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잡고 가보자" 경기남부 폐교 3곳
삐걱대는 나무복도 즐기며 도자기 제작·자연염색 체험 옛 추억·정취 산 교육 장소
'변신이 무죄'인 건 여자만이 아니다. 허름하지만 고즈넉하고, 낡았지만 옛 추억을 부르는 폐교도 변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았던 학교들이 폐교 재활용을 통해 '살아있는 문화교실'로 재탄생하고 있다. 최첨단 어학시설과 인조잔디 운동장 같은 현대식 학교 시설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학창시절 추억을 들려주며 둘러볼 만한 경기 남부권 폐교 3곳을 소개한다.◆여주 강천초 걸은분교, 陶磁학교로
좌우로 펼쳐진 푸른 논을 지나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면 정문에 '푸른 꿈을 키우는 즐거운 학교'라고 쓰인 80여m 길이 단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972년 개교했다가 2002년 문을 닫은 여주군 강천초등학교 걸은분교다. 잡풀이 무성한 운동장, 그 잡풀에 아래 절반이 가려진 녹슨 철봉과 미끄럼틀, 쓰러질 듯한 축구 골대와 백보드가 부서진 농구 골대…. 영락없는 폐교 모습 그대로다. 이곳이 도자 체험학교로 부활했다. 학교가 문을 닫던 2002년 9월이다.
도자 전문작가 10여명과 함께 학교를 연 안병진 여주대 도자디자인과 교수를 따라 복도를 걸으니 나무바닥이 삐걱거린다. 학창시절 초나 왁스로 광을 내던 그 나무바닥이다. 하늘색 교실 문과 거기에 붙은 '근검절약' 홍보 스티커, 녹색 칠판과 그 위에 걸린 액자 속 누런 태극기 등도 옛 추억 그대로다. 안 교수는 "개관하면서 가능한 한 손을 덜 댔다. 복도 벽면의 붙박이식 신발장도 작품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 6곳을 도자 체험실·전시실 등으로 바꾸고, 별도의 조립식 창고에 가스를 이용한 가마 4개를 들여놓았다. 고정 강사진으로부터 도제식으로 교육받고 있는 여주대 도예과 학생 10여명이 상주하며 방문객들의 도자 체험을 돕는다. 1인당 1만원 정도면 흙을 빚어 굽고 완성하는 도자 제작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031)886-3729
-
- ▲ 10년 전 폐교 당시 복도를 그대로 살려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여주 여성생활사박물관./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9-3에 있는 강천초등학교 강남분교는 개교한 지 28년 만인 1999년 2월 28일 강천초교에 통·폐합됐다.
파란색 지붕을 얹은 2층 건물은 2001년 여성생활사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천연염색가인 이민정 관장이 30여년 동안 수집한 여성 의복과 생활용품 3000여점이 모여 있다.
1층 4개 교실은 다도교실·천연염색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다. 40여명을 수용하는 다도교실만 장판을 새로 깔았을 뿐, 교실과 복도 모두 학생들이 쓰던 나무바닥을 그대로 남겨뒀다. 교실 문은 전통방식의 나무문으로 바꿨고, 복도 벽면은 합판으로 덮은 뒤 하얗게 칠해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황토염색을 한 배내옷(갓난아기에게 태어난 뒤 가장 처음 입히는 옷)전(展)과 천연염색전이 열리고 있다.
2층에는 교실 사이 벽을 튼 뒤 여성생활사 전시실 2곳을 만들었다. 고전의상·가마·떡살·안경과 안경집·나무냉장고…. 이런 걸 어떻게 다 모았는지 놀랄 정도로 다양한 여성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강남분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2000원. 다도체험과 염색 체험은 각각 5000원, 1만원의 체험비용을 더 내야 한다. (031)882-8100
-
- ▲ 2000년 폐교 후 방치됐다가 3년 전 문화예술 체험학습장으로 재탄생한 평택 웃다리문화촌./웃다리문화촌 제공
서울·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을 의미하는 '웃다리'에서 이름을 따온 '웃다리문화촌'은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 286-4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리모델링했다. 해방 직전인 1945년 4월 개교한 이 학교는 미군기지 확장과 농촌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어 2000년 9월 마침내 문을 닫았다.
방치돼 있던 학교를 눈여겨보던 평택문화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학교를 무상으로 빌린 뒤 주민들과 협의해 2006년 8월 문화예술 체험학습장으로 부활시켰다. 옛 정취를 살리기 위해 5단 스탠드와 흰색 단층 건물 내·외부는 손대지 않았다. 운동장에는 새로 잔디를 심고 한쪽에 야외공연장을 만들었다. 교실 하나를 '웃다리박물관'으로 만들어 옛 교실 모습, 구멍가게, 향토 사료 등 3가지 주제에 맞는 추억의 물건을 들여놨다.
석화공예·압화공예·목공예·놀이미술 등 40여개 문화예술 관련 1일 프로그램을 4000~9000원에 체험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 중 50%는 5명의 입주 작가가 진행하는데 예약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나머지 프로그램은 가족 또는 단체에 한해 예약을 받는다. (031)667-0011