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8 나무날 날씨: 흐리지만 아이들이 밖에서 겉옷 벗고 놀만 하다.
아침열기(말놀이, 시읽기, 책읽어주기, 칠교놀이 준비)-수학놀이마당(칠교놀이, 몸에 수학그림 그리기, 곧은선으로 굽은선 만들기(스트링아트), 쪽매맞춤, 입체카드, 마술통)-점심-청소- 겪은일 쓰기(수학놀이마당)-마침회-6학년영어-교사회의(장애통합교육)
[수학의 날, 수학놀이한마당]
하루종일 수학으로 노는 날이다.
모둠마다 재미있는 수학놀이를 준비해서 맑은샘 아이들이 모두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아래층 마루에서는 푸른샘 1학년이 칠교놀이를 펼치고,
마당 옆 평상에서는 옹달샘 2학년이 몸에 수학 그림을 그려준다,
알찬샘 3학년은 알찬샘 교실에서 곧은선으로 굽은선 만들기(스트링아트)로 예술을 한다,
윗층에서는 뿌리샘 4학년이 색종이로 쪽매맞춤으로 규칙과 대칭을 찾게 하고,
누리샘 5학년은 입체카드를 만들며 프렉탈을 배우고,
6학년은 안과 밖을 바꿀 수 있는 마술통을 만들도록 돕는다.
모두마다 미리 준비해서 아이들이 놀이를 이끌고 원리를 풀도록 했다.
그래서 모둠마다 아이들이 놀이 이끄는 시간을 나눠 자기가 맡지 않은 시간에는
곳곳을 다니며 수학을 즐긴다.
푸른샘도 강산과 정우, 지빈와 민주, 승민과 선생이 20분씩 맡기로 했다.
마당 옆 평상이 가장 시끌벅적하다.
옹달샘 2학년들이 얼굴과 손, 팔, 몸의 어느 곳이나 원하는 곳에
수학 그림과 수학 공식을 천연물감으로 그려준다.
영어로 페이스페인팅인데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옹달샘 선생이 그려주는 곳에 더 많이 서있다.
줄이 길어서 알찬샘 교실로 갔더니
곧은선으로 굽은선 만드는 예술(영어로 스트링아트)을 하는 곳이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지 아직은 아이들이 많지 않다.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윗층으로 갔더니
2층 마루에서 4학년 아이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쪽매맞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쪽매맞춤, 영어 테셀레이션란 말보다 더 정감 있고 예쁘다.
자리에 앉았더니 다경이와 호연이랑 유하가 하나씩 설명을 해주는데
진짜 차근차근 잘 알려준다.
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배우면 못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덕분에 ‘나만의 쪽매맞춤’을 갖게 되었다.
누리샘 5학년 교실에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입체카드를 만들며 프렉탈을 익히는데 재미있나 웃음소리가 크다.
깊은샘 6학년 교실로 갔더니 책상 둘레에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마술통을 만들고 있다.
6학년 아이들이 준비해 놓은 두꺼운 색지 네 개를 펼쳐 놓고 테이프를 붙여서 만드는 건데,
만들기가 쉽고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많다.
열심히 마술통을 만들고 있는데
푸른샘 아이들이 올라와 칠교놀이 이끌 사람이 없다고 선생님이 할 차례라고 한다.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정말 아무도 없다.
다들 자기 맡은 시간을 채우고 수학을 즐기러 사라진 것이다.
칠교를 다 맞춘 사람은 아침에 민주랑 같이 잘라놓은 색종이 칠교로
자기가 만들고 싶거나 보기에 나와있는 그림을 붙여보는 활동을 하게 하고
푸른샘이 만든 나무망치를 선물로 내걸었다.
2초만에 지우가 유찬이가 칠교를 맞추었다고 상황판에 써 있어서 설마 하는데
아이들이 다시 왔다.
이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숫자라고 다시 해보라고 했더니 5초만에 맞춘다.
푸른샘 아이들이 숫자를 아주 빨리 센 셈이다.
칠교 도형으로 멋있는 그림을 붙여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나무망치를 갖고 싶은 유찬이, 동엽이, 종민이, 성범이, 규태가 아주 열심이다.
우리 유찬이 나무망치 언제 주냐며 자꾸 물어본다.
“푸른샘 어린이들이 칠교놀이 참여한 어린이들 가운데 주사위로 굴려서 선물 줄 사람을 정할 거야.”
“몇 명이요?”
“글세. 푸른샘 어린이들이 정하겠지.”
오후에는 수학놀이마당을 주제로 겪은 일 쓰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쓸게 많은가 한참 글쓰기공책을 잡고 있다.
“강산아 선생님이 도와줄게요. 이쪽으로 와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강산이가 줄곧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쓴다.
필요하면 부르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지빈이랑 민주가 줄곧 물어본다.
“ 선생님 ‘에’는 어떻게 써요?”
“ 선생님 갔다 할 때 갔은 어떻게 써요?”
칠판에 써주고 앉고 그러고 있는데 강산이가 자꾸 묻는다.
“ 선생님 2층 누리샘 프랙탈 어떻게 써요?, 만들었다 어떻게 써요?”
칠판에 써주고 강산이 옆으로 가보니 칠판과 공책을 번갈아보며 열심히 쓴다.
모두 다 쓰고 난 뒤 조금 있으니, 강산이가
“선생님 다 썼어요.” 한다.
“그래. 어디 보자.” 곁으로 다가가보니 쓰고 싶은 말을 모두 다 썼다.
5줄, 6줄이지만 선생에게 불러주어 선생이 쓰게 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글을 쓴 것이다.
“와 유강산! 혼자 힘으로 글을 다 써버렸네. 와 대단해. 와 유강산.”
흥분한 선생이 강산이 얼굴을 부여잡고 신이 나서 외치자 강산이 얼굴이 웃음으로 환하다.
우리 학교에서 수학은 놀이이자 삶을 가꾸는 시간이다.
전체로 보는 눈을 갖도록 대칭과 규칙을 찾아내고, 기준을 세워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수와 셈 익히기도 아주 중요하지만 계산과 문제풀이로 수학을 느끼게 하지 않고
삶의 줏대와 잣대를 길러 삶을 가꾸는 게 먼저라고 본다.
학년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자연수와 분수·소수의 사칙연산, 도형, 측정 영역을 알맞게 나누어 하고 있고,
‘생명을 살리는 머리셈’으로 사칙연산을 익히기도 하고,
모둠마다 선생들이 활동지를 만들고 문제풀이수학이 아닌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려 애를 쓴다.
수학이 수와 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자연에 가득하다는 걸 보여주려 애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 시간은 놀이와 신기함이 있는 활동들이 많다.
음식을 만들 때도, 자신이 쓸 책상을 만들 때도, 몸자람표를 만들 때도,
메주를 만들면서, 텃밭과 뒷산과 길 위에서도, 종이접기로, 구슬로, 딱지로, 콩으로, 선그리기로
재고 만들고 그리고 쓰며 온 몸으로 수학을 한다.
그렇기에 낮은샘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수학은 늘 붙어있다.
물론 높은 학년에게는 차분히 앉아 셈을 하는 시간과 집에서 풀어 와야 할 숙제도 갈수록 늘어난다..
입체도형을 만들어 보며 겉넓이를 구하는 아이들이고
배우는 속도와 저마다 느끼는 수학은 다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은 있다.
또한 아이들 모두 다 수학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모둠마다 재미있는 수학활동을 하고,
오늘처럼 모두가 수학을 즐기는 날을 자주하니 앉아서 셈만 하는 것만으로는 줄 수 없는
삶의 줏대와 잣대를 기를 수 있음을 날마다 확인한다.
선생들이 더 애를 써서 많은 활동지를 정리하는 걸 올해 목표로 하기로 했으니
우리 학교 수학 교육이 더 알차고 풍부하리라.
오늘 수학놀이를 다시 생각해본다.
칠교놀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7개의 도형으로 정말 많은 모양을 만들고 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눈과 손을 동시에 써서 즐기는 놀이이다.
몸에 수학 그림 그리기는 수학을 재미있고 신나는 미술 활동으로 익히며 수학과 친하게 할 수 있다.
곧은선을 굽은선으로 만들어내는 수학 활동(영어로 스트링아트)은
도형 안에 규칙있게 점을 찍거나 모든 점들을 직선으로 연결시켜 곡선을 만들어낸다.
잘 보면 원이나 사각형 같은 도형이 다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점들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선으로 연결하면 선들이 모여서 곡선이 되는 것이다.
색연필로 그리는 것도 예쁘지만
여러 가지 색깔 실을 바늘에 꿰어하면 아주 길게 해야 완성되는 예술이다.
쪽매맞춤은 평면 도형을 겹치지 않으면서 빈틈이 없게 모으는 것으로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라고도 한다.
정다각형 중 쪽 맞추기가 가능한 정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이 있다.
프렉탈이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말한다.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 구조를 프랙탈 구조라고도 한다.
프랙탈 카드의 핵심은 같은 과정을 원하는 만큼 계속 반복하는 것이며
여러 가지 프렉탈카드 만드는 방법이
제주도 중등학교 수학교사인 김영관 선생 누리집에 아주 잘 나와있다.
마술통도 마찬가지다. 김영관 선생 누리집을 보니 이 통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입체도형에 대한 공간에 대한 직관력과 통찰력을 발달시킬 수 있고,
단순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다고 써놓았다.
해보니 정말 그렇다.
선생이 조금만 더 준비를 하면 수학 교육이 풍성함을 느낀다.
김영관 선생 누리집을 보니 절로 욕심이 난다.
그 열정과 선생의 준비가 아이들 삶을 가꾸고 있더라.
첫댓글 "재미있는 수학", 아이들이 오감으로 느끼는 놀이속 배움이 참 좋아 보이네요. 저도 동심으로 다시 돌아가서 함께하고 싶군요.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