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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05
전기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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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진봉기
최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종종 등장해요. 지난 8월에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일어나 인근 차량 100여 대를 태우는 대형 사고가 나기도 했었죠. 이후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어요.
현재 우리가 타는 자동차 대부분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예요. 운행할 때 환경에 좋지 않은 매연 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세계 많은 나라가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전기차는 과연 안전한 걸까요? 오늘은 전기차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전기차에서 발생한 불은 왜 끄기 어려운지 알아볼게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조가 달라요. 전기차의 모터, 감속기, 배터리는 각각 내연기관의 엔진, 변속기, 연료 탱크 역할을 담당해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품이자 제조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배터리랍니다.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해요. 전기차 모터가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꿔 자동차 바퀴를 움직이죠.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바닥에 길게 깔려 있어요. 납·니켈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오늘날 판매되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다른 배터리보다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이 배터리는 충전 시간이 다른 배터리에 비해 짧은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길어요. 심지어 무게는 가벼운데 출력되는 에너지는 높아요. 이뿐만 아니라, 다른 소재 배터리들은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0%로 완전 방전시켜야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답니다.
이런 다양한 장점 덕분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소형 전자 기기부터 가전제품, 전기차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2010년대부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배터리보다 불 끄기 어려워요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단점은 있어요. 다른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거예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운 이유 또한 이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성질 때문이랍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음극·전해액(전해질)·분리막으로 구성돼 있어요. 전해액 속에 있는 리튬이온이 분리막의 미세 구멍을 통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며 전기를 저장하고 또 발생시키죠. 여기서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분리막은 매우 중요합니다. 외부 충격이나 제조 결함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연결되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최대 전류가 흘러 과열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화재가 날 수 있거든요.
리튬이온 배터리에 붙은 불을 특히 끄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물질이 연소(燃燒)하려면 크게 연료(나무, 가스 등), 일정량의 산소, 발화점 이상 온도 등 세 요소가 필요해요. 반대로 세 개 중 하나만 없어도 불은 꺼지죠. 그런데 불붙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연성 가스(연료)가 발생해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액은 휘발성이 강한 유기화합물로 만들어지는데, 배터리에 불이 나면 전해액이 열분해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분출되는 거죠. 또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산화물에서 산소도 나오고요. 배터리는 단단한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직접 물을 부어 불을 끄기도 어렵답니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 진화하는 '냉각 소화'가 유일한 방법이에요.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보다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예요.
차를 수조에 빠뜨려요
전기차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출동했을 때 어떻게 불을 끄는지 단계별로 설명해줄게요. 소방관들은 먼저 주변으로 불과 가스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불난 전기차에 '질식 소화 덮개'를 덮어요. 동시에 차량 하부엔 물이 위쪽으로 분사되는 상방향 스프링클러 장치를 넣어 초기 진압을 한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초콜릿처럼 여러 셀(cell)로 나뉘어 있는데 초기에 불을 끄지 않으면 다른 셀로 옮아 붙어 화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초기 진압을 한 다음에는 욕조처럼 생긴 '소화 수조'를 차 주변에 설치하고 여기에 전기차를 빠뜨려요. 전기차 배터리를 냉각시키는 동시에 완전히 방전시키는 거랍니다.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2~3시간이면 진압이 완료되지만, 배터리에서 다시 불이 날 걸 대비해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서 6~7시간까지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전기차는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차 중에 불이 나는 경우도 있어요. 충전하고 3~4일 뒤에 불이 나는 경우도 있죠. 배터리 분리막에 작은 손상이 생기면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라도 점차 열이 오르며 뒤늦게 불이 날 수도 있답니다. 따라서 전기차를 운전하다가 차량이 충격을 받았다면 겉으로 차가 멀쩡해 보여도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전기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배터리 충전 상태를 적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터리의 설계 용량을 넘어서 계속 충전하는 '과충전'과 제때 충전하지 않아 배터리 용량이 바닥나는 '과방전' 모두 배터리 분리막을 손상시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진 않으셔도 돼요. 전기차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신고한다면 대부분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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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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