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4월부터 제가 한달간 중앙인민방송국 조선어 방송 " 책의 향기" 프로에 대담형식으로 방송했던 책 몇권에 대한 소개를 여기에 올립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올려보았습니다.
방송을 직접 청취하고싶은 분은 4월 3일,10일, 17일, 24일, 5월 1일 토요일 저녁 6시반쯤경에 하는 "문화살롱"프로를 클릭하시면 들으실수 있습니다. 아래에 사이트를 참고로 제공합니다.
http://media.cnr.cn/option,com_content,task,category,sectionid,18,id,332,Itemid,217.html
《그리움의 시공을 넘어》
--중앙민족대학 고 박경식교수의 감동에세이
(2005년 7월 출판)
일기체형식으로 된 이 에세이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중앙민족대학교 김도권교수와 박경식교수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로 독자들의 령혼을 울린다. 책의 갈피갈피에 이미 고인이 된 남편에 대한 저자의 사무치는 그리움과 순수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유모아적이고 락천적인 김교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곁들이고있어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있다.
“박경식의 사랑은 ≪감동바이러스≫이다.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동바이러스≫에 감염된 ≪감동환자≫가 되여버린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눈물없이는 읽을수가 없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박경식의 수필을 권하고싶다.”
---- –황유복교수
□ 일 기
간호편
무너진 광갱에서 구원의 간데라를 /12
투병편
병마와 싸우던 나날 /69
애환의 소야곡 /69
악몽 /111
이제는 당신 원하는대로 살리다 /117
□ 추억의 쪽무이
<추억의 쪽을 무어> 등 34편의 단편문장
인상적인 대목
제79페지 ----페암으로 입원하여있을 때 쓴 일기
2003년 7월 4일 금요일
≪센바쯔루≫에 부치는 기원
오늘부터 하기로 약정되였던 화학치료가 백세포 저하로 해서 연기되는통에 또 하루 병상에서 답답하고 지겨운 시간을 보내는수밖에 없게 되였다.
아들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남편의 치유를 기원하여 또 종이학(千羽鶴)을 접는다. 한마리 한마리에 온 정성을 담아 꼼꼼히 접어간다. 가슴에 서려드는 가지가지 정념과 아무리 해도 체념할수 없는 희망을 기탁하면서…
설사 그것이 나타날수 없는 기적이라 할지라도, 이뤄질수 없는 헛된 꿈이라 할지라도, 나는 한결같이 빌면서 접고 접고 또 접는다.
오오, 하느님이여! 당신이 정말 린색한 분이 아닐진대 요만한 자비를 베푸는것쯤이야 아끼지 않으시겠지요. 이 가련한 안해의 끈질긴 집념을 우습게 여기지 말아주시옵소서. 그 집념뒤에 깊이 묻힌 순정을 가엾이 여겨주시옵소서.
이 ≪센바쯔루≫를 다 접어도 당신이 기적을 베푸실수 없다면 그때는 하다못해 남편이 이 천마리 깨끗한 학무리에 옹위되여 천국에 오르는 길이라도 인도하소서!
제83페지
늦게 파한 술좌석에서 돌아온 그가 기분 좋아 퍼붓는 키스에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무안스레 돌아눕던 쓸쓸한 뒤잔등, 그때는 그리도 역겹던 술내음과 숨막히던 담배진내음이 지금은 어쩌면 이리도 그리울가?……
가끔 주말이면 못견디게 보고싶어 간호장의 허가를 받아 집에 나가건만 그 명랑한 목소리는 들을수 없다. 오직 조용한 눈길만이 옛빛을 던져줄뿐이다. 가정부들의 눈을 피해가며 조심스레 남편의 입술에 입술을 가져가거만 뜨거운 입김도, 으스러지는 포옹도 되돌아올줄 모른다. 그 역스럽던 술냄새도 담배냄새도 없다. 언제 마셨더냐, 피웠더냐싶게 무미무취다.
이제 나를 그만 벌하세요…이제 다시 한번 술대접을 할수 있다면…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리다.
작가의 머리말:
≪부부동체≫라는 말은 익히 아는 말입니다. 저도 결혼한 첫날부터 어머니로부터 이 말을 계명(誡命)처럼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깊은 진의를 미처 터득치 못하였습니다. 남편을 잃고나서야 그 말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느끼였습니다.
한몸의 반쪽이 죽었는데 다른 반쪽이 죽지 않고 아니,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 미망인(未亡人)이 되였습니다. 옛날에는 무심히 흘려듣던 그 이름이 이렇게 서러운 이름인줄도 미처 몰랐습니다. 남편 따라가지 못한 이 일년 저는 그 설음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였습니다.
외람되지만 미망인으로 불리우는 세상의 안해들이여, 저보다 선행한 분, 저와 동행하는 분, 먼곳의 미지의 분, 가까운 이웃분들이여!
당신도 남편을 진정으로 열렬히 사랑하였었지요?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겁게, 쏟아지는 폭포처럼 세차게, 또 산간의 실개천처럼 잔잔하게, 아니, 함께 있다는것만으로도 가슴 포근하게 정말 죽도록 사랑했었지요?
그렇듯 사랑하던 이를 잃었을 때 당신도 천지가 박살난듯 아찔하였겠지요? 울음도 나지 못할만큼 억장이 무너졌겠지요? 따라가겠다고 몸부림도 쳤겠지요? 정말 죽도록 슬펐지요?
허지만 당신들은 따라가지도 죽지도 못했군요?! 결국 미망인으로 남았군요. 무엇이 당신을 이 세상에 붙들었나요? 왜 살아남았나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살아오셨고 또 어떻게 살고계셔요? 지지리도 살기가 힘들고 역겨웠지요? 외롭고 안타깝고 서럽고 죽기만 못하다고 여겨지는 때도 있었지요? 그래도 당신은 모질게 살아가누만요! 어떻게요? 그 살아가는 처방을 저와 나눌수 있을가요?
저도 살아가고있어요. 통곡하다 몸부림치다 지쳐서 잠시 눈물젖은 눈으로 둘러보니 아들딸이, 형제들이, 조카들이 그리고 친구, 지기, 내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근심스레 저를 지켜보고있는거예요. 모두가 저를 딸려보내기 싫다는거예요. 아니, 보낼수 없다는거예요. 그네들과 함께 살아야 한대요. 아직 미진한 사랑이 있지 않냐고요!
그래서 눈물을 거두고 살기로 작심했습니다. 아물거리는 아지랑이라도 좋으니, 밤하늘을 가로째고 떨어지는 별똥이라도 좋으니, 컴컴한 숲속에 반짝 꼬리친 반디불이라도 좋으니, 스러지는 저녁노을이라도 좋으니 아무튼 내 삶을 비춰줄 빛을 찾으며 살아가는 매일이였습니다. 애써 찾으니 빛은 그냥 있는거예요.
가장 큰 빛은 사랑이였어요. 그리움도 사랑이예요. 죽은 사람에게도 산 사람에게도…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태를 넘어 내 가슴에 영존하는 빛입니다. 그 빛을 바라보며 저는 이렇게 살아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