 올라가 햄을 땁니다.
“와, 꼬마가 햄을 땄다!”
폭죽이 터지고 12시에 토마토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토마토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토마토를 던지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려! 근심도 걱정도 모두모두 날려버려!”
부기도 토마토를 던지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두 시간 후에는 토마토를 던질 수 없어. 만약 그때 던졌다가는 벌금을 물어야 해. 축제는 단 두 시간뿐이라고.”
별이는 토마토 범벅이 되어 이런 생각을 합니다.
‘토마토를 던지는 모습이 꼭 전쟁을 하는 것 같아.'
뉴질랜드의 마오리 족 축제
"둥두둥 둥두둥 두당두당 두당당."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갈색 피부를 가진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기다란 혀를 날름날름 내밉니다. 게다가 얼굴에 문신도 했습니다.
별이와 유민이는 무서워서 고개를 푹 숙입니다.
"으악, 무서워. 여기는 어디지?"
“여기는 마오리 족 축제가 열리고 있는 뉴질랜드야.”
부기의 말에 유민이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합니다.
“어, 이상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하얗던데?”
“원래 이 땅의 주인은 마오리 족이야. 지금은 뉴질랜드 국민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그런데 왜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날름거리는 거지?”
별이의 말에 부기가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저 춤은 하카 춤이라고 해. 전쟁할 때 적을 위협하는 거지. 별이가 전쟁을 생각해서 이리 오게 되었나 봐."
그러는 사이 마오리 족 여자들이 나와 공이 달린 줄을 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여자들이 추는 춤은 포이 춤이라고 한단다.”
그때 한 소녀가 별이에게 다가오더니 별이의 코에 자신의 코를 두 번 맞댑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히네모아야. 이건 마오리 족 인사법이고.”
“어, 내 이름은 별이. 나도 반가워.”
히네오마은 마오리 족 추장의 딸이었습니다.
“마오리 족은 모두 저렇게 문신을 하니?”
“마오리 족 전부가 문신을 하는 건 아니야. 부족의 우두머리와 전사는 얼굴에 문신을 하고 신분이 높은 부인은 턱에만 문신을 해. 오늘 같은 축제는 새로운 족장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만 열려. 오늘은 바로 우리 아버지가 새로운 족장이 된 날이거든. 우리 아버지는 유능한 조각가야."
그러면서 히네모아는 몇 가지 조각품을 보여 줍니다. 그 중 전사의 모습을 새긴 조각품이 가장 멋있습니다.
유민이는 나무를 조각해서 만든 가면을 쓰고 한참 춤을 추다가 털썩 주저앉습니다.
“누나, 목이 말라. 물 좀 줘. 그런데 동물 가면은 없어?”
말리의 가면 축제
갑자기 푸른 숲과 히네모아가 사라지고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 절벽 아래에 있는 한 마을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동물의 깃털과 풀잎으로 온몸을 장식했습니다.
“어, 저건 뱀이다. 저건 전갈.”
유민이가 깜짝 놀라 가면을 가리킵니다. 뱀과 전갈뿐 아니라 악어, 개구리, 도마뱀 등의 가면도 있습니다.
“어! 저기, 나도 있다.”
부기가 신이 나서 외칩니다. 그러고 보니 잘 생긴 거북 가면도 있습니다.
“저 동물들은 도곤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들이야.”
“도곤족?”
“서아프리카 말리에 사는 종족이지. 가뭄이 심해서 가면축제를 벌이고 있어.”
“가뭄처럼 나쁜 일이 일어났는데 축제를 벌여? 축제는 좋은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거 아냐?”
"아니, 이 사람들은 가뭄이나 홍수 등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축제를 벌이면 나쁜 힘이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이야."
“어, 그런데 이 절벽 정말 높다."
유민이는 겁도 없이 폴짝폴짝 뜁니다.
“반디아가라 절벽이야.”
부기의 말에 유민이가 눈을 반짝입니다.
“그런데 왜 절벽에 구멍을 내서 집을 짓고 살지?”
“험한 지형 때문에 적이 침입하기 어렵거든."
탈을 쓴 사람들이 북소리에 맞춰 힘차게 펄쩍펄쩍 뛰며 춤을 춥니다. 족장은 땅에 줄을 죽죽 긋기도 합니다.
“저건 비를 뜻하는 거야. 하늘에서 비가 내려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거지. 도곤 족은 덥고 건조한 곳에 살기 때문에 비가 정말 중요하거든.”
"그렇구나. 나도 비가 필요해. 정말 목이 마르다고."
유민이는 또 물을 찾아 헤맵니다.
"선인장이 없나? 선인장 속에는 물이 있다던데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어, 선인장이다."
별이가 넓은 벌판의 선인장을 가리킵니다.
"으악, 가시가 있어. 어떻게 자르지?"
그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 별이의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쯧쯧, 목이 마른가 보구나. 너희들을 보니 우리 손녀손자가 생각나는구나. 우리 집으로 가자.”
그런데 할머니가 데려간 곳은 무덤이었습니다.
“앗, 할머니 집이 무덤이에요?”
별이가 놀라서 도망치려 하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합니다.
“여기는 멕시코란다. 그리고 오늘은 11월 2일 ‘죽은 자들의 날’이지. 그래서 우리 집에 가기 전에 무덤에 잠깐 들른 거야. 조금만 기다리려무나. 참, 내 이름은 이자벨이야.”
이자벨 할머니는 묘비를 청소하고 금잔화로 예쁘게 장식합니다.
“멕시코에서는 매년 11월 1일과 2일 이틀동안을 ‘죽은 자들의 날’이라고 해서, 가족들의 무덤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고 무덤을 꾸미지. 음식을 준비해서 차려 놓고 초도 밝히며 무덤에서 영혼과 함께 즐겁게 밤을 보낸단다."
“와, 우리 나라에서 제사 지내는 것과 참 비슷해요.”
별이가 신기한 듯 말합니다.
이자벨 할머니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제과점에 들러 해골 모양으로 만든 ‘죽은 자의 빵’을 삽니다. 해골 모양 초콜릿과 사탕, 과자도 샀습니다.
“왜 하필 해골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별이의 말에 할머니가 빙긋 웃으며 말합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죽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서 해골 모양을 재미있다고 생각한단다. 자, 빵을 먹어 볼래?"
이자벨 할머니는 빵과 과자를 별이와 유민이에게 나눠 줍니다. 유민이는 시원한 물도 실컷 마십니다.
“이자벨 할머니 미국 가보셨어요? 여기서 미국은 가깝지요?”
삼 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 온 유민이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묻습니다.
“미국에는 할로윈이라는 축제가 있어요.”
“그래? 어떤 축제니?"
“10월 31일에 열리는 축제인데요. 호박 속을 파서 등을 만들고 마녀, 유령 등으로 가장하고 돌아다녀요. 죽은 영혼이 이날이 되면 되살아난대요. 그래서 사람들은 외출도 안 하고 귀신들에게 집을 볼품없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벽난로의 불을 끄지요."
유민이는 신이 나서 자신이 겪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또 아이들은 마녀 등으로 가장하고 이웃 집집마다 다니며 외쳐요.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칠 테야!(Trick or Treat)' 그러면 어른들이 아이들이 갖고 간 자루에 풍선껌이나 과자, 사과와 오렌지도 넣어줘요.”
“자루 속에 선물이 가득 들었으니 꼭 산타클로스 같구나."
이자벨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보라가 휙 몰아칩니다.
핀란드의 산타 마을과 크리스마스
눈보라 속을 헤치며 썰매가 달리고 있습니다. 빨간 코의 사슴 루돌프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릅니다.
유민이와 별이, 부기는 어느새 루돌프가 쓰는 썰매에 타고 있습니다.
“여기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야. 이곳에서 북쪽으로 8Km쯤 가면 산타 마을이 나온단다. 우리는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어.”
“우와, 크리스마스인가 봐!"
"그래. 나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썰매에 실으러 가는 거야."
"산타 마을은 핀란드에만 있어?”
별이가 궁금한 듯 묻습니다.
“산타마을은 노르웨이와 스웨덴에도 있단다. 하지만 이곳에는 산타클로스 우체국이 있기 때문에 가장 유명하지.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편지가 모두 이곳으로 온단다.”
산타클로스 우체국에는 작은 요정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도 아이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루돌프가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타클로스를 모르는 어린이들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야. 그렇지만 산타클로스란 이름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냐. 옛날에 성 니콜라스 라는 분이 있었는데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었지. 어느 날, 성 니콜라스는 너무나 가난해서 딸을 팔아야만 하는 사람을 만났단다. 그래서 성 니콜라스는 한밤중에 그 집 굴뚝에 살짝 금화를 떨어뜨려주었어. 바로 그 성 니쿨라스에서 유래한 것이 산타클로스야.”
루돌프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부기가 말합니다.
“한국 아이들도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해. 선물을 받으려고 착한 일을 하기도 하지. 하지만 난 동지가 더 좋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 동지거든. 그런데 동지를 아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그래, 맞아. 크리스마스는 세계의 축제로 널리 퍼졌잖아? 동지도 세계인이 즐기는 명절이 되면 좋겠어."
별이가 말합니다.
“나도 동지는 잘 모르는데."
유민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집니다.
“동지가 뭐야? 크리스마스 같은 한국의 명절이야?”
루돌프가 빨간 코를 반짝이며 묻습니다.
“점점 잊혀져 가는 한국의 명절이야. 옛날에는 동지가 큰 명절이었어. 옛날 사람들은 동지에 팥죽을 쒀서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기도 했지. 또 동지가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를 새해 첫 날이라고 여겨서 궁중에서는 달력을 만들어 관원들에서 나누어 주기도 했대. 옛날에는 달력이 무척 귀했거든."
“그런데 부기야, 팥죽을 왜 뿌려?”
별이가 묻자, 부기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붉은 팥이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했거든.”
“그래? 중국에서는 붉은 색이 행운을 상징한다던데?”
별이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중국의 춘절
별이와 유민이, 부기는 온통 붉은색으로 빛나는 곳에 와 있습니다. 중국에 사는 샤오홍의 집입니다.
“어서 와. 내일이 춘절이어서 온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고 있어.”
중국의 전통옷 치파오를 입은 샤오홍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춘절?”
“음력 1월 1일을 우리는 춘절이라고 해.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한국에서는 설날이라고 하지? 그런데 한국에서는 섣달 그믐날 무엇을 하니?”
별이는 이때다 싶어서 얼른 이것저것 말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묵은 세배와 대청소를 해. 또 가족끼리 편을 갈라 윷놀이도 하. 예전에는 '대불놓기'라고 해서 대나무를 태웠는데 대나무가 타면서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어.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해서 잠 안 자기 내기도 한단다."
샤오홍도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만들며 밤을 지새운단다.”
춘절 아침입니다.
샤오홍의 가족은 일어나자마자 폭죽을 터뜨립니다.
“폭죽 소리로 집안에 있는 나쁜 귀신을 쫓아내는 거야. 한국에서는 설날 아침에 제일 먼저 뭘 해?”
유민이가 생각에 잠기더니 술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제일 먼저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께 세배를 드려. 차례를 지낸 떡국으로 아침을 먹는데,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먹는 거야.”
“우리는 춘절 아침에 찹쌀떡을 먹는데."
샤오홍의 아버지가 대문에 복(福)'자(字)를 거꾸로 붙입니다. 그러면 복이 들어온다고 샤오홍이 말해 줍니다.
“중국의 설날인 춘절은 음력 1월 첫째 날부터 시작해서 보름간 계속되지. 부모님들은 자녀나 친척들에게 홍빠우라고 하는 돈이 들어있는 붉은 색 봉투를 나누어 준단다. 그리고 커다란 사자탈을 쓰고 전통 사자춤을 추기도 해. 이런 풍습은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도 있어."
부기는 오래 살아서 그런지 아는 것이 참 많습니다.
"부기야, 네가 우리 명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정말 기뻐”
샤오홍이 부기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합니
“샤오홍, 올해에도 공부 잘 하고 건강해야지.”
샤오홍의 할머니가 홍빠우를 꺼냅니다. 그 모습을 보자 별이는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할머니.”
별이가 울먹이며 말하자, 유민이도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구, 이 똥강아지들아. 그까짓 거북이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물 속까지 들어갔어."
갑자기 할머니가 별이와 유민이를 꽉 껴안으며 말합니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앙앙.”
유민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얘들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네."
아빠과 작은아빠가 거북을 물에서 건져 내어 건네줍니다. 별이와 유민이가 거북을 마주잡자, 부기가 싱긋 웃으며 말합니다.
“자, 달 구경하자.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볼까?”
“아버님, 옛날에는 달을 보며 농사일을 점치기도 했지요?”
“그럼! 올해는 달이 저리 밝으니 풍년이 들 게야.”
별이는 달 구경을 하면서 할머니 오른 손을 꼭 잡습니. 할머니는 유민이의 손을, 유민이는 그 옆에 할아버지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원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늘에는 별도 많고 강강술래.”
온 가족이 빙글빙글 돌며 강강술래를 합니다. 신명나게 춥니다.
부기는 무얼 하고 있었냐고요?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있었답니다. 저 아이들과 다시 세상 구경을 할 날이 빨리 오기를 말입니다.<끝>
첫댓글 세계의 축제에 대한 글입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세계의 명절(축제)에 대해 공부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좋으네요. 덕분에 축제에 대해 몰랐던 걸 알았어요.
그냥 썩히기에는 그림이 너무 아까워서요. 몇 명이라도 읽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명절을 지켜나가듯 세계의 축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참 좋군요. 추석을 앞두고 참고자료로 업어갈게요.
참고가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 잘 읽었다니 기분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